September 17,2019

미래의 화포가 될 ‘레일건’

전기의 힘만으로 마하 10의 속도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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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끝이 막힌 원통 내에서 화약을 폭발시켜 그 폭발력으로 탄환을 날려보내 목표를 파괴하는 무기, 즉 총포는 군대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무기체계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그 패러다임은 한계에 봉착했다. 기존의 화약식 총포의 포구 초속은 1500㎧, 유효사거리는 아무리 잘해도 80㎞를 넘기기 어렵다.

하지만 총포에도 나름의 장점은 있다. 미사일과는 달리 탄환 자체에 추진기관이 없기 때문에 탄두 중량이 같은 경우라면 한 발당 발사 단가가 미사일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또한, 같은 용량의 탄약고에 미사일보다 많은 수의 탄환을 저장할 수 있고, 발사 속도도 매우 빠르다.

바꿔 말하면, 비교적 가까이 있는 다수의 목표를 신속히 제압해야 경우에는 여전히 총포가 미사일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그래서 기존의 총포가 가진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또한 포 자체의 덩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일 없이, 탄환을 기존 총포보다 더욱 멀리, 빠르게 쏘아 보내기 위한 노력의 산물로 나온 것이 레일건이다.

2008년 미 해군이 실시한 레일건 시험 발사 모습. 화약식 총포로는 꿈도 못 꿀 만큼 빠른 포구 초속과 긴 사거리가 가능하다. ⒸUS NAVY

2008년 미 해군이 실시한 레일건 시험 발사 모습. 화약식 총포로는 꿈도 못 꿀 만큼 빠른 포구 초속과 긴 사거리가 가능하다. ⒸUS NAVY

레일건은 지난 1918년, 프랑스의 발명가 루이 옥타브 포숑 빌레플르가 처음으로 발명했다. 기존 총포와는 달리, 레일건은 동극모터의 원리를 이용해, 도체로 만들어진 탄환을 한 쌍의 금속제 레일(바로 이 레일 때문에 레일건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사이에서 오직 전기의 힘으로만 가속해 발사하는 포이다.

이를 좀 더 알기 쉽게 풀자면 다음과 같다. 레일건은 포신 노릇을 하는 서로 평행한 한 쌍의 금속제 레일을 하나의 전원에 연결한 구조이다. 이 두 레일 사이에 도체로 만들어진 포탄을 물리면 이것으로 포 전체에 전기가 통하는 회로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원에서 나온 전류가 양극 레일을 거쳐 포탄을 통해 반대편의 음극 레일로 들어가 다시 전원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전류의 흐름으로 인해 레일건은 그 자체가 하나의 전자석과 같은 속성을 띠게 된다. 양 레일이 포탄이 있는 곳까지 영향을 미치는 자장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레일건 회로에 흐르는 전류는 자장 속에서 플레밍의 왼손 법칙에 따라 운동에너지를 생산하게 된다. 바로 이 에너지로 포탄이 레일을 따라 움직이며 가속되는 것이다.

레일건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그 엄청난 포구 초속이다. 레일건은 이론상 마하 10 이상의 포구 초속을 낼 수 있다. 이는 탄환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가 전류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폭약 발사식 탄환과는 달리 충분히 큰 전류만 공급된다면 탄환에 매우 큰 힘을 작용하여 매우 빠른 속도로 발사할 수 있게 된다. 빠른 포구 초속은 사거리(이론상 수백 ㎞까지 가능하다) 및 이동표적에 대한 명중률 증대, 그리고 무엇보다도 탄의 파괴력을 높인다. 운동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또한, 발사에 있어 화약이 전혀 필요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기존의 총포, 특히 탄두와 추진용 화약이 너무 커서 탄두와 화약을 따로 나눠서 장전할 수밖에 없는 거포들은 포탄의 장전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레일건은 탄두만 장전하면 되기 때문에 이론상 장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는 그만큼 단위 시간 내에 목표에 많은 화력을 투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화약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으므로 적에게 피격당하는 경우라도 화약이 유폭(하나의 폭발이 원인이 되어 연쇄적으로 또 다른 폭발을 일으키는 것)될 걱정을 전혀 할 필요가 없어 비교적 안전하고, 기존에 화약을 싣던 공간에 그만큼 많은 탄두를 휴대할 수 있어 화력이 높다.

이러한 레일건은 전차포나 곡사포, 함포, 대공포(특히 기존의 병기로 대처가 어려웠던 탄도미사일 요격용, 실제로 1980년대 미국은 소련 탄도미사일 요격용 무기로 레일건을 진지하게 연구했다) 등의 군사적 용도로 매우 적합하다. 만약 레일건이 각국 군함의 주무장으로 보급이 완료된다면, 과거와 같은 대함거포 시대가 다시 오지 말라는 보장도 없겠다.

또한, 인공위성이나 우주선 발사시 기존의 로켓을 보조하거나 대체할 가속 수단, 핵융합 발전의 시동장치로도 레일건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레일건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우선 발사시 엄청난 양의 전력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받기 어려운 곳에서는 쓸 수 없다.

그리고 발사용 레일이 받는 스트레스가 심해 레일의 수명이 짧다. 레일 자체에 엄청난 전류가 흐르는 데다가, 이 레일을 통해 포탄이 최대 마하 10까지 가속되면서 레일에 엄청난 마찰, 열, 압력이 가해진다. 병기로서 쓸모가 있으려면 분당 6발씩 최대 3000발의 사격에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레일이 가져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 그 정도로 튼튼한 레일을 만들 기술은 없다.

그리고 포탄에 스마트 기능을 부여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오늘날에는 포탄 자체에 유도 성능이나 활공 성능, 피아식별 기능 등 스마트 기능을 부여하는 추세다.

그런데 현재까지 레일건의 포탄은 무게가 2㎏, 직경 40㎜, 부피 200㎤를 넘으면 곤란하다. 레일건 포탄에 들어가는 기기는 이만한 물리적 크기 내에 들어가야 한다. 또한 발사 시 무려 2만~4만G에 달하는 중력 가속도와 섭씨 426℃에 달하는 마찰열을 견뎌야 한다. 발사시 생기는 플라스마도 견뎌야 하고, 우주 발사 시에는 우주 방사선도 견뎌야 한다. 그러면서도 내장 기기의 전력 소모가 8W를 넘으면 안 되고, 배터리 사용 시간이 5분은 넘어야 한다.

이 모든 기능을 만족시키면서 포탄 단가가 1000달러를 넘지 않아야 경제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미 해군이 연구 중인 레일건 ⒸUS NAVY

미 해군이 연구 중인 레일건 ⒸUS NAVY

그래도 앞서 말했듯이 여러 가지 장점과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실용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터키 등은 이미 상당한 레일건 연구 개발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거리 타격무기로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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