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7,2019

빌게이츠가 마신 물이 인분 속 수분?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15) 폐수 처리 설비와 위생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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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개발 국가에서 식수(食水)를 찾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물 자체가 부족한 원인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원인은 대변이나 소변 등 각종 오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생기는 식수 오염에서 찾을 수 있다.

정화조나 폐수처리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대변이나 소변 등에 오염된 물이 그대로 하천에 방류되고, 오염된 물이 방류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다 보니 식수가 점점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옴니프로세서 개발에 투자한 빌 게이츠 회장 Ⓒ buzznick.com

옴니프로세서 개발에 투자한 빌 게이츠 회장 Ⓒ buzznick.com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오물에 범벅된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시설과 장비를 개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오물을 전기와 식수로 전환해주는 ‘옴니프로세서(omni processor)’와 개인용 위생처리 도구인 ‘피푸백(peepoo bag)’이 그 주인공들이다.

빌 게이츠 회장의 투자와 모델로 유명세 치른 폐수처리 설비

옴니프로세서는 대변이나 소변 같은 오물이 섞여있는 폐수를 먹을 수 있는 물로 바꿔주는 설비다. 미국의 에너지 전문기업인 자닉키바이오에너지(Janicki-Bioenergy)사가 만든 이 설비는 기능도 기능이지만, 처리된 물을 마신 사람 때문에 더 유명세를 치렀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Bill Gates)’ 회장이다.

당시 게이츠 회장이 마신 물은 몇 분 전만 해도 사람의 배설물이 들어간 폐수였다. 그는 재단 설립 때부터 전 세계 인구의 10% 정도가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민해 왔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러던 중 자닉키바이오에너지사의 옴니프로세서를 접하게 되었다.

게이츠 회장은 빠른 시간에 폐수를 식수로 전환해 주는 자닉키바이오에너지사의 기술에 주목했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이 전문기업의 기술력을 파악한 게이츠 회장은 후원을 결정하면서 자신이 직접 옴니프로세서가 처리한 물을 마시는 모델이 될 것을 자청했다.

기술의 파급력에 비해 옴니프로세서의 작동원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설비 안으로 인분이 들어가게 되면 1000℃의 고온이 가해지면서 인분 안에 포함되어 있던 수분을 증발시킨다. 그 후 증발된 수증기는 냉각 과정을 거쳐 응결되면서 깨끗한 식수로 변하게 된다.

수분이 증발된 인분 덩어리는 다른 용도로 활용된다. 용광로에서 다시 태워 증기를 발생시킨 후, 여기서 생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데 사용된다. 또한 재가 된 배설물은 냄새와 병원균이 없는 청결한 비료로 변신한다.

세네갈에 설치된 옴니프로세서 설비 전경 Ⓒ Janicki-Bioenergy

세네갈에 설치된 옴니프로세서 설비 전경 Ⓒ Janicki-Bioenergy

증기로 터빈을 돌려 생산한 전기는 옴니프로세서 가동에 대부분 사용되지만, 간혹 남기도 한다. 이때 남은 전기는 따로 저장해두었다가 인근 지역에 공급하기도 한다는 것이 자닉키바이오에너지사 측의 설명이다.

개발사는 옴니프로세서가 현장에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타진하기 위해 세네갈의 수도인 다카르에 설비를 구축했다. 세네갈은 오·폐수처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저개발 국가다. 따라서 집집마다 인분이 생기면 땅을 판 후 이를 묻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에 대해 자닉키바이오에너지사의 관계자는 “배설물을 땅에 묻는 방법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각종 병원균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했다”라고 전하며 “옴니프로세서가 설치된 이후에는, 탱크차가 집집마다 배설물을 수거하여 처리하는 방식으로 변했다”라고 말했다.

옴니프로세서 설치 이후 다카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전염병으로부터 자유로워졌고, 식수와 전기는 물론 천연 비료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었다.

게이츠 회장은 “옴니프로세서는 한 번 가동에 10만 명 정도의 배설물을 처리할 수 있다”라고 밝히며 “하루 250kw의 전기와 8만 6000L의 식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서 저개발 국가의 식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번만 쓰고 버리는 개인용 위생처리 도구

옴니프로세서가 여러 사람들의 배설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대규모 설비라면, ‘피푸백(Peepoo Bag)’은 한 번만 쓰고 버리는 개인용 위생처리 도구다.

국제연합(UN)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위생과 관련한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었다. 15년 뒤인 2014년까지 전 세계에서 위생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던 것. 하지만 2014년이 되었는데도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과거에 수립한 목표는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스웨덴의 디자이너들은 이 같은 UN의 실패 사례를 보면서 저개발 국가에 만연한 위생시설 부족 문제와 환경오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1회용 화장실인 피푸백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개인용 위생 처리도구인 피부백 사용 개요 Ⓒ peepoo bag

개인용 위생 처리도구인 피부백 사용 개요 Ⓒ peepoo bag

피푸백은 사용하는 방법도 매우 쉽다. 통째로 땅속에다 묻으면 끝인데, 땅에 묻는 행위로 인해 또 다른 환경 오염을 유발하지 않는지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피푸백은 단순한 비닐봉지처럼 생겼지만, 땅 속에 들어가면 분해되는 친환경 비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안쪽의 녹색 비닐은 배설물을 암모니아와 탄산염으로 분해시켜서 비료로 만들어주고, 겉의 흰 비닐은 물과 이산화탄소 등으로 분해되도록 개발되었다. 일반적으로 배설물이 자연에 방치되면 비료로 사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피푸백안에 들어간 배설물은 24시간 이후부터 비료로 바뀌기 시작하여 2~4주 후에야 완전한 비료로 바뀌게 된다.

또한 천연 향신 재료가 함께 들어있어 비료로 전환되는 동안에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제조사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차별화된 기능을 갖고 있다 보니, 피푸백은 멋진 건축물도 아니고,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뽑은 ‘세계의 화장실’ 중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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