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7,2019

지자기 역전 현상, 안심해도 된다?

완전히 뒤집히려면 2만 2000년이나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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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의 N극과 S극이 북쪽과 남쪽을 가리키는 건 지구 자기장 때문이다. 현재 지구 자기장은 남극 근처에서 흘러나와 북극을 통해서 흘러들어간다. 그런데 그 방향이 정반대로 바뀌어 북극에서 남극으로 자기장이 흐를 수도 있다. 이를 지자기 역전이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나침반의 N극과 S극이 서로 뒤바뀌게 된다.

기존 연구들에 의하면 이 같은 지자기 역전 현상이 한 번 일어나기 위해선 4000년에서 9000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위스콘신-매디슨대학의 지질학자 브래드 싱어를 주축으로 한 연구팀이 약 78만년 전에 최종적으로 일어난 지자기 역전 현상을 분석한 결과, 그보다 훨씬 더 긴 2만 2000년에 걸쳐서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이 이번 연구에 사용한 자료는 카나리아 제도, 카리브해, 칠레, 하와이, 타히티에서 흘러나와 용암 흐름이 새겨진 7개의 암석 샘플이다. 그들은 새롭게 강화된 칼륨-아르곤 방사성 동위원소법을 사용해 샘플의 나이를 알아냈다고 밝혔다.

약 78만년 전에 최종적으로 일어난 지자기 역전 현상은 2만2000년에 걸쳐서 일어났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진은 지구 자기장을 표시한 모형도. © NASA Goddard Space Flight Center

약 78만년 전에 최종적으로 일어난 지자기 역전 현상은 2만 2000년에 걸쳐서 일어났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진은 지구 자기장을 표시한 모형도. © NASA Goddard Space Flight Center

지자기 연구에서 용암 흐름을 이용하는 까닭은 용암이 굳을 때 철분이 풍부한 광물이 지구의 자기장 방향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용암 흐름 안에 있는 아르곤의 동위원소를 조사하면 특정 시점의 자기장 활동을 명확히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특정 화산이 계속해서 용암을 분출하지는 않으므로 용암 흐름은 단편적인 기록만을 담고 있을 뿐이다. 연구진은 당시의 지자기 방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두 개의 자료를 보완적으로 사용했다.

첫 번째가 해저에서 채취한 자기 측정이다. 이 경우 용암 흐름에서 채취한 자기 측정값보다 정확도는 낮지만, 연속적인 기록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두 번째 보완 자료로는 남극의 빙하 중심부에 보존된 베릴륨 퇴적물이 사용됐다. 베릴륨은 우주선(宇宙線)이 대기에 부딪힐 때 생성되는데, 자기장이 약해지면 더 많은 우주선이 통과해 얼음 코어의 베릴륨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자기장 붕괴 후 회복됐다가 다시 완전히 역전해

이처럼 다양한 기록들을 종합한 결과, 연구진은 지자기 역전 현상이 79만 5000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만 이때는 자기장 힘의 상당 부분이 떨어진 상태였으나 완전히 역행되지는 않았다.

그러다 78만 4000년 전에는 자기장의 힘이 약간 회복된 후 다시 붕괴되기 시작해 77만 3000년 전에 궁극적으로 자기장의 방향이 바꾸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자기장 붕괴가 일어나기 시작해 조금 회복되었다가 완전히 역전하기까지 총 2만 2000년이 걸린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브래드 싱어는 “액체 외핵에서 자기장을 꺼버려도 견고한 고체 내핵에 자기 에너지가 있어서 반전 현상이 일어나기까지 수천년이 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8월 7일자에 발표됐다.

하지만 프랑스의 지구과학 연구센터인 CEREGE 소속의 과학자 니콜라스 투베니는 이 연구결과에 동의하지 않았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지의 보도에 의하면, 그는 “해저에서 채취한 침전물 코어의 증거가 2만 2000년이 아닌 8000년이라는 짧은 역전 기간을 가리키고 있으며, 용암 흐름 데이터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브래드 싱어는 “투베니의 연구 결과는 역전 이전의 기간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우리 연구결과는 2만 2000년 동안 외핵의 지자기가 매우 불안정해졌고 77만 3000년 전에 두 번 극성을 역전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지자기 역전은 지구 역사상 여러 차례 발생했던 현상으로서, 20~30만년 만에 한 번꼴로 일어났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마지막 역전이 일어난 것은 78만년 전으로서 매우 오랫동안 지자기 역전이 일어나지 않았던 셈이다.

지자기 역전 메커니즘은 아직도 수수께끼

그런데 최근 들어 지자기 역전이 임박했다는 주장들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년간 지구 자기장이 약 15%나 약해졌는데, 이는 역전이 일어날 징후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자기 추적 위성인 유럽우주국(ESA)의 스윔은 최근에 녹은 철과 니켈이 자기장 발생원 근처의 핵에서 에너지를 유출하고 있다는 자료를 수집함으로써 지자기 역전의 전조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구 자기장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온갖 해로운 방사선과 입자 등의 우주선(宇宙線)으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하는 강력한 방패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지자기 역전 시 자기장이 약화되면 생명체들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하지만 지자기 역전이 일어난다고 해서 생물의 대멸종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구 역사상 이미 수차례 이런 현상이 일어났음에도 생명체들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 인류는 전기와 수많은 전자기기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자기 역전 시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추정은 가능하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지자기 역전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간 수십년에 걸친 연구에도 불구하고 지자기 역전의 기하학적 구조, 예상 시점, 지속 시간 등은 아직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브래드 싱어 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지자기 역전 과정이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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