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07,2019

네덜란드에 빗물로 만든 맥주가 있다?

서울혁신센터 포럼 개최…옥상 활용 사례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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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구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이 82.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인 4915만 명 중에서 4077만 명 정도가 빌딩으로 이루어진 도시 속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의 시민들은  빌딩안에서만 생활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옥상’을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들 사이에서도 사람들이 여유를 되찾고, 마음 편히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대표적 휴게공간인 옥상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옥상 공유지 활용을 주제로 하는 포럼이 개최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옥상 공유지 활용을 주제로 하는 포럼이 개최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지난 13일 서울혁신파크에서는 ‘더 큰 연결(Preparations for Greater Connection)’이라는 주제로 ‘2019 혁신 파크 포럼’이 개최되었다. ‘옥상 공유지 활용’을 비롯하여 모두 7개의 세부 주제를 가지고 진행된 이번 행사는 사회적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분야에서 실험적 추진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가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평평한 옥상이 많은 네덜란드의 특성 살린 프로젝트

옥상 공유지 활용 세션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옥상 공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단체인 ‘다켄다겐(Dakendagen)’의 활동 상황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발표를 맡은 다켄다겐의 ‘레온 판 기스트(Léon van Geest)’ 이사는 “네덜란드의 빌딩 옥상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평평하게 만들어진 곳이 많다”라고 언급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건물을 빨리 지어야 하다 보니 당시 유행하던 상자 같은 건물이 대량으로 세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에서 추진됐던 옥상 공유 프로젝트들 중에 가장 유명한 성과는 다카커(Dakakker)라는 이름의 옥상정원 조성 사업이다. 네덜란드 최초로 과일과 채소, 그리고 허브 및 벌꿀 등을 한자리에서 수확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유명 옥상정원인 다카커를 방문하면 허브 사이를 날아다니는 꿀벌을 만날 수 있다  ⓒ urbangreenbluegrids.com

유명 옥상정원인 다카커를 방문하면 허브 사이를 날아다니는 꿀벌을 만날 수 있다 ⓒ urbangreenbluegrids.com

다카커는 옥상 위에 만들어진 단순한 정원이 아니다. 옥상에서 어떤 채소라도 키울 수 있는지를 파악해 보는 일종의 실험공간이다. 따라서 옥상 공원을 조성하는 동안 많은 현장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졌다.

연구진은 우선 정원을 조성할 빌딩의 옥상이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지중해 기후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 같은 기후에서 잘 자라는 과채류들을 수집했고, 그 결과 하우스 재배가 아닌 자연산 과채류로는 네덜란드에서 보기 어려웠던 과일과 채소를 풍성하게 수확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특히 꽃이 피는 허브를 활용하여 만들어진 꽃밭과 그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는 벌들은 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을 제공한다. 따라서 로테르담 환경센터는 학생을 비롯한 전문가를 위한 정기적인 워크숍을 다카커에서 자주 개최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높은 빌딩 위에 정원을 조성하는 만큼, 효율적인 물 관리 시스템과 건축물의 안전성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로테르담시는 정기적인 구조 점검과 함께, 하중 강도에 따라 태양광 패널이나 물 저장고 등의 구조물 설치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놓고 있다.

옥상에서 모은 빗물로 만든 맥주는 특산품으로 명성

옥상의 효용성은 정원이나 놀이터 같은 공간 개념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는 옥상에서 모은 빗물로 맥주를 만드는 공장과 주점이 위치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다켄다겐처럼 암스테르담에서 옥상 공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단체인 로에프(ROEF)의 ‘렘코 모엔 마르카(Remco Moen Marcar)’ 팀장은 “암스테르담으로 여행을 온다면 반드시 빗물맥주(rainbeer)를 맛보기 바란다”라고 추천했다.

마르카 팀장은 “암스테르담은 강수량이 적지 않은 곳”이라고 밝히며 “도시 곳곳에 빗물을 모으는 장치를 설치한 후 이를 모아 정수 처리를 한 결과, 지금으로부터 3년 전에 빗물 맥주를 만들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암스테르담이 이 같은 빗물 맥주를 만들게 된 이유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깊다. 원래 비가 자주 내리기는 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도시홍수가 빈번하게 일어나다 보니 내리는 빗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필요했던 것.

또한 해당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산품이 필요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빗물로 만든 맥주는 암스테르담의 특성을 잘 살린 특산품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빗물을 모으는 방법에 대해 마르카 팀장은 “암스테르담의 빌딩 옥상에는 대부분 빗물을 모으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라고 소개하며 “맥주 제조과정 모두가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암스테르담에는 옥상에서 빗물을 모아 만든 맥주가 판매되고 있다 ⓒ clc.gov.sg

암스테르담에는 옥상에서 빗물을 모아 만든 맥주가 판매되고 있다 ⓒ clc.gov.sg

그는 빗물 맥주 외에도 도시재생과 관련된 옥상 연결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설명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최근 서울역 고가도로를 개조하여 새롭게 설계한 ‘서울로 7017′을 꼽았다.

마르카 팀장은 “서울로 7017을 디자인한 위니마스(Winy Maas)는 네덜란드가 낳은 세계적 건축가”라고 언급하며 “그는 이미 암스테르담역의 옥상을 지상과 계단으로 연결한 디자인으로 혁신적 건축가로 인정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로 7017 프로젝트는 서울역 고가 도로를 ‘차량길’에서 ‘사람길’로 재생하고, 단절된 서울역 일대를 통합 재생하여 지역 활성화와 도심 활력 확산에 기여하는 사람 중심 도시재생의 시작을 알린 건축물이다.

마르카 팀장은 “서울로 7017은 고가도로를 활용했기 때문에 옥상과 직접적 연관성은 없지만 우리가 구상하는 ‘암스테르담의 모든 빌딩을 연결하는 프로젝트’와 일맥상통한 성과라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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