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3,2019

AI, 스토리텔링을 시작하다

다양한 결말을 짓는 새로운 알고리즘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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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창작’의 세계에 인공지능이 도전하고 있다.

2016년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주최한 ‘호시 신이치 SF 문학상’ 공모전에서 AI가 쓴 단편소설이 1차 심사를 통과해 화제를 모았다. 하코다테 미래대학의 마쓰바라 진(松原仁) 교수 연구팀은 딥러닝을 활용해서 창작한 4편의 소설을 공모전에 출품했고, 그중에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이라는 작품이 예심을 통과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이 소설을 AI가 썼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밝혔다.

소설을 창작하려면 먼저 ‘스토리’를 구상해야 한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주제로 삼는 대부분 소설은 ‘감동과 공감’의 요소를 스토리에 첨가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감정을 인공지능이 느낄 수는 없다.

현재까지 개발된 대부분 AI 소설 창작 알고리즘은 사람이 미리 설정한 스토리에 따라 단어를 조합해서 ‘그럴듯한 문장’을 생성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마쓰바라 연구팀은 사전에 스토리와 문체를 정해놨고, 컴퓨터는 그에 맞춰 문장을 생성했기에 본격적인 창작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스토리텔링은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 Pixabay

스토리텔링은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 Pixabay

사람과 AI를 구분 짓는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이란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모든 이야기는 도입과 전개, 결론으로 이어진다”라고 주장했다.

이것을 ‘3막 구조’라고 하는데, 인류가 만든 모든 소설과 시나리오는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현재는 3막 구조를 발전시킨 다양한 스토리 이론이 소설, 영화, 드라마, 게임 분야 등에서 쓰이고 있다.

잘 짜인 스토리에서는 ‘갈등의 해소’, ‘예기치 못한 반전’을 통해서 클라이맥스를 유도하여 극적 흐름을 연출한다.

또한, 아무리 좋은 스토리도 마무리가 형편없으면 매우 실망스러울 수 있다. 자동화된 스토리텔링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연구자들은 스토리 이론을 대입해서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문장 흐름을 만드는 것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야기의 결말에 가면 대부분 알고리즘이 “그들은 좋은 시간을 보냈다”, 또는 “그는 슬펐다”와 같은 상투적이고 뻔한 문장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스토리텔링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 CMU

인공지능 스토리텔링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 CMU

다양한 결말을 만들어내는 알고리즘

지난 1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제2회 스토리텔링 워크숍’에서 카네기 멜런 대학(CMU) 언어기술연구소의 앨런 블랙(Alan Black) 교수 연구팀은 흥미로울 만큼 다양한 결말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AI 모델을 선보였다. 스토리 도입부에 사용된 단어와 관련 있는 몇 가지 핵심 단어들을 결말에 포함하도록 만든 것이다. 동시에 이 모델은 완전히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을 유도하기 위해 몇몇 희귀한 단어들을 사용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워크숍에서는 다음과 같은 예시 문장이 제시되었다. “메건(주인공)은 세계 미인대회에 출전했다. 이것은 그녀의 첫 번째 대회 참가였다. 그녀는 정말 즐거워하면서도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다. 결과가 발표되자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퇴장했다.”

이러한 예시에 반응하여 기존 알고리즘은 “그녀는 입상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없어서 실망했다”, 또는 “다음 날, 그녀는 새로운 친구를 갖게 되어 행복했다”와 같은 결말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CMU 알고리즘은 “메건이 미인대회에서 우승했다”라고 결말지었다. 기존에 볼 수 없던 반전을 유추해낸 것이다.

CMU 모델에 의해 생성된 결말은 자동 채점과 세 사람의 심사위원이 채점했을 때 모두 이전 모델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블랙 교수는 여러 결말 중에서 어떤 것도 ‘불후의 명작’은 아니라고 인정했지만, 수년간 연구자들이 자동화된 스토리텔링에서 겪었던 기술적 난제에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블랙 교수는 “대화에서 인간의 질문과 반응이 컴퓨터의 반응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데 도움이 된다”라면서, 자동화된 스토리텔링은 비디오게임의 하부구조를 만들거나 콘퍼런스의 발표 내용을 요약할 때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AI 기술을 활용한 기사 작성 시스템, 마케팅 봇 등은 널리 쓰이고 있다. 단순하게 사실을 요약하여 충분히 전달력 있는 문장으로 자동 생성하는 것은 스토리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소설처럼 스토리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이제야 결말의 반전을 꾀하며 첫걸음을 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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