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0,2019

칼로리를 제한하면 장수하는 이유는?

대사 지연이 해로운 유전 돌연변이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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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쥐나 원숭이 등 여러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먹이를 적게 먹거나 영양을 제한하면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 원인에 대해 연구자들은 저칼로리 식단이 생체시계를 젊게 유지시킨다거나, 칼로리를 제한할 때 나오는 물질이 혈관 노화를 예방한다는 등의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최근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은 신진대사(metabolism)를 늦추는 것이 칼로리 제한을 통한 장수 효과를 포함해 수많은 요인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돌연변이 초파리의 대사율을 50%까지 낮추자, 많은 돌연변이에서 예상됐던 해로운 영향들이 전혀 발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른 여러 유전적 돌연변이를 가진 초파리에 대해서도 유사한 실험을 했으나 매번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실험 분야를 이끈 리처드 카듀(Richard Carthew) 교수(생화학 및 분자유전학)는 “초파리가 정상 속도로 발달했을 때는 발달 관련 문제가 일어났었다”며, “발달 속도를 늦추자 발달 문제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 초파리들이 늦게 발달하고 천천히 성장한 것 외에는 정상 상태라고 덧붙였다.

전산 분석을 주도한 루이스 아마랄(Luís Amara) 교수(화학공학 및 생물공학)는 “이 연구 결과는 우리가 발달에 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의 패러다임을 뒤집는다”고 강조했다.

아마랄 교수는 “우리는, 만약 일부 유전자를 ‘부수면(break)’ 발달에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해 왔으나, 몇몇 유전자들은 성장하는 유기체의 대사를 늦추는 한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닭을 더 빨리 성장시키기 위한 공장식 사육에서 닭들이 왜 더 많은 발달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칼로리 제한이 왜 장수와 관련이 있는지와 같은 많은 요인들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연구는 생명과학저널 ‘셀’(Cell) 25일 자에 발표됐다.

초파리의 눈에 있는 광학 단위들은 모자이크 패턴을 만든다. 초파리에서 흔한 한 유전자 돌연변이는 R7 세포를 손상시켜 초파리가 자외선을 볼 수 있게 만든다. 이번 연구 결과 초파리의 대사율을 늦추면 이런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기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출처 : 미국 노스웨스턴대 홈페이지 캡처

초파리의 눈에 있는 광학 단위들은 모자이크 패턴을 만든다. 초파리에서 흔한 한 유전자 돌연변이는 R7 세포를 손상시켜 초파리가 자외선을 볼 수 있게 만든다. 이번 연구 결과 초파리의 대사율을 늦추면 해로운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기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 미국 노스웨스턴대 홈페이지 캡처

“마이크로 RNA 없이도 생존, 성장”

이번 연구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은 대사율을 늦춘 초파리들이 마이크로 RNA가 없이도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전에는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모든 동식물 종에서 발견되는 마이크로 RNA는 유전자 발현 조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단히 말해 마이크로 RNA는 발달과 생리, 행동을 조절하는 일을 한다.

카듀 교수는 “우리는 20년간의 연구생활을 통해 마이크로 RNA가 생명체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만약 마이크로 RNA가 없다면 간단히 죽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초파리의 대사를 늦추자 어떤 마이크로 RNA도 만들어지지 않았으나 초파리들은 살아남아 성장하고 정상적인 성체가 되었다”고 밝혔다.

카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 유전 조절자 패밀리 전체가 반드시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며, “대사율을 50% 정도까지 늦춘다면 그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노벨상 수상자인 토머스 헌트 모건(Thomas Hunt Morgan) 박사는 1915년에 처음으로 식이와 유전적 돌연변이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그는 초파리를 영양이 충분치 않은 제한된 먹이를 주고 길렀을 때 일부 돌연변이들이 전혀 발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카듀 교수는 “모건 박사가 그에 대해 흥미를 느꼈으나, 아무런 설명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mRNA와 상호 작용하는 마이크로RNA(miRNA) 도해. 이번 연구에서는 생명체에 필수적인 마이크로RNA가 대사를 늦춘 초파리에서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마이크로RNA 없이도 살아남아 성장해서 성체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 Wikimedia / Kelvinsong

mRNA와 상호 작용하는 마이크로RNA(miRNA) 도해. 이번 연구에서는 생명체에 필수적인 마이크로RNA가 대사를 늦춘 초파리에서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마이크로RNA 없이도 살아남아 성장해서 성체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 Wikimedia / Kelvinsong

‘피드백 제어’에 해답 있다

카듀와 아마랄 교수는 이제 그 해답이 피드백 제어(feedback control)에 있다고 믿고 있다. 생물학과 공학, 경제학 및 다른 많은 분야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이 피드백 제어는 원하는 응답을 얻기 위해 복잡한 시스템의 가동 성능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수년 동안에 걸쳐 수백 번의 실험을 완료한 뒤 연구팀은 대사가 느려지면 동물들의 신체 시스템에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고 믿게 되었다.

아마랄 교수는 “세포 안에서 서로 다른 모든 단백질들과 유전자들이 상호 작용하는 모습을 관찰한다면 너무 복잡해서 보는 이들은 그에 압도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당신이 빠르게 성장하다가 어떤 것이 잘못되면 재난이 될 수 있다”며, “생체의 그런 복잡한 네트워크들은 이 같은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중복물을 늘리기 때문에 이 네트워크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마랄 교수는 “그러나 당신이 천천히 성장하고 있다면 이런 복잡한 시스템이 필요치 않을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이런 실수들을 조정하고 변화에 반응할 수 있는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암 치료에 적용 모색

달리 말하면 시스템에 시간을 주면 결국 필요한 일을 할 것이란 얘기다. 노스웨스턴대 통합 암센터 멤버이기도 한 카듀 교수는 이번 발견이 암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종양들은 대사적으로 극히 활성화돼 있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암환자들이 종종 지치게 된다”고 말했다.

카듀 교수는 “암세포의 대사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법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암세포의 대사율을 지연시킴으로써 종양 세포에 있는 발암성 돌연변이가 암 표현형(phenotype)으로 발현되는 것을 중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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