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9,2019

오키나와 다이어트로 수명 연장?

고탄수화물, 저단백질 섭취가 장수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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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평균 수명 1위인 오키나와 주민들의 장수 비결은 탄수화물 위주로 적게 먹는 식습관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식습관 이외에도 유전적 요인, 고유 식단, 사회적 연결감은 장수의 또 다른 비결이다.

오키나와 주민 중에서 100세를 넘긴 노인의 비율은 인구 10만 명당 68명이다. 이는 미국 대비 3배에 이르는 수준이고, 같은 일본 평균보다 40% 이상 더 높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오키나와 사람들의 긴 수명과 생활 방식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연구해왔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실은 단백질 대비 탄수화물 섭취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오키나와 전통식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식단 © 오키나와 관광청

오키나와 전통식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식단 © 오키나와 관광청

BBC와의 인터뷰에서 시드니 대학의 영양학자 사만다 솔론비트(Samantha Solon-Biet)는 “오키나와 식단은 고단백,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선호하는 현대 대중 식이요법과 반대 개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앳킨스 다이어트(일명 ‘황제 다이어트’)나 팔레오 다이어트(일명 ‘원시인 다이어트’)가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실제로 고단백질 식이요법이 장수에 이롭다는 증거가 그리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본 후생노동성 지원으로 1975부터 시작된 ‘오키나와 100세 연구(Okinawa Centenarian Study, OCS)’는 오키나와 전역에서 100세까지 도달한 1000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장수의 비결로 ‘오키나와 비율(Okinawan Ratio)’이 제시되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10대 1의 비율로 섭취하되, 약간 부족한 감이 들도록 적게 먹는 식습관이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식생활의 변화를 제안하긴 아직 이르지만, 저단백질-고탄수화물 위주로 소식하는 것이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사회적 연결감은 장수의 비결 © 오키나와 관광청

사회적 연결감은 장수의 비결 © 오키나와 관광청

오키나와 노령층은 다른 지역보다 암, 심혈관 질환, 당뇨병 및 치매 발병 비율이 매우 낮다. 그리고 90대가 되어서도 적극적이고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장수와 함께 즐거운 삶도 유지하는 이유를 식단 이외의 요인에서도 찾을 수 있다.

유전적인 행운과 생활 습관이 장수에 도움을 줘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오키나와는 상대적으로 고립된 역사를 가졌다. 덕분에 심장 질환 및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체(APOE4)가 적은 편이다. 또한, 대사조절과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FOXO3 유전자의 보호 변이를 가졌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이로 인해 키는 작아지지만, 암을 비롯한 여러 노인성 질환의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전자 이외에도 활동적인 생활 습관이 장수에 중요한 요인이다. OCS는 오키나와 주민들이 대부분 농업과 어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활동적인 기질을 지녔고, 흡연 가능성이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노년이 되어서도 사회적 연결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전통적으로 결속력이 높은 지역 공동체는 노년기에도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외로움은 하루에 15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유해하다고 여겨지지만, 사회적 연결의 느낌은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

보라색 고구마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전통 주식이었다. © 오키나와 현청

보라색 고구마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전통 주식이었다. © 오키나와 현청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게 된 이유

보라색 고구마는 1600년경에 오키나와로 들어왔다. 오키나와는 농업에 불리한 환경이었고, 빈번한 태풍 등으로 극심한 기근과 빈곤에 시달리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보라색 고구마는 뜨겁고 건조한 토양과 아열대 기후에서 잘 자랐기 때문에 1879년 조사에서는 오키나와 전체 음식의 93%에 고구마가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1949년 전후로 기아에 시달리며 다시 보라색 고구마에 의존하는 비중이 67%까지 치솟았다. 특히 전체 칼로리에서 고구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솔론비트 연구팀은 고탄수화물 저단백질 섭취가 동물의 뇌 노화 징후 중 일부를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그 최적의 비율이 ‘오키나와 비율’과 같은 10대 1이었다. 솔론비트 박사는 “아직 인간에 대한 통제된 임상 시험은 없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수명이 긴 사람들도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식이 패턴을 가졌다”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영양 생물학자인 캐런 라이언(Karen Ryan)은 “세포 내에 손상된 단백질이 축적되면 노화와 관련된 질병의 원인이 된다”면서 저칼로리, 저단백질 식이요법으로 체내 아미노산이 부족해지면 세포가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대신 오래된 물질을 재활용하면서 단백질 노폐물을 정화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65세까지 저단백질 섭취가 노화를 방지할 수 있지만, 그 후에는 섭취를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식습관 변화로 젊은 층의 장수는 장담 못 해

최근 오키나와에도 서구식 식습관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저칼로리, 저단백질 식단이 사라지고 있다. 젊은 층이 고칼로리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오키나와 식단은 항산화제를 비롯한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이 높았지만, 칼로리는 적었다. 과거에 오키나와 사람들은 건강한 성인의 일반적인 권장 소비량보다 약 11% 적은 칼로리를 섭취했었다.

라이언 박사는 오키나와의 장수 비결은 아마도 여러 요인이 동시에 겹쳤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러한 요인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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