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9,2019

오토마타로 재탄생한 고구려 벽화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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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고분벽화, 하늘 세계의 친구들

고구려는 BC 3세기부터 AD 7세기까지 700여 년 동안 중국 북동부 지역에서부터 한반도의 절반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영토를 가졌던 고대 동아시아의 강력한 국가로 자랑스럽고 웅장한 우리 역사이다.

고구려인들은 사신도, 해신, 달신, 삼족오, 수렵도, 가무도, 생명의 상징 연꽃, 하늘나무, 신령한 동물, 신선, 별의 세계 등 수많은 벽화를 무덤 속 그림으로 남겼다. 고구려 고분벽화(古墳壁畵)는 존재론, 우주론, 인간론, 문명론, 내세론, 불멸론 등과 같은 형이상학의 근본적 테마들을 담고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  Ⓒ public domain

고구려 고분벽화 Ⓒ public domain

이러한 고분벽화 속 우리 고대철학의 심오한 사유는 고구려가 당시 다른 국가와 차별화된 고유하고 독자적인 문화와 철학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고구려인들은 ‘우주’를 이원론으로 분리시키거나 대립시키지 않았으며, 단절과 폐쇄시키지 않고, 지상적인 것과 천상적인 것, 인간과 초인간(신)은 대립과 갈등이 아니라 공존과 융화의 유기체적 관계로 인식했던 것이다.

즉, 고구려인들은 ‘인간’은 죽음으로 종말하고 무화(無化)하는 생명체가 아니라, ‘우주(Cosmos)’의 운행에 평화롭게 적극 참여하며, 하늘과 땅 그리고 신들과 자연의 이웃으로 함께 불멸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이를 ‘무덤 그림’으로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형이상학의 지평’을 펼쳐놓았다.

고구려 벽화의 백미, 사신도

사신도(四神圖)는 동서남북의 방위(方位)를 나타내고, 우주의 질서를 지키는 상징적인 동물인 청룡(靑龍), 백호(白虎), 주작(朱雀), 현무(玄武)를 그린 그림으로, 우리 고대철학과 고구려 고분벽화의 백미(白眉)라고 평가받고 있는 그림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고대 고분벽화가 현대 과학융합예술, 오토마타로 재탄생했다. 필자와 이석연 작가가 2017년부터 제작해오고 있는 ‘고구려 벽화 오토마타 연작’이 바로 그것으로, 현재까지 30여 점이 제작되었으며, ‘과학안의 예술展(2019, 인사아트센터)’, ‘꿈꾸는 기계인형 오토마타展(2018, 전라북도과학교육원)’, ‘고구려 벽화 오토마타展 – 하늘세계의 친구들(2017, 카페 창비 외)’ 등 다양한 전시회에 소개되었다.

청룡, 백호 오토마타  Ⓒ 이석연

청룡, 백호 오토마타 Ⓒ 이석연

사신(四神)은 사수(四獸) 또는 사상(四象)이라고도 하는데, 이들은 우주의 방위와 함께 봄·가을·여름·겨울 4계절을 주관하고, 동양의 오행(五行) 철학 중에서 우주 만물을 운행하는 근본인 흙(土)과 함께 각각 나무(木)·금(金)·불(火)·물(水)을 상징하기도 한다. 사신은 색깔로서 청색·백색·적색·흑색을 의미한다.

사신도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고분벽화는 평안남도 강서군에 있는 강서대묘(江西大墓)에 그려진 그림으로, 강서대묘의 사신도는 회화 기법 측면에서도 고대 고구려 미술의 절정기 표현 양식을 보여준다.

강서대묘의 사신도는 일필로 휘두른 듯한 유려한 선과 화려한 색채, 그리고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 넘치는 사신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신도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고구려 고대인들의 웅혼한 민족적 기상과 찬란한 예술적 혼을 느끼게 해준다.

고구려 고분벽화는 삶을 영위하는 인간의 진솔한 모습에서부터, 신비한 하늘의 세계와 인간의 불멸성에 이르기까지 보편성과 개별성, 개방성과 독자성, 그리고 창조성에 기반하는 심오한 철학적 · 종교적 · 형이상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주작, 현무 오토마타  Ⓒ 이석연, 전승일

주작, 현무 오토마타 Ⓒ 이석연, 전승일

사신도 오토마타는 이러한 고구려 고분벽화의 문화유산적 의미에 대한 재인식에 기반하면서, 고분벽화에 대한 역사적 고증이나 설명 및 단순한 미술적 재현을 뛰어넘어, 고구려인들의 심오한 ‘고대철학’의 경지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크랭크(crank), 캠(cam), 풀리(pulley), 링키지(linkage) 등과 같은 다양한 메커니즘으로 입체적인 공간 속에서 생명력을 갖고 운동하고 대화하며 반응하는 과학융합 시각예술로 재창조하고자 하였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고구려 고분벽화. 고구려인들의 세계상과 예술로 지은 웅비(雄飛) 하는 아름다운 공간, 고구려 고분벽화는 현재의 우리와 고대시대를 이어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시공간을 넘어서는 문화적 · 정신적 소통과 대화의 통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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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작권자 2019.06.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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