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6,2019

“SF의 감정, 과학으로 표현하면?”

SF 작가들, 과학의 경외감을 상상력으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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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항상 미지의 세계를 꿈꿔왔다. 정복하지 못한 것들의 대한 갈망은 과학기술로 이어졌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자 하는 열망은 시·공간을 연구하게 했고, 지구를 떠나 우주로 나아갔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출발은 SF(Science Fiction) 장르에서 시작한다. SF 작품들은 과학을 기반으로 논리적인 상상력을 제공해왔다.

인공지능(AI), 로봇, 우주, 시간 여행, 평행우주,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등 수많은 과학기술 연구들은 모두 SF 장르에서 다루어져 왔던 내용들이다.

과학은 경외심이라는 감정을 담는다. 광활한 우주 속의 인간이라는 존재는 작고 미약하기 때문이다. ⓒ pixabay.com

과학은 경외심이라는 감정을 담는다. 광활한 우주 속의 인간이라는 존재는 작고 미약하기 때문이다. ⓒ pixabay.com

그렇다면 SF 작품 속 수많은 감정들은 과학과 어떻게 연결될까.

전삼혜 작가는 “과학은 이성적이고 그 반대는 감정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는데 그렇지 않다”며 “사실 감정이야말로 과학이 파고들 수 있는 ‘실체’”라고 정의를 내렸다.

인간이 아닌 존재와 인간과 소통하는 감정, SF의 매력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F라는 프리즘: 감정의 여러 빛깔’ 콘퍼런스에서 만난 SF작가들은 이구동성으로 SF 작품에서 다루는 감정은 과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했다.

문지혁 작가는 “감정은 인간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필요한 가장 과학적인 메커니즘”이라며 “감정은 SF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SF 작가들은 현실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사물과 인간과의 감정을 상상해 미래를 그려낸다.

문지혁 작가는 SF 작품에서 감정이란 재정의 되고 창의성을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문지혁 작가는 SF 작품에서 감정이란 재정의 되고 창의성을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SF 작품 속에서는 인공지능(AI)이 두려움을 느끼고 우주선 안에 인간을 감금하기도 하고(스페이스 오디세이), 인간을 동경해 영생 대신 죽음을 선택하는 로봇(바이센테니얼맨)이나, OS로 이루어진 AI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인간(허·HER)이 탄생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SF 작품이 말하고 싶은 감정의 본질은 ‘경외감(敬畏感)’에 있다. 해도연 작가는 SF 작품은 인간이 가지는 ‘경외감’을 잘 표현해준다고 말했다.

AI, 로봇, 자율주행차, 화성 우주탐사선 등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편리한 미래를 예고한다.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는 항상 희망적이거나 밝지만은 않다.

광활한 우주를 생각할 때 느끼는 감정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때 사람들은 경탄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두렵고 경이로운 감정, ‘경외감’은 종교적인 특성을 지녔다. 또한 과학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 ‘코스모스’에서 “종교적 경외감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맑은 날 밤하늘을 보는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우주 속 인간의 존재는 작고 미약하기 짝이 없다.

영화 'A.I'에서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감정' 있는로봇(아이)를 가족으로 입양하고 결국에는 로봇이기때문에 유기하는 장면이 담겨져있다.

인간의 감정을 가진 AI 로봇에게 인간은 신기함과 동시에 두려움을 느낀다. ⓒ 영화 A.I/ 워너브라더스

한국의 젊은 SF작가들이 말하는 감정과 과학    

SF 작품 속에서는 사랑·두려움·분노·경외감·당황 등 인간만이 가진다는 감정들이 수많은 다른 객체에 의해 의인화되고 표현된다. 특히 ‘당황’이라는 감정은 SF 작품의 기본 토양이 된다.

문지혁 작가는 “SF 소설에서 ‘당황’이라는 감정은 소설의 줄기”에 해당한다며 “음모를 꾸며 주인공을 당황시키는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설명했다.

분노라는 감정 또한 SF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다. 김이환 작가는 “분노나 공포 등의 감정이 SF 소설을 이어가는데 큰 축이 된다”며 “분노라는 감정은 캐릭터를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산 작가는 SF 세계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인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이종산 작가는 SF 세계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인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 김은영/ ScienceTimes

공포, 두려움,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SF 세계를 이끌어가는 줄기이다. SF 작품 속에서 두려움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종산 작가는 “특히 최근 사람들은 AI가 감정을 느끼는 것을 보면서 많은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수많은 SF 작품들 속에서 AI가 인간을 능가하는 ‘초지능’과 ‘자아’를 가지고 인간을 해치고 사육하는 것으로 그려진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뜨겁다. 작가들도 마찬가지이다. AI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상이기 때문이다.

해도연 작가는  SF 장르는 과학의 경외감을 가장 잘 표현한 문학이라고 말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해도연 작가는 SF 장르는 과학의 경외감을 가장 잘 표현한 문학이라고 말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SF 작품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들은 결국 인간이 가지는 최상의 가치인 ‘사랑’이라는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도구들이다. SF 작가들이 그려내는 수많은 감정 중 가장 중요한 감정은 바로 ‘사랑’이다. SF 작가들에게 사랑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선이자 가치로 그려진다.

이종산 작가는 “사랑은 너무 복잡한 감정이다. SF 세계에서 ‘사랑’을 다루는 것은 인간만의 특성이라고 보기 때문”이라며 “인간 진화의 결과가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이라는 것을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래에는 어떤 감정들이 나타날지 궁금증이 생긴다. SF 작가들은 어떤 미래를 상상할까.

해도연 작가는 미래에 지금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감정이 생긴다기보다 재정의 될 것으로 추측했다. 가령 지금 생각하는 사랑은 천 년 뒤에는 다소 다른 의미가 될 것이라는 것.

이종산 작가는 시대가 변화하면서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감정들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감정도 일종의 학습”이라며 “시대가 변화하면서 새로운 감정이 생겨나고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세분화 작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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