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6,2019

아폴로호가 달에 버린 96개 봉투

우주인 대변 속 미생물 생존 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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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인 이글호는 1969년 7월 20일 20시 17분(협정세계시(UTC) 기준) ‘고요의 바다’에 착륙했다. 그로부터 6시간 30분 후 닐 암스트롱이 이글호에서 내려 달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우주 개발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말과 함께 달 표면에 찍힌 그의 발자국은 지금도 그대로 선명히 남아 있다. 달에는 물과 공기가 거의 없어 한 번 생긴 발자국들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암스트롱과 그의 동료들이 달에 남긴 것은 발자국뿐만이 아니다. 닐 암스트롱은 달 표면에 21시간 이상 머물렀다. 그리고 아폴로 16호 우주비행사 찰스 듀크의 경우 달에서 71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인간이라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생리현상이 있다. 그들이 또 하나 달에 남긴 유산은 바로 배설물이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착륙선 앞에 놓여진 제트백. 그 안에 든 우주인 배설물 속 미생물의 생존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NASA

1969년 아폴로 11호의 착륙선 앞에 놓여진 제트백. 그 안에 든 우주인 배설물 속 미생물의 생존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NASA

당시 우주비행사들은 달까지 비행하는 동안 대소변을 처리할 수 있는 특수 기저귀를 착용하고 있었다. 대소변이 담긴 이 기저귀들은 음식물 쓰레기 등의 다른 폐기물과 함께 ‘제트백’이라는 하얀 쓰레기봉투에 밀봉된 채 달에 버려졌다.

아폴로 11호부터 17호까지 6회의 유인 착륙 탐사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총 96개의 제트백이 달에 남겨졌다. 찰스 듀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달에 머무는 동안 두 번 정도의 배변을 했으며, 내용물은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렸다”고 밝혔다. NASA 역시 제트백 안에 배설물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달에 버려진 것은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1967년에 마련된 유엔의 우주조약에 의하면, 회원국들은 우주 및 천체에 유해한 오염을 피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찰스 듀크는 달에 버리면 엄청난 태양 복사열에 의해 대소변에 포함된 오염물질이 모두 살균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의도하지 않은 하나의 완벽한 실험

이 배설물들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0주년을 앞두고 새삼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무게에 민감한 우주선의 특성상 안전을 이유로 달에 버릴 수밖에 없었던 그 배설물들이 이제는 의도하지 않은 하나의 완벽한 실험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배설하는 대변의 경우 질량의 약 50%는 세균이 차지한다. 대장에 사는 1000여 종의 미생물들이 바로 그 세균들의 정체다. 이처럼 대변 한 무더기는 경이로운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그럼 과연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미생물들은 생존해 있을까. 일단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달의 자연환경은 생명체가 생존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와 물이 없을뿐더러 밤에는 -173℃로 떨어지고 낮에는 100℃까지 기온이 치솟는다. 이처럼 엄청난 기온 차이는 미생물에게는 최후의 보호벽인 제트백을 산산이 찢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대변 속의 미생물들이 살아남았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온도나 염도, 산도 등 생명체 존재의 극한 조건에 대한 정확한 경계선이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세균은 수분이 없는 환경에서는 자기 복제를 할 수 없다. 그러나 달에 있는 대변 속의 미생물들에게는 한 가지 보호 장치가 있다. 바로 제트백이다. 이 쓰레기봉투가 매우 잘 밀봉되어 있다면 그 미생물들에게 필요한 수분이 유지될 수도 있다.

또 하나 기대할 수 있는 요소는 미생물들의 엄청난 생존 능력이다. 지구의 미생물은 펄펄 끓는 해저 화산 분출구에서도 번창하고, 강한 산성의 온천에서도 발견된다. 강한 방사능밖에 없는 미국의 핵연료 저장 수조에서는 금속을 먹고 사는 세균이 발견된 적도 있다.

아폴로 16호 프로젝트에서 우주비행사들은 9종의 미생물 샘플을 우주선 외부에 보관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미생물 같은 생명체가 우주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고안된 이 실험에서 실제로 많은 수의 미생물들이 살아남았다.

미생물이 모두 죽었어도 연구해야 하는 이유는?

설사 제트백 속의 미생물들이 모두 죽었다고 해도, 이 쓰레기봉투들은 여전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 그 미생물들이 달에서 얼마나 오래 생존했는지, 그리고 일정 기간 진화해 환경에 적응했었는지의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생명체들이 달이라는 극한 환경의 초기에 돌연변이를 일으켰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제트백을 회수했을 때 미생물 중 일부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수십 년 동안 달에서 휴면한 후 적절한 조건이 주어졌을 때 생명체가 회복력을 발휘해 부활하는 경우다. 북극에서 발견된 어떤 세균은 수천 년 동안 얼음 속에서 휴면 상태로 있다가 되살아난 적이 있다.

또한 완보동물의 일종인 곰벌레는 밀라노자연사박물관의 이끼표본 안에서 말라비틀어진 상태로 120년 동안 보존되어 있다가 물을 만나자 부활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다. 만약 달에서 수십 년간 버려진 배설물 속의 세균이 부활한다면 매혹적인 연구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킨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하지만 근래 들어 다시 달 탐사 붐이 일고 있다. 올해 초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창어 4호의 무인 로버를 착륙시킨 중국은 연말에 다시 창어 5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2024년까지 유인 달 착륙을 시도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2030년, 러시아는 2031년에 각각 유인 달 착륙을 계획하고 있다. 그 밖에도 많은 국가들이 달 탐사 계획을 줄줄이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6개의 아폴로 호가 착륙한 달의 각 지점들을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바로 그곳에 남겨진 제트백 속의 배설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아폴로 호의 착륙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다시 우주선이 착륙할 경우 제트백 속 배설물의 보존 상태가 손상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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