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9,2019

유전자 편집기술 논란 재점화

CCR5 유전자 돌연변이를 지닌 사람의 사망률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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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을 낮춰주는 것으로 알려진 CCR5 유전자 돌연변이를 지닌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21% 높았다는 논문이 발표돼 유전자 편집기술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

지난해 11월 중국 선전에 있는 남방과학기술대학교 허젠쿠이(He Jiankui) 교수는 에이즈에 걸리지 않도록 유전자 편집을 한 쌍둥이 아기가 태어났다고 발표했다.

유전자 편집기술인 크리스퍼(CRISPR)를 이용해서 HIV가 면역세포를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해 CCR5 유전자에 변이를 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3일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과학자들은 CCR5 유전자 돌연변이는 사망률 21%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라스무스 닐슨(Rasmus Nielsen) 교수는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들어 있는 41만 명의 유전자와 건강기록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CCR5 유전자의 돌연변이 한 쌍을 가진 사람들은 이 돌연변이를 1개만 가지고 있거나 혹은 없는 사람들보다 41세에서 78세 사이의 사망률이 21%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영국인 41만 명의 유전자 데이터 비교 분석

이전의 연구들은 CCR5 유전자 한 쌍이 돌연변이 되면 인플루엔자 감염 후 사망률이 4배 증가하는 것과 연관이 있음을 밝혀냈다. 라스무스 닐슨 교수는 “CRISPR 아기들과 관련된 많은 윤리 문제 이외에, 돌연변이가 가져올 효과를 완전히 알지 못한 채 돌연변이를 도입하는 것은 여전히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신쥬 웨이(Xinzhu Wei)박사는 “한 개의 유전자가 여러 가지 특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환경에 따라 돌연변이의 영향은 상당히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편집에서도 불확실성과 알려지지 않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CCR5 유전자 변이인 CCR5∆32(델타 32)는 CCR5 유전자에 32기 염기쌍이 빠진 것을 말한다. 이 돌연변이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면역세포를 감염시키지 않도록 막아준다. 허젠쿠이는 자연에서 발생하는 돌연변이를 복제할 수 없었지만, 유전자의 일부분을 삭제해서 변이를 일으켰다.

허젠쿠이가 유전자 편집된 아기의 출생을 발표할 즈음, 신쥬 웨이 박사는 영국 바이오뱅크의 자료를 이용하여 유전적 돌연변이를 수명과 연결시키는 연산 도구를 개발하고 있었다.

웨이 박사와 닐슨 교수는 이 연산 도구로 CCR5 유전자를 분석하기로 결정했다. 바이오뱅크는 소위 단일 뉴클레오티드 다형성(SNPs)이라고 불리는 유전자 배열의 백만 개 이상 개별 변이에 대한 세부내용이다.

두 가지 독립적인 방법으로 측정해보니, 두 개의 CCR5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의 사망률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모든 포유류의 유전체는 CCR5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다. 이 유전자가 동물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영국 인구의 약 11%가 CCR5 유전자 돌연변이 한 쌍을 가지고 있으며 이 비율은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더욱 높다.

닐슨 교수는 모든 인간과 대부분의 동물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을 비활성화하는 것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동질 돌연변이를 일으킬 경우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닐슨 교수는 “유기체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성 단백질을 파괴하는 돌연변이는 평균적으로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다면 진화 메커니즘이 오래전에 그 단백질을 파괴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전자 편집 이용 찬반 논란 다시 일어나

이번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많은 과학자들은 허젠쿠이의 유전자 편집에 또다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국립 알레르기 감염성 질환 연구소의 분자 면역학자인 필립 머피(Philip Murphy) 박사는 네이처(Nature)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발견으로 HIV를 예방하기 위해 유전자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 더 많은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의 신경과학자인 알치노 실바(Alcino Silva) 역시 “우리가 아무리 선의의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해도, 우리는 지금 유전자가 하는 일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바는 CCR5 유전자를 무력화하는 것은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제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자동차는 훨씬 더 빨리 달릴 수 있지만, 뇌 발달로 인한 손상의 위험이 더 높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의 유전체를 수정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버드 유전학 교수인 조지 처치(George Church)는 미국 NPR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새로운 기술은 모두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새 기술이 가져오는 혜택과 위험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퍼드 대학의 과학자이자 생명윤리학자 윌리엄 헐버트(William Hurlbut)는 ”허젠쿠이가 중국에서 HIV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했다”며 ”그가 한 일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노력까지 매도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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