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0,2019

과학융합, 협업과 소통이 관건

공공디자인포럼, 과학의 생활화 전략·비전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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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해를 품은 달’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달이 해를 품듯이, 해가 달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처럼 과학이라는 이성에 디자인이라는 감성을 더하면 A급이 될 수 있습니다.”

IT 전공 교수들이 던진 “디자인을 아이티가 품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김경훈 한국과학예술융합학회장의 답변이다. 다소 엉뚱해 보이는 이 문답은 융합을 향한 그의 40여 년 행보를 함축하는 말이다.

지난 25일 서울 밤부씨어터에서는 ‘과학체험의 현황과 미래 실천 방향’이라는 주제로 공공디자인 포럼이 진행됐다. 자리에서 ‘과학의 생활화, 생활의 과학화를 향한 새로운 전략과 비전’에 대해 발표한 김 학회장은 “딱딱한 자료 중심의 발제가 아닌, 40여 년간 해당 분야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주제를 풀어가겠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디자인을 전공했던 김 학회장은 “전시 기획 분야가 유망하다”는 당시 지도교수의 충고에 따라 한 기업의 세일즈 프로모션 파트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쉬운 길은 아니었다. 건축, 기획, 디자인 등 각 분야 전공자들이 모여 있으면서도 정리는 되지 않은, 소위 ‘짬뽕’ 파트였기에 그는 수많은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제작 파트는 각 업무마다 분류가 되어 있기에 자신의 업무만 완료하면 일이 끝나지만, 우리는 매일 회의를 하며 야간작업을 해야만 했습니다.”

지난 25일 서울 밤부 씨어터에서 ‘과학체험의 현장과 미래 실천 방향’이라는 주제로 공공디자인 포럼이 진행됐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지난 25일 서울 밤부씨어터에서 ‘과학체험의 현황과 미래 실천 방향’이라는 주제로 공공디자인 포럼이 진행됐다. ⓒ 김청한 / Sciencetimes

협업 과정에서 피어난 융합의 꽃

아이러니하게도 갈등은 융합의 단초가 됐다. 디자이너, 기획자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모여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전시 기획’ 및 ‘문화 콘텐츠-과학기술’ 융합에 대한 개념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학교로 돌아온 그는 직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융합의 길로 들어서게 됐고, 5년의 시간을 투자한 끝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무한 융합을 표방했던 김 학회장이 이곳에서 강조했던 것은 소통이었다.

“수업을 교실에서 하지 않았습니다. 연구센터에 있는 큰 탁자에서 열댓 명이 모여 앉아 장르와 상관없이 매일 협의를 나눴죠. 모든 콘텐츠가 융합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융합이라는 장르의 필드가 넓구나. 무제한으로 융합 콘텐츠를 개발하고 연구해 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김경훈 한국과학예술융합학회장은 40여 년간의 경험을 풀어놓으며 융합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김경훈 한국과학예술융합학회장은 40여 년간의 경험을 풀어놓으며 융합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과학관 활성화, 소통과 협업이 중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통’과 ‘융합’을 강조한 김 학회장의 이야기는 과학체험의 산실인 ‘과학관’으로 이어졌다.

과학관의 기능은 ‘과학기술 자료의 수집, 조사, 연구, 보존, 전시’, ‘과학기술 교육 프로그램 개설’, ‘과학기술 지식 보급’ 등이다. 김 학회장은 “최근에는 이에 더해 ‘여가’ 및 ‘소통’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라며 “단발성 이벤트나 전시가 아닌, 소통을 이어나가고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전시물의 주기적인 변화도 중요한 부분이다. 김 학회장은 “체험 전시물에 대한 관람객의 관심에는 수명이 있다”라며 “과학관은 같은 전시물을 두 번 보기 위해 오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최대 5년 주기로는 전시물을 교체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예산, 인력 등의 문제로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과학관과 지역 사회의 연계다. 김 학회장은 “과학관은 기본적으로 지역 주민을 고객으로 하는 장소”라며 “지역에 맞게 특화하는 한편, 각종 연계와 융합을 통해 전시 역량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립대구과학관의 사례를 소개했다. 국립대구과학관은 대구시로부터는 자금과 인력, 지역 기업으로부터는 각종 과학 전시물을 지원받고, 지역 학자들과는 화석 발굴 등 과학기술자료 수집 활동을 연계하면서 전시 역량을 높여가고 있다.

기업들과의 협업이 잘 돼 있는 일본의 과학관도 벤치마킹할 만하다. 김 학회장은 1963년 설립된 오사카 과학기술관을 예로 들면서 “기업들과 과학기술단체가 함께 설립한 이곳은 현재도 21개 기업과 6개 단체가 부스를 설치해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협업을 추구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소통과 협업을 바탕으로 과학관의 전시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Pixabay

소통과 협업을 바탕으로 과학관의 전시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Pixabay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과 콘텐츠”

한편 소통을 위해 과학관이 주목할 또 하나의 방법이 도슨트 프로그램의 활성화다. 김 학회장은 “전문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를 과학관에 도입하고 해설 프로그램을 개발해 소통의 양과 질을 모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은퇴한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전문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해설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과학관 내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바탕이 된 자체 개발을 강조했다. 시의성과 지역적 특색을 알맞게 융합한다면 해당 과학관만의 특화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학회장은 “앞으로는 AR 및 VR 체험, 미디어 아트 등 각종 최신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전통적인 전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하지만 아무리 전시 관련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과 콘텐츠다. 과학관의 특색을 살린 방향을 확정하고, 지역 사회 및 타 기관과의 콜라보를 통해 관련 콘텐츠를 확보한다면 발전 가능성은 높다”라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콘텐츠에 무조건 100점이란 것은 없다. 평지에서 머무르지 말고, 높고 멀리 보면서 구름 위, 산 너머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라는 발언을 통해 시각을 넓힐 것을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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