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9,2019

인공지능 패권 중국일까, 미국일까?

과학서평 / AI 슈퍼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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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이푸(Kai-Fu Lee, 李開復 1961~ )는 대만 출신의 벤처캐피탈리스트이다. 동시에 인공지능(AI) 박사이고 기술경영자이면서 작가이다. 현재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다.

리카이푸는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박사 논문을 쓰면서 세계 최초로 독립적이고 지속적인 음성인식 시스템을 개발했다. 애플, SG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서 간부로 일했다.  음성인식 연구개발의 선두에 서다 보니 경쟁관계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을 옮겨 다니면서 일할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배경 덕에 리카이푸는 중국 인터넷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운영하는 시노베이션은 20억 달러를 운용하고,  그의 블로그는 팔로워가 5000만명이 넘는다.

리카이푸 지음, 박세정 조성숙 옮김 / 이콘 값 18,000원

리카이푸 지음, 박세정 조성숙 옮김 / 이콘

이런 리카이푸가 2018년에 쓴 책이 바로 ‘AI 슈퍼파워’이다. 원제목  ’AI 슈퍼파워:중국 실리콘밸리 그리고 새로운 세계질서( AI SUPERPOWERS : China, Silicon Valley, and the New World Order)’ 처럼 인공지능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을 그리고 있다.

인공지능이 세계 질서 바꾼다

중국의 인터넷 검색엔진과 채팅앱 및 온라인 쇼핑 사이트를 구글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또는 아마존과 비교하는 것은 이미 시효가 지난 메뉴이다. 사물인터넷의 확대로 조성된 빅데이터의 엄청난 양과 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의 발달은 종종 ‘대체 우주’라는 말로 표현된다. 리카이푸는 인터넷 시장의 경우 미국이 먼저 주도했지만, 모바일 분야에서는 중국이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을 지적한다.

리카이푸가 묘사한 중국의 변화는 우선 공유자전거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금융문화를 바꾼 모바일 결제는 중국의 도심 거리 풍경도 급속히 바꾸고 있다.

한 때 중국 도심을 휩쓸던 자전거 물결은 자동차의 등장으로 한 물 간 가난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자전거 스타트업 모바이크(Mobike)와 오포(Ofo)가 창업하면서 수천 만 대의 자전거가 중국 도심에 깔렸다. 모바이크는 자전거에 QR코드를 붙이고 뒷바퀴에 온라인 스마트 잠금장치를 달았다. 스마트폰으로 아무 곳에서나 타다가 놓아두면 된다.

모바이크는 창업한 지 3년 뒤인 2018년 27억 달러에 팔렸다. 이 새로운 탈 것은 매우 유용한 사물인터넷 네트워크를 만든다. 불과 2~3년 만에 중국 도심을 바꾼 자전거 물결은 데이터의 풍성함을 더했다.

리카아푸는 중국의 기술 신세계가 선사할 가장 위대한 부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고 본다. 모바이크와 유사한 스타트업들이 만들어낼 거대한 데이터가 훗날 인공지능 혁명의 원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리카이푸는 인공지능의 물결을 4개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인터넷 AI이고, 두 번째 물결은 기업 AI이다. 이 분야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이어 나타나는 지각 (perception) AI와 자율행동(autonomous) AI는 중국이 패권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새로운 통찰력은 의외의 곳에서 찾아온다. 2013년 그는 림프종 4기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앞두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한자로 유언장을 작성했다. 대만의 법률에 따라 직접 손으로 적어야했다.

암 치료받고 새 가치 깨달아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려는 탐구심에 빠져 기계처럼 생각하면서 가족에게까지 차갑게 대했던 리카이푸의 인생에 처음으로 가장 큰 변곡점이 나타난 셈이다.

다행히 생명은 연장됐다. 삶의 우선순위를 바꿔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소셜미디어 하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직접 찾아온 젊은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리카이푸 ⓒ 위키피디아

리카이푸 ⓒ 위키피디아

질병은 리카이푸에게 새로운 가치를 깨닫게 했다.

이세돌은 2016년 알파고와의 바둑 시합에서 1대 4로 패배했다. 그 이듬해 중국 바둑의 1인자로 꼽히는 커제도 역시 인공지능 바둑에게 비참하게 졌다. 이 시합에 열광했던 중국인들은 커제가 가슴을 치면서 괴로워하다가 쓰라린 패배를 당하자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같이 울었다.

그렇다면 누가 승자일까? 게임은 인공지능이 이겼을지 모르지만, 진정한 승자는 커제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알파고는 승리의 쾌감과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기쁘다고 얼싸안고 감격을 누릴 대상도 없다.

인공지능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물질의 필요도 채워주고, 변호사나 의사 보다 더 똑똑하게 일을 도와줄지 모른다. 그러나 단 한가지는 오직 인간만이 만들고 나눌 수 있다. 너무나 통속적이지만, 동서고금을 통털어서 변함없는 진리인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2018년 9월 28일 P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리카이푸는 “모든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결코 창의력이나 공감의 능력은 없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정치적인 역학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인공지능이든 반도체나 통신이든 간에, 국제관계에서는 기술과 빅데이터만이 승패를 결정하지 않는다. 세계 패권을 둘러싼 경쟁은 정치력과 군사력의 요소가 작용해서 의외의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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