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0,2019

기계장치로 구현한 생(生)의 움직임

‘과학안의 예술’ 전시회 26일까지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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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때론 기괴하고 독선적이다. 과학은 가끔씩 난해하고 불친절하다. 때문에 우리는 이 둘을 좋아하면서도, 이따금씩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기괴한 예술과 불친절한 과학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기괴함은 독창성으로, 난해함은 전문성으로 바뀌면서 거리감이 없어지곤 한다. 인사동에 가면 그 신기한 느낌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지난 10일부터 인사아트센터에서는 ‘보고 듣고 느끼는 과학안의 예술’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이곳에서의 한바탕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을 통해 과학과 예술이 꽤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유명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이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김청한 / Sciencetimes

유명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이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예술가의 독창성, 과학기술을 품다

이번 전시회는 크게 3가지 섹션으로 나눠져 진행되고 있다. 본 전시장인 인사아트센터 1층에서는 ‘NOVELTY: 새로움, 참신함, 신기함’이라는 주제로 전시된 창의적인 예술-과학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백남준 작가의 ‘피버 옵틱’. TV를 오토바이에 싣고 질주하는 로봇의 모습이 익살스럽다.  ⓒ 김청한 / ScienceTimes

백남준 작가의 ‘피버 옵틱’. TV로 이뤄진 로봇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이 익살스럽다. ⓒ 김청한 / ScienceTimes

그 첫 만남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로 유명한 백남준 작가의 ‘피버 옵틱’이다. 1960년대 이미 포트란 코딩을 시도하고, 전자회로 관련 기술을 공부하는 등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시도한 그의 작품은 ‘과학안의 예술’이라는 이번 전시의 주제를 표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TV로 이뤄진 로봇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이 익살맞다.

이 밖에도 예술가의 독창성을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구현한 독특한 작품들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은 최우람 작가의 키네틱아트 ‘Varietal Urvanus Female’이다. 우주에서 날아온 외계 생명체 같은 이 작품에 끌려 다가가면, 마치 살아있는 꽃처럼 피었다 지는 모습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최 작가는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바탕으로 한 제어시스템을 도입했다.

최우람 작가의 키네틱아트 작품. 마치 살아있는 꽃처럼 피었다 지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김청한 / Sciencetimes

최우람 작가의 키네틱아트 작품. 마치 살아있는 꽃처럼 피었다 지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김청한 / Sciencetimes

과학과 예술의 용호상박, 관람객 사로잡아

1층의 전시가 주로 ‘보고’ ‘듣는’ 작품들이었다면, 2층 ‘전승일, 이석연의 꼭두 오토마타’에서는 ‘만져보는’ 경험을 통해 좀 더 직관적으로 예술과 과학의 만남을 체험할 수 있다.

오토마타란 스스로의 뜻대로 움직이는 작품들을 말한다. 센서로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달리는 호랑이, 버튼을 누르면 힘찬 몸부림을 보이는 용이 말 그대로인 ‘용호상박’의 기세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석연 작가의 ‘나비의 꿈’. 오른쪽 끝에 위치한 손잡이를 돌리면 정교하게 연결된 각 오브젝트들이 생명력을 얻는다. 김청한 / Sciencetimes

이석연 작가의 ‘나비의 꿈’. 오른쪽 끝에 위치한 손잡이를 돌리면 정교하게 연결된 각 오브젝트들이 생명력을 얻는다. ⓒ 김청한 / Sciencetimes

버튼을 누르면 힘찬 몸부림을 치는 용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김청한 / Sciencetimes

버튼을 누르면 힘찬 몸부림을 치는 용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오토마타의 핵심은 회전 운동, 왕복 운동 등 물리적인 움직임을 정교하게 구성해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예술가는 이를 통해 이미 생명을 잃어버린 나무에 다시 한 번 생(生)을 불어넣는다. 농악을 연주하는 놀이패의 흥겨운 춤사위, 연인을 기다리는 애타는 몸짓이 기계장치를 통해 그 생명력을 얻는다.

한편 실제 오토마타 제작을 통해 작품을 이해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으니, 아이들에게는 더욱 즐거운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오토마타 제작을 통해 작품을 이해하는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김청한 / Sciencetimes

실제 오토마타 제작을 통해 작품을 이해하는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도심 한복판서 즐기는 환상적인 우주여행

마지막 세션인 3층 ‘도심에서 별을 보다’에서는 잃었던 동심을 되찾을 수 있다. 이제는 서울 하늘에서 찾아보기 힘든 밤하늘 별자리를 도심 한복판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우주와 별을 가득 담은 사진 작품은 물론 천문대에서 실제 사용하는 망원경, 천체관측 기계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별자리 투영기, 광섬유 우주 만들기 체험이 준비돼 있다.

윤영석 작가의 ‘나의 이클립스’. 관람객의 위치에 따라 달의 위치도 바뀐다. 김청한 / Sciencetimes

윤영석 작가의 ‘나의 이클립스’. 관람객의 위치에 따라 작품의 이미지가 바뀐다. ⓒ 김청한 / Sciencetimes

3층 전시의 핵심은 플라네타륨 체험 공간이다. 컴컴한 공간 곳곳에 떠 있는 각종 구체와 우주 영상들은 잠시 우주에 빠진듯한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특히 3m 크기의 플라네타륨 돔에 들어가면 정말 편한 자세로 별자리 여행을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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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우주에 빠진듯한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플라네타륨 체험 공간.  김청한 / Sciencetimes

잠시 우주에 빠진듯한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플라네타륨 체험 공간. ⓒ 김청한 / Sciencetimes

해시태그 작품 설명이 주는 의미는?

이번 전시에서 전체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각종 체험 등을 통해 과학과 예술을 친근하게 이해시키려는 고민의 흔적이다. 이는 예술을 널리 알리고 공유하기 위한 기획자의 고민에서 비롯됐다.

그 대표적인 시도가 작품 설명의 차별화다. 기존의 구구절절한 작품 설명 대신 해시태그를 활용한 직관적인 작품 설명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시태그를 활용한 직관적인 작품 설명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청한 / Sciencetimes

해시태그를 활용한 직관적인 작품 설명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이수경 기획자는 “인사아트센터는 그간 전통적인 예술 전시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계기로 기존 방식을 벗어나 좀 더 다양한 형식으로 예술과 과학을 알리는 한편, 관객들과의 소통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26일까지 진행되며, 체험은 매 시 정각 및 30분에 예약제로 진행된다. 무엇보다 어렵지 않게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잠시 시간을 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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