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17,2019

해에 가장 접근하는 행성 파에톤

이름들의 오디세이(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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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에 한국천문연구원(KASI)이 소행성 3200 파에톤(Phaethon)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밝히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파에톤 소행성은 ‘1566 이카루스’ 소행성처럼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청년의 이름을 딴 소행성이다.

파에톤은 헬리오폴리스(Heliopolis, ‘해의 도시’라는 뜻)에서 홀어머니 클뤼메네(Clymene)를 모시고 사는 청년이었다. 아버지 없이 사는 자신의 처지가 원망스러웠던 청년은 어느 날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누구인지 캐물었다. 클뤼메네는 해의 신 헬리오스가 아버지라고 일러준다. 파에톤은 당장 아버지를 만나러 길을 나선다.

자신이 고귀한 자의 숨겨놓은 아들이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간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리스 신화의 테세우스도 그랬고,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유리왕도 그랬다.

아들이 천신만고 끝에 아버지를 찾아갔을 때, 아버지들은 ‘네가 내 아들이라는 증거를 내보이라’는 야속한 요구를 한다. 그래서 테세우스는 가죽신과 칼 한 자루를, 유리왕은 부러진 칼을 인색한 아비에게 증표로 내보여야 했다.

하지만 헬리오스 부자는 달랐다. 헬리오스는 파에톤이 나타나자 아들임을 알아보았다. 오히려 아들임을 입증하라고 나선것은 파에톤이었다. 이에 헬리오스는 내가 내 아비인 증거는 ‘네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파에톤은 헬리오스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타고 다니는 ‘해차(the chariot of the sun)’를 몰아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헬리오스의 ‘해차’.  ⓒ 위키백과

헬리오스의 ‘해차’. ⓒ 위키백과

헬리오스는 이 소원을 듣고 깜짝 놀란다. 하지만 굳은 약속을 한 헬리오스는 아비가 몰기에도 힘에 부치는 해차를 모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하다고, 그 어리석은 소원을 철회하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파에톤은 물러서지 않았다.

다음 날 여명 무렵,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마음을 돌리려는 아버지를 뒤로하고 파에톤은 해차에 오른다. 말고삐가 헬리오스의 손을 떠나 해차가 출발하자 아들은 눈물로 아들의 앞을 막아 선 아버지가 옳았다는 것을 바로 깨닫는다. 늘상 끌고 다니는 해차의 무게가 가벼워진 말들은 훨씬 빨리 달리기 시작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통제하는 손이 느슨하고 약하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말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 맘대로 날뛰기 시작한다.

해차는 정해진 해의 길을 벗어나 때로는 너무 낮게, 때로는 너무 높게 달리고 만다. 해가 땅에 가까워지자 지상은 때아닌 폭염에 시달리고, 거대한 땅이 사막으로 변하고, 해차가 낮게 스쳐간 아프리카 땅에 살던 사람들은 열기에 거슬려 검게 되고 말았다고 그리스신화는 전한다.

반대로 해차가 너무 높이 올랐을 때는 하늘 궁전에서 사는 신들이 때아닌 열기에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참다 못한 신들이 제우스에게 달려가 제정신이 아닌 해차를 어찌해달라고 읍소한다. 제우스는 무슨 일인가 살펴본 후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 해차에 번개 한 줌을 휙 던진다. 그 번개에 맞아 인간 파에톤은 목숨을 잃고 말았다.

파에톤의 추락.어머니클뤼메네가 보인다.요한 리스.

파에톤의 추락.어머니클뤼메네가 보인다.요한 리스.ⓒ 위키백과

그리스 신화에서 불행을 자초한 젊은이로 낙인찍힌 파에톤은 오랜 시간이 지나 마차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유행했던 덮개 없는 경량 마차에‘페이튼(Phaeton)’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가벼운 차체에 큰 바퀴 4개가 붙은 이 마차는 말 한두마리가 끌었다.

마차는 아주 빨리 달릴 수가 있어 자칫 잘못하면 승객이 마차에서 떨어질 위험이 컸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해의 전차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은 파에톤의 이름이 붙은 것일까?일설에는 Phaeton 이란 이름 자체에 빛이란 의미가 있다고 한다.

페이튼 마차 ⓒ 위키백과

페이튼 마차 ⓒ 위키백과

1900년대~193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자동차의 이름에도 페이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러한 자동차들은 차체가 작아 2명이 승차했다. 말 없는 페이튼 마차 모양이라 ‘페이튼’이라 불렸던 것으로 보인다.

2002년에 독일 폭스바겐 자동차 사도 새로운 승용차 모델에 ‘페이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00년 전에 유행했던 자동차 ‘페이튼’의 이름을 되살린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 페이튼. ⓒ 박지욱

폭스바겐 페이튼. ⓒ 박지욱

1983에 발견되어 ‘1983TB’로 불렸던 소행성은 1985년에 파에톤(3200 Phaethon)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파에톤이라 부른 이유는 이 소행성이 ‘해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기 때문이다. 파에톤은 고유명사 형식의 이름이 붙은 소행성 중에는 해에 가장 근접한다. 최근접 거리는 수성 궤도의 훨씬 안쪽인 0.14AU(1AU는 지구~태양의 평균 거리로 대략 1억 5000만 Km를 뜻한다)로 수성의 최근접 거리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가깝다. 파에톤의 발견 덕분에 ‘1566 이카루스’는 해에 가장 가까이 가는 소행성 타이틀을 잃었다.

파에톤 역시 이카루스처럼 수성, 금성, 화성, 그리고 지구의 공전 궤도를 들락거린다. 그리고 지구에도 꽤 가까이 다가오는 천체다. 지구에 0.3AU 이내로 접근하는 천체를 ‘지구근접천체(NEO, near-Earth object)’ 라 부른다.

지구에 가까이 다가와도 너무 작은 것들은 별똥별로 대기권 진입 중 타버리고 운석으로 지표면에 도달하지만 제법 큰 것들은 지구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런 위험한 천체들은 ‘지구위협전체(PHO, potentially hazardous object)’라 부른다.

이카루스를 밀어내고 등극한 파에톤, 직경 5.8km로 이카루스의 4배 정도 크기이며,  2017년에는 40년 만에 지구에 다가와서 1000만 km 거리로 지구를 스쳐갔다(지구~달거리의 27배). 물론 파에톤도 PHO에 속한다.

하지만 파에톤 덕분에 우리는  12월 중순에 쌍둥이자리 유성우를 볼 수 있다. 파에톤의 모성(母星)이 부스러지면서 남은 작은 암석이나 얼음덩어리들이 지구 대기권으로 끌려들어 오면서 밤하늘에서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파에톤의 모습은 특이하게도 다이아몬드처럼 생겼다고 한다.

한편 3년 후인 2020년에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파에톤에 탐사선을 보낼 예정이다.

3200 파에톤. ⓒ 위키백과

3200 파에톤.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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