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1,2019

종이접기 장인이 나사에 간 이유는?

구조물·망원경 등의 부피 최소화에 종이접기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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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속 에어백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두 가지 모두 임무를 수행하기 전까지는 접혀 있어야 한다. 에어백은 차량 내부에, 제임스 웹 망원경은 로켓 안에 접어 넣는다. 아무렇게 접을 수는 없다. 종이접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종이접기는 동서남북 놀이를 하거나, 종이학을 접는 것 이상의 활용성을 가지고 있다. 현대 우주 과학과 공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종이접기를 접목하고 있다. 그중 가장 의외의 성과를 보인 분야가 우주 과학이다.

미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는 태양 전지판의 부피를 최소화 할 방법으로 종이접기 패턴을 연구했다.  ⓒ NASA/JPL-Caltech

미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는 태양 전지판의 부피를 최소화 할 방법으로 종이접기 패턴을 연구했다. ⓒ NASA/JPL-Caltech

우주 과학에 종이접기를 최초로 도입한 사람은 일본의 천체물리학자 미우라 코료(Miura Koryo)이다. 그는 우주 미션을 수행할 장치의 부피와 크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종이접기 기술에 주목했다.

우주로 향하는 미션에는 커다란 제약이 따른다. 물건을 싣고 갈 로켓에 따라 무게와 부피의 한계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로켓 발사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미우라 코료 박사는 네모난 면의 반대편 두 모서리를 잡아당기면 쉽게 펼칠 수 있도록 종이접기 패턴을 개발했다. 평평하고 넓은 면을 아주 작게 접을 수 있어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이 패턴은 다방면에 활용도가 높아 미우라 패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95년 미우라 패턴으로 접은 태양열 전지판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일본의 스페이스 플라이어 유닛(Space Flyer Unit) 위성의 전력 공급 장치인 태양열 전지판이었다. 종이접기의 가능성이 확인된 첫 번째 신호인 셈이다.

이후 많은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우주로 보낼 부품, 기기, 구조물의 크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종이접기 기술에 주목했다.

종이접기, 어떻게 응용됐나?

2000년대 초반에는 종이접기 패턴을 이용해 거대한 렌즈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캘리포니아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가 접이식 대형 렌즈를 제작하기 위해 종이접기 장인을 찾았다. 그들은 로버트 랭(Robert Lang)과 함께 협업했다.

로버트 랭은 미항공우주국(NASA)의 엔지니어로 일하던 중 종이접기의 매력에 빠져 종이접기 장인이 됐다. 이들은 72개의 조각으로 구성된 5m 크기의 렌즈를 작은 원기둥 모양으로 깔끔하게 접는 데 성공했다. 목표는 100m 지름의 렌즈를 3m 원기둥 모양으로 접는 것이었다. 이후 아쉽게도 자금을 지원받지 못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후 나사는 종이접기를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며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2013년, 나사 제트 추진 연구소는 종이접기를 활용해 우주 거대 구조물 중 하나인 태양 전지판을 축소하는 데 성공했다. 25m 지름의 전지판을 2.7m 크기로 1/10 축소한 것이다. 브리검 영 대학교(Brigham Young University in Provo, Utah)와 종이접기 장인인 로버트 랭과 공동 개발한 결과다.

제트추진연구소에서 개발했던 거대 구조물이 하나 더 있다. 지름 26m 크기의 거대한 해바라기 모양의 스타쉐이드(Starshade)이다. 스타쉐이드는 밝은 별빛에 가려진 외계 행성을 관측하기 위해 개발된 장치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접기 패턴을 고안했다. 마치 꽃잎이 돌돌 말려 접혀있는 방식이다.

나사는 현재 개발 중인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도 접어서 발사할 계획이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지금까지 우주에 올라간 것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망원경의 크기가 비행기(보잉사 737모델)와 비슷하다.

제임스 웹 망원경의 주경은 1.3m 육각 조각 거울 18개를 합쳐 만들었다. 전체 주경의 모습도 육각형이다. 왼쪽과 오른쪽 가장자리의 조각 거울은 접어서 뒤로 보내고, 주경과 부경을 고정할 지지대 역시 접힌 채로 올라간다. 전체 구조의 하단에는 선쉴드가 망원경을 받치고 있다. 선쉴드는 테니스장 크기로 이 역시 돌돌 말아 접힌 상태에서 발사된다. (동영상 링크)

종이접기가 응용될 분야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우주 정거장, 우주 기지 건설, 화성 유인 탐사 등 미래 우주 미션에서도 부피를 압축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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