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1,2019

조선의 궁궐에서 과학을 만나다

국립고궁박물관과 조선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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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관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과학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하지만 조선시대는 어땠을까? 세종대왕의 과학 기술에 대한 업적은 익히 알고 있지만,  어떻게 개발하고 활용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경복궁에서 찾아볼 수 있다. 광화문과 경복궁 흥례문 사이에는 국립고궁박물관이 위치해 있는데, 그중에서도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장소가 있다. 바로 지하에 마련된 ‘과학문화관’이다.

과학문화관은 세종대왕의 과학 업적을 기리기 위한 곳으로 세종 즉위 600년을 맞아 개편이 진행돼 2018년 4월 새롭게 개관했다. 측우기, 자격루, 앙부일구 등을 비롯해 과학과 관련된 유물 약 50여 점이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이 유물들을 통해 조선왕조와 과학(기술)의 관계를 알 수 있다.

과학문화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조선시대의 과학은 통치자의 정당성 부여 및 사회 안정을 위한 수단이었다. 또한 국왕은 민생안정과 부국강병을 위해 과학기술 연구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고 한다. 즉, 세종대왕은 백성들을 통치하고, 그들의 주된 일거리인 농업을 장려하는 데 무엇보다 과학기술을 활용했다.

4개 분야로 나뉘어 전시된 과학기술 유물

과학문화관에는 특히 세종대왕의 대표적인 과학적인 업적들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조선왕조의 문화로서 조선 전체를 관통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과학문화관에는 조선왕조를 대표할만한 중요한 과학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유물들은 총 4개 분야(천문, 무기, 도량형, 의학)로 구분되어 있다.

그중 천문의 비중이 가장 크다.  고대에는 별의 움직임에 따라 인간 세상의 길흉화복을 점치곤 했으니, 다른 학문보다 천문학을 중요하게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조선의 왕들은 태양과 달, 별과 행성은 운행과 같은 천문현상을 관측하여 하늘의 뜻을 파악하기도 했다.

천문 분야의 유물 중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는 조선왕조를 대표하는 과학적인 업적 중 하나다.

중국의 순우천문도(1247)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석각천문도로 그 가치도 대단하다.

당시 천상열차분야지도를 통해 백성들에게 정확한 시각과 절기를 알려줌으로써 백성들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조선 건국의 상징성이 담겨있다. 태조 이성계는 개국 4년 만에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제작해 보였다. 이를 통해 조선왕조가 하늘의 뜻을 받들어 개국된 왕조임을 드러냈다. 또한 천문학을 섬긴 선대왕들이 보인 바른 정치를 따라가겠다는 일종의 선언이기도 했다.

천문 분야에는 천상열차분야지도 말고도 앙부일구, 혼천의, 자격루로 대표되는 조선의 다양한 시계들이 전시되어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과학문화실의 천상열차분야지도. 중국 순우천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석각처문도이다. ⓒ ScienceTimes

국립고궁박물관 과학문화실의 천상열차분야지도. 중국 순우천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석각천문도이다. ⓒ ScienceTimes

동의보감(1610)으로 대표되는 조선의 의학 관련 유물도 과학문화실에 전시되어 있다.

조선시대에는 국왕이 백성들에게 의료를 베푸는 것을 어진 정치의 한 방도로 여겼다. 이에 대부분의 왕들은 의학 연구에도 큰 관심을 가졌고, 궁 안에 내의원(內醫院), 전의감(典醫監), 혜민서(惠民署) 등을 설치해 운영했다. 이곳에서는 환자의 치료와 더불어 의학 연구와 교육 그리고 약재를 관리했다.

꾸준히 발전했던 조선시대의 의학은 향약집성방(1433), 의방유취(1433)를 거쳐 동의보감으로 이어졌다.

의학 관련 유물로는 동의보감을 비롯해 당시 의학 공부를 위해 인체모형에 경혈을 그린 청동인체상, 약재를 가는 기구였던 약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 밖에도 과학문화관에는 상업 활동 등에서 물품의 가치를 비교하거나 조세와 공납의 양을 재는 수단이 되었던 도량형 분야의 유물 등도 전시되어 있다. 또한 부국강병을 위해 전쟁에서 활용되거나 왕의 권위를 상징하곤 했던 무기들을 다수 전시하고 있다.

왕실과 과학은 밀접한 관계였다?

언뜻 보면 고궁박물관에 과학문화관의 존재는 의아하게 보일 수 있다. 고궁의 유물을 다루는 박물관에 웬 과학인가? 중요한 것은 과학문화관의 유물이 모두 왕과 관련이 깊은 유물이라는 점이다.

즉, 고궁박물관은 과학문화관을 통해 조선의 왕이 과학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과학문화관이라는 이름을 통해 과학이 궁궐의 문화 중 중요한 요소였음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여러 유물을 통해 조선의 과학이 우수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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