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09,2019

하이드로겔 훈련시켜 인공근육 만든다

인간 유사 근육 가진 로봇, 의학 임플란트 소재로 활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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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골격 근육은 강하고 부드러우며 수분이 풍부한데다 피로에도 강하다. 이런 독특한 특성 때문에 물질 연구자들은 생체 근육에서도 새로운 소재의 힌트와 영감을 얻으려 하고 있다.

이같은 특성들을 구현할 수 있다면 앞으로 인간과 유사한 근육을 가진 로봇 제조나 새로운의학 임플란트 재료 등의 여러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최근 미국 매서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합성 친수성 고분자인 하이드로겔에 이런 특성을 부여하는 방법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바로 격렬한 운동(workout)을 통해 소재를 훈련시키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수조에서 스트레칭을 통해 마치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운동을 하는 것처럼 하이드로겔을 훈련시켰다.

기계적으로 훈련된 하이드로겔 인공 근육은 인체 골격근육과 유사한 피로 저항 메커니즘인 정렬된 나노섬유로 손상이나 균열 전파에 저항성을 보인다. 현미경으로 본 하이드로겔 인공 근육 미세구조. 사진 위는 절단된 모습. 절단되지 않은 나노섬유들을 손상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CREDIT: Image: Ji Liu, Shaoting Lin, and Xinyue Liu

기계적으로 훈련된 하이드로겔 인공 근육은 인체 골격근육과 유사한 피로 저항 메커니즘인 정렬된 나노섬유로 손상이나 균열 전파에 저항성을 보인다. 현미경으로 본 하이드로겔 인공 근육 미세구조. 사진 위는 절단된 모습. 절단되지 않은 나노섬유들을 손상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Image: Ji Liu, Shaoting Lin, and Xinyue Liu

 

“소프트 로봇과 생체 소재로 활용”

이 훈련은 하이드로겔 내부의 나노 섬유를 정렬시켜 강하고 부드러우며 수분을 함유한 물질을 창출했다. 실험 결과 수천 번의 반복적인 운동에도 불구하고 망가지거나 피로감을 보이지 않았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수아니 자오(Xuanhe Zhao) MIT 기계공학과 부교수는 훈련 실험에 쓰인 폴리비닐알코올(PVA) 하이드로겔은 잘 알려진 생체적합 소재로, 의료용 임플란트와 약물 코팅 등 여러 응용분야에 쓰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에서 말한 네 가지의 중요한 속성을 지닌 소재는 지금까지 고안되거나 만들어진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자오 교수팀은 이번 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3D 프린팅을 이용해 하이드로겔을 근육과 같은 특성을 갖도록 훈련시킬 수 있는 다양한 모양을 만드는 이 연구에 대해 기술했다.

자오 교수는 이 소재가 미래에 “소프트 로봇은 물론 심장 판막과 연골 대체물, 척추 추간판 같은 생체 임플란트 재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드로겔에 강도 갖추기 훈련

근육이나 심장 판막과 같이 엄청난 하중을 견디는 자연 생체조직들은 소재 연구자들에게 생물학적 영감을 준다. 그러나 생체조직의 이런 모든 특성을 동시에 갖춘 물질을 고안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게 자오 교수의 지적이다.

예를 들면, 고도로 정렬된 섬유를 이용해 강도가 강한 하이드로겔을 설계할 수 있으나 근육처럼 유연하지 않거나, 인간에게 적합한 수분 함량을 갖지 못 하는 게 문제다.

하이드로겔 인공 근육에 대한 주기적인 부하 실험.  CREDIT: MIT News

하이드로겔 인공 근육에 대한 주기적인 부하 실험. CREDIT: MIT News

자오 교수는 “인체 대부분의 조직들은 거의 70%가량의 물을 함유하고 있어 인체에 이식하려는 생체소재들은 수분 함량이 높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하이드로겔이 파괴되기 시작하는 피로점을 찾기 위해 이 소재에 반복적인 기계적 부하 실험을 수행했다. 그런데 반복 훈련이 실제로는 하이드로겔을 강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랐다.

 

기존의 이해와 상반되는 현상

논문 제1저자인 샤오팅 린(Shaoting Lin) 연구원은 기계적 훈련으로 인체 근육과 같은 하이드로겔을 만들 수 있다는 이번 발견은 우연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반복적으로 부하를 가하자 하이드로겔이 강화되는 현상은 지금까지의 하이드로겔 피로 파괴에 대한 이해와는 상반되는 것으로, 인체 근육이 훈련 뒤에 강화되는 메커니즘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것은 어떻게 해서 가능할까?  훈련 전 하이드로겔을 구성하는 나노섬유는 방향이 무질서하게 배열돼 있다.

린 연구원은 “훈련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우리가 나노섬유를 정렬시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며, “이 정렬은 반복되는 운동을 통해 인체 근육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 훈련은 하이드로겔의 힘을 강화시키고 피로 저항성을 증대시켰다. 네 가지의 핵심 특성은 1000회의 스트레칭 시험 뒤에 나타났고, 몇몇 하이드로겔은 3만회의 스트레칭 시험도 견뎌냈다. 훈련받은 하이드로겔의 인장강도는 훈련을 받지 않은 하이드로겔보다 약 4.3배 증가했다.

이와 함께 훈련받은 하이드로겔은 부드러운 유연성을 나타냈고, 84%라는 높은 수분 함량을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이끈 MIT 기계공학과 자오 부교수 CREDIT: Zhao Lab / MIT

연구를 이끈 MIT 기계공학과 자오 부교수 ⓒZhao Lab / MIT

 

이론보다 10~100배 피로 저항성 높아

연구팀은 하이드로겔이 인상적인 항피로(anti-fatigue) 특성을 나타낸 원인을 찾기 위해 다초점 레이저 주사 현미경(confocal microscopy)을 이용해 훈련시킨 하이드로겔을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나노섬유를 수직으로 절단한 다음 현미경 하에서 섬유를 염색해 하이드로겔이 절단에 의해 어떻게 변형됐는지를 살펴본 결과, 균열 고정(crack pinning)이라는 현상이 피로 저항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정렬된 섬유 가닥을 하나씩 파괴하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저항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훈련된 하이드로겔은 레이크-토머스 이론이 예측하는 유명한 피로 한계점을 깨뜨렸다. 이 이론은 PVA 하이드로겔을 구성하는 것과 같은 단일층의 비정형 고분자 체인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이론이다.

자오 교수팀은 훈련된 하이드로겔이 이 이론에 의해 예측된 것보다 10~100배 더 피로 저항성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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