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1,2019

암호 화폐는 정말 ‘버블’이었을까?

정지훈 교수의 ‘미래를 여는 과학기술’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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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2월 비트코인 가격이 2000만 원을 돌파하자 암호 화폐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는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비트코인 외에도 수많은 암호화폐의 몸값이 덩달아 오르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이후 비트코인은 추락을 거듭하다 최근 600만 원대까지 폭락했다. 다른 암호 화폐들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거품이 폭삭 꺼진 것.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과 교수는 “암호화폐의 역사를 보면 마치 2000년대 ‘닷컴’ 버블을 보는 것 같다”라며 “새로운 기술이 대중들 앞에 나타났을 때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라고 말했다.

정지훈 교수는 '대한민국 과학축제 - 미래를 여는 과학기술 강연을 통해 블록체인이 탄생하게 된 흥미로운 과정과 앞으로의 미래를 조망했다.

정지훈 교수는 ‘대한민국 과학축제 – 미래를 여는 과학기술 강연을 통해 블록체인이 탄생하게 된 흥미로운 과정과 앞으로의 미래를 조망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닷컴 버블’과 지금의 ‘블록체인’은 닮은꼴    

지난 2000년대 초는 미국을 중심으로 IT 문화가 발달하면서 인터넷 기반 기업들이 급성장한 시기였다. IT 산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이들 기업의 가치 또한 치솟았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부실한 기업들도 열풍에 섞여 투기 대열에 합류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큰 ‘거품’이 생성됐다.

정지훈 교수는 과거 2000년대 세계를 휩쓸고 간 ‘닷컴 버블’을 ‘암호화폐의 버블’과 비교했다. 암호화폐와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관련 기업에도 투자가 비정상적으로 과열되면서 거품이 있었다는 것.

그렇다면 그 모든 것들이 전부 ‘버블’이고 앞으로 미래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까?

블록체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최근 IT업계에서는 블록체인이 모든 영역을 해결할 수 있는 만능 열쇠로 생각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 Pixabay.com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심각한 버블을 양산시켰다. ⓒ Pixabay.com

정지훈 교수는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신기술이 널리 퍼져서 대중들이 사용하게 되면 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라며 “아마존, 구글, 네이버, 다음 등 살아남은 닷컴 기업들이 지금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이 블록체인 업계도 이러한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미래라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라며 신기술이 널리 퍼져서 대중들이 사용하게 될 때 미래의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풀어나갔다.

그가 보는 블록체인은 ‘저항’과 ‘자유’의 산물이다. 정 교수는 블록체인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80년대 시대상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980년 대에는 ‘사이버펑크(cyberpunk)’라는 문화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사이버 펑크란 자동제어기술을 뜻하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불량배를 뜻하는 ‘펑크(punk)’가 결합된 용어로 정보통신기술 독점에 대항하고 저항하는 이들이나 이러한 문제를 다룬 과학 예술 문화 영역을 일컫는다.

정보를 독식하는 세력에 저항하기 위해 만든 화폐, 비트코인

조지 오엘의 소설 ‘1984’에서 나오는 전체주의의 상징 ‘빅 브라더’에 저항하는 것과 같이 첨단 기술이 보급되면 미래에는 이로 인한 반란이나 저항이 나타날 수 있음을 상상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저항하는 인터넷과 공유문화를 퍼뜨리기 위한 사람들이나 약간은 거친 접근 방식으로 자유를 획득하려는 해커그룹들이 존재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정지훈 교수는 “과학기술이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라며 “과학과 기술이 흥미롭다고 그것만 보지 말고 사회를 공부해야한다”고 조언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정지훈 교수는 “과학기술이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라며 “과학과 기술이 흥미롭다고 그것만 보지 말고 사회를 공부해야한다”고 조언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이들은 ‘사이퍼펑크(cypherpunk)’로 발전했다. 사이퍼펑크는 수신자들이 해독할 수 있는 암호로 정보를 보내는 사람을 뜻한다.

NSA(국가 안전 보장국)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암호화와 관련된 다양한 문서들을 사람들에게 배포한 존 길모어나 당대 최고의 암호화 소프트웨어를 오픈 소스로 공개한 필 짐머만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와 미국 국가 안보국(NS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저항과 폭로의 아이콘이 됐다.

이들의 저항의식은 전 세계에 문화적 파급력을 일으켰고 암호체계 또한 독점하는 세력이 있으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암호 업계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한동안 잊어졌던 사이퍼펑크는 1998년 ‘리먼 사태’라는 초유의 금융 대란을 겪으면서 다시 움텄다. 전 세계 금융시장과 부동산 시장을 강타했던 이 사건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실직하고 생명을 버리는 등 극단적인 사례가 속출했다.

하지만 사태가 수습된 후 사건의 진원지였던 미국 내 금융기관의 임원들은 이전 보다 더 많은 연봉과 퇴직금을 받으며 더 큰 부를 축적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지훈 교수는 “암호 업계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원인이 금융의 ‘중앙 집중화’에서 비롯됐다고 깨달았다”라며 “이들이 개인에게 주도권이 있는 ‘화폐’를 만들어보자고 시도한 결과가 바로 비트코인”이라고 말했다.

초기에는 아무도 이를 화폐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없었기에 거래도 없었고 가치도 낮았다. 그러다 2009년 10월이 돼서야 두 계정 사이에 최초로 디지털 거래가 일어난다. 그다음 해 5월에는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2판과 교환한 사례가 기록된다.

정 교수는 “블록체인은 인터넷의 역사와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라며 “거품은 터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시 버블에서 살아남은 닷컴들은 지금 천 배, 만 배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이 문제인지를 살피고 고치며 기술을 발전시킬 때 신기술은 미래 사회를 획기적으로 변화 시킨다”라며 “이러한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학이나 원리만 공부하지 말고 인문 사회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상호 융합된 지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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