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0,2019

기후변화가 ‘침묵의 봄’ 만드나

북미 주요 철새 서식지 위기 상황

인쇄하기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스크랩
FacebookTwitter

2013년 늦여름, 이집트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한 어부가 이상한 황새를 한 마리 발견했다. 다른 새들과 달리 몸에 어떤 전자장치 같은 게 부착되어 있었던 것. 어부는 그 황새를 붙잡아 경찰에 넘겼는데, 이후 그 황새는 서방 세계가 보낸 ‘스파이 황새’로 유명세를 치렀다.

당시 이집트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이 민주화 시위에 의해 막을 내리고, 이후 집권한 모르시 정권도 1년 만에 무너지면서 군부가 위임통치를 하고 있었다. 이처럼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반미 감정과 서방 세계에 대한 불신이 스파이 황새라는 음모론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경찰의 조사 결과 그 황새에 부착된 전자장치는 프랑스의 조류학자들이 철새인 황새의 이동경로를 연구하기 위해 부착한 위치추적장치인 것으로 드러났다. 스파이 혐의를 벗은 황새는 석방되었지만, 조류보호구역을 벗어나자마자 현지 주민들에 의해 잡아먹히고 말았다. 나일강 어귀의 주민들에게 황새는 오래 전부터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중요한 철새 서식지 중 하나인 그레이트베이슨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연구결과가 ‘사이언피틱 리포트’지에 발표됐다. ⓒ Public Domain

최근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중요한 철새 서식지 중 하나인 그레이트베이슨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연구결과가 ‘사이언피틱 리포트’지에 발표됐다. ⓒ Public Domain

철새들은 종별로 각 계절에 따라 가장 살기 좋은 환경을 찾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한다. 이에 따라 조류학자들은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그들의 상세한 이동 경로 및 번식지를 밝혀낸다. 철새들의 서식지를 보존하고 종별 보호 대책 수립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다.

과학자들이 철새의 이동을 추적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10g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버들솔새가 1만 3000㎞나 되는 거리까지 날아간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러시아 북동부 캄차카반도에서 추적장치를 부착한 이 새는 남서 아시아와 지중해 동부를 거쳐서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도착했다.

연구팀은 이 새가 그보다 1000㎞쯤 더 아프리카 동남쪽으로 날아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부착된 추적장치의 배터리가 다 소모돼 기록이 거기서 끊겼던 것이다. 만약 연구팀의 추정이 사실이라면 이 작은 새는 매년 왕복 2만 8000㎞를 여행하는 셈이다. 더구나 버들솔새는 다른 철새들처럼 무리를 지어 비행하지 않고, 단독 비행을 하는 특성이 있다.

태평양 철새 경로의 주요 기착지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150여 종 100만 마리의 이상의 철새들이 겨울을 난다. 특히 가장 많은 개체수가 월동하는 가창오리의 경우 직선거리로 약 4000㎞ 떨어진 러시아의 레나 삼각주가 번식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최근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중요한 철새 서식지 중 하나인 그레이트베이슨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연구결과가 ‘사이언피틱 리포트’지에 발표됐다. 오리건에서 시작해 네바다 및 유타를 횡단해 캘리포니아, 와이오밍까지 이어지는 그레이트베이슨은 태평양 비행길로 불리는 철새 경로의 주요 기착지다.

매년 수백만 마리의 물새 등이 이곳에서 쉬거나 번식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 물새의 개체수가 대폭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도요새, 제비갈매기, 논병아리 등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인은 바로 기후변화다.

연구진이 지난 한 세기 동안의 수자원 및 기후 동향을 조사한 결과, 특히 1980년부터 2008년 사이에 온난화가 약 2배 이상 진행된 것으로 나타난 것. 이 같은 온난화 추세에 따라 이 지역은 겨울에 눈이 아닌 비가 더 많이 내리고 있다.

겨울 동안 산에 쌓인 눈은 봄과 여름 동안 서서히 녹으면서 저지대의 용수 공급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겨울에 비가 오면서 이 지역의 전체적인 물 가용성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겨울철 강우량이 증가하면 봄이 되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철새들이 제때에 번식지로 귀환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또 하나 연구진이 우려하는 것은 그레이트베이슨에 민물 유입이 줄어들면서 호수의 염분 농도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곳에는 담수 습지와 염수호가 모두 있다. 일부 성체 철새들은 소금기가 많은 물도 대사할 수 있지만, 어린 새끼들은 그렇지 못하므로 번식기에는 민물 자원이 매우 중요하다.

기후변화가 철새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은 몇 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미국의 야생동물보호협회인 오듀본소사이어티는 지구온난화가 현 추세대로 지속될 경우 2080년에는 북아메리카 조류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서식지 잃은 박쥐의 교훈 사례

과학자들이 철새들의 서식지 파괴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보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난민이 된 철새들이 어느 곳에 대체 서식지를 마련할지 모른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한 교훈적인 사례가 바로 니파바이러스다.

1998년 말레이시아의 니파 지역에서 사람들이 이상한 감염병에 걸려 1년 새 1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추적 결과 이 병은 돼지농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에게서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정작 이 바이러스를 돼지에게 옮긴 범인은 따로 있었다. 인간들에 의해 서식지를 잃은 박쥐가 돼지농장에 드나들면서 돼지에게 바이러스를 옮겼고, 돼지를 통해 농장 사람들까지 그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철새가 조류인플루엔자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가 많지 않으며 의견도 분분한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철새의 이동을 인간이 100% 제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해야 할 일은 철새들의 서식지를 건강하게 함으로써 생태계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생태계의 건강이 곧 인간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은 저서 ‘침묵의 봄’에서 해충을 잡으려고 뿌려진 합성 살충제가 봄이 와도 새들의 지저귐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만든다는 사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사방이 죽음의 장막으로 덮였다. 자연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이상하리만치 조용해졌다. 그처럼 즐겁게 재잘거리며 날던 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제 우리는 살충제 때문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봄이 와도 철새들이 지저귀며 날아오르는 소리를 듣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는 셈이다.

의견달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