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0,2019

기후변화로 전기항공기 투입되나

2020년, 국제선 항공기 온실가스 배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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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추락 사고다. 그런데 지난 2010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뉴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매년 전 세계에서 항공기 추락 사고로 숨지는 사람은 약 1000여 명인데 비해 항공기가 내뿜는 배기가스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연간 약 1만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현재 항공기가 내뿜는 배기가스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2%에 불과하다. 하지만 추락 사고보다 항공기의 배기가스가 더 많은 사망자 수를 발생시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항공기는 자동차처럼 지상에서 운행되는 것이 아니라 성층권에서 운행되기 때문이다.

성층권에서 배출된 배기가스는 대기 중의 수증기와 결합해 비행운을 형성한다. 비행운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이산화탄소의 3~4배에 이르며, 지구 복사열 방출을 억제해 기후변화를 더욱 악화시킨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기자동차만큼 시급하게 개발해야 할 것이 전기항공기라는 주장이 최근에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개발 중인 전기항공기 'X-57'.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기자동차만큼 시급하게 개발해야 할 것이 전기항공기라는 주장이 최근에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개발 중인 전기항공기 ‘X-57′. ⓒ Public Domain(NASA)

또한 높은 순항고도에서는 편서풍 같은 기류를 타고 오염물질이 더욱 멀리 날아가게 된다. 국제 학술지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이로 인해 인도에서는 매년 164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기 운항이 훨씬 많은 미국보다 7배나 많은 수치다. 유럽이나 북미의 높은 고도에서 발생한 항공기 배기가스가 편서풍을 타고 인도 지역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항공산업 규모는 세계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금세기 중반까지 항공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5년에 비해 7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기자동차만큼 시급하게 개발해야 할 것이 전기항공기라는 주장이 최근에 대두되고 있다. 전기항공기의 개발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날로 엄격해지는 규제 때문이기도 하다.

전기항공기, 운항 비용 40% 절감 가능

2016년 국제선 운항 항공기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기준을 새로 정한다고 발표한 ICAO는 그 기준을 2020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2028년부터는 기준을 따르지 않는 항공기 생산을 중단시킨다.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항공 부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75%, 산화질소 배출 90%, 소음 공해의 60%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미 노르웨이는 2040년까지 모든 단거리 노선에 전기항공기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전기항공기의 장점은 배출가스의 저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기모터는 연료 라인 및 밸브, 배기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는 등 기계적으로 덜 복잡해 새로운 디자인을 장착한 항공기의 개발이 가능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개발 중인 ‘X-57’이란 전기항공기가 좋은 예다. 14개의 전기모터가 설치된 이 비행기의 날개 앞쪽 가장자리에는 12개의 소형 프로펠러가 달려 있다. 따라서 기존 항공기에 비해 크기가 훨씬 작은 날개로도 이착륙을 할 수 있다.

항공기의 날개가 큰 것은 이륙해서 순항고도에 도달할 때까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인데, 그처럼 넓은 표면적은 고속에서 항행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즉, 날개가 작다는 것은 비행 중의 에너지를 그만큼 절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X-57과 같은 디자인은 이착륙시 활주 거리가 짧아 거대한 공항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밖에도 전기모터 엔진의 경우 화석연료 엔진 항공기에 비해 정비비가 낮아지고 효율이 높아져 전체 운항 비용이 약 40% 절감된다. 또한 객실 소음이 기존보다 절반으로 줄어들며 항공기의 이착륙시 발생하는 소음도 크게 감소하게 된다.

하지만 전기항공기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전기모터를 구동하는 배터리 문제다. 현재 제트 연료는 ㎏당 1만 1890Wh의 에너지를 가진다. 보잉 737이나 에어버스 A320 크기의 전기항공기가 약 1100㎞ 거리의 항공 노선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당 800Wh의 에너지를 내는 배터리가 필요하다.

2030년대까지 전기여객기 상용화 추진

그런데 현재 최고 성능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당 낼 수 있는 에너지가 250Wh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개발 추세를 보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매년 3~4%씩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금세기 중반까지 800Wh를 내는 배터리 개발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리튬이온전지의 단점을 보완해 에너지 밀도를 높인 리튬황전지를 개발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또한 일부 자동차에서 적용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도 전기항공기의 상용화를 이끌 수 있는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항공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대형 항공업체들의 기술 개발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014년에 2인승 전기항공기 ‘이팬(E-Fan)’을 공개한 에어버스는 2020년까지 그보다 규모가 큰 이팬-X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최고 시속 220㎞를 낼 수 있는 이팬은 2015년 영국해협 횡단에 성공했다.

에어버스와 함께 전기항공기의 엔진을 개발 중인 롤스로이스는 2020년까지 최고 시속을 내는 전기항공기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항공기는 750㎾ 급 전기모터와 배터리셀 6000개를 이용해 최고 시속 480㎞를 낼 계획이다.

미국의 보잉은 최근 일본과 함께 전기항공기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전기모터 및 배터리 등의 최첨단 기술을 가진 일본 기업을 보잉에 협력 파트너로 소개해주는 형식이다. 이들의 목표는 2030년대까지 100~200명 정도의 인원이 탑승할 수 있는 전기항공기의 상용화다.

사실 세계 최초의 전기항공기는 프랑스 공학자 샤를 르나르와 그랩스가 1884년에 선보인 ‘라 프랑스(La France)’다. 조종이 가능한 이 전기비행선은 8마력의 전기모터를 사용해 23분간의 비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후 증기기관 대신 가솔린을 활용한 연소 기관이 나오자 전기동력장치에 대한 관심이 자연히 줄어들었다. 이처럼 화석연료에 의해 밀려났던 전기항공기가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바람을 타고 비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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