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2,2019

영화 속 로봇카와 자율주행 차량

과학기술 넘나들기(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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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나 액션 영화 등을 보면, 각종 첨단 교통수단들이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거나 놀랄만한 여러 기능을 지닌 자동차를 비롯하여,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으로서 첨단 헬리콥터와 비행기, 개인용 로켓 추진체 등에 이르기까지,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미래의 새로운 교통수단들은 무척 다양하다.

그중 일부는 만화처럼 황당한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상당수는 실제로 이미 선을 보였거나 개발 중인 것들도 적지 않다. 특히 무인자동차, 즉 자율주행 차량은 더 이상 SF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실용화되고 있는 단계인데,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로봇 카 등을 살펴보고 현실과 비교해 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듯하다.

저명 SF 작가인 필립 K. 딕의 소설 ‘도메가로 기억을 팝니다(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를 원작으로 하여 화성과 지구에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린 ‘토털 리콜(Total Recall, 1989)’에는 가상현실, 홀로그래피 등을 비롯하여 각종 첨단 과학기술이 등장한다.

2012년에 리메이크된 신작은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지 못한데 비해, 처음에 선보인 작품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인상 깊은 요소들을 제공하였다.

즉 물리학 박사 출신인 폴 버호벤 감독의 영화여서 그런지, 기억 이식 등을 둘러싸고 어디까지가 가상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이해하기가 난해한 면도 있다. 하지만 첨단기술들을 응용, 묘사한 장면들은 주인공을 맡은 아놀드 슈왈츠제너거의 호쾌한 액션과 함께 좋은 볼거리이다.

그중에는 로봇이 운전하는 택시가 나오는 장면도 있다. 조니 캡(Johnny cab)이라 불리는 로봇 택시의 운전기사 로봇은 손님에게 “어디로 모실까요?”라고 물은 후 스스로 최적의 코스를 선택하여 운전한다. 약간 유머러스한 인상의 로봇 얼굴은 영화배우인 로버트 피카르도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한다. 나중에는 악당들의 추격을 받는 주인공이 너무 다급한 나머지, 기사 로봇을 제치고 운전대를 잡고서 수동 모드로 빠르고 거칠게 차를 몰아가는 장면도 나온다.

이 장면은 자율주행차의 대중화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바람직한 일은 아니겠지만 과속과 스릴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정속으로 안전하게 달리는 자율주행차에 불만을 품고 운전자의 수동 모드로 빠르게 차를 달리게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전격Z작전의 주인공차인 키트(KITT)의 내부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전격Z작전의 주인공차인 키트(KITT)의 내부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로봇 운전기사가 따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 자체가 일종의 첨단 인공지능 로봇처럼 묘사되는 작품으로는 예전에 TV 시리즈로 큰 인기를 끌었던 ‘전격 Z작전(Knight Rider, 1982)’이 있다.

미국 NBC가 1982년부터 1986년까지 방영하였고, 국내 TV에서도 1985년부터 방송되었으므로 젊은 세대들에게는 다소 낯설지 모르지만, 당시 학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시리즈물이다.

기업의 비밀을 훔쳐내 큰돈을 챙기려던 악당을 뒤쫓던 젊은 형사 마이클은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고 큰 부상을 입게 되는데, 그는 뜻밖의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른 얼굴을 지닌 새 인물로 다시 태어나고, 비밀리에 개발된 인공지능 자동차도 선물 받게 되면서 시리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키트(KITT)’라 불리는 이 슈퍼카는 주인의 말을 알아들을 뿐 아니라, 위험에 처했을 때에는 스스로 판단하여 주인을 보호하고 위기 탈출을 돕기도 하는 등, 첨단의 휴먼 로봇이 내장된 자동차라고 볼 수 있다.

마이클은 키트와 명콤비를 이루어 자신을 위험에 빠뜨렸던 악당들을 모두 처치하고, 이후에도 정의를 지키려 다른 악당이나 불의의 세력들을 소탕한다는 것이 시리즈의 주요 내용이다.

전격 Z작전은 2009년부터 리메이크작이 미국과 한국에서 방영되면서 다시금 인기를 모은 바 있는데, 27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원작보다 기술적인 면에서 훨씬 진보한 요소들이 흥미를 끌었다.

원작 키트의 차종은 1982년식 폰티악 파이어버드였지만, 리메이크작에서는 2009년식 머스탱 GT500KR이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인 마이클이 다급하게 키트를 호출할 때마다 손목시계에 입을 대고 “키트, 빨리 와줘!” 라고 외쳐서 당시 청소년들에게 유행어를 낳기도 했지만, 리메이크작에서는 블루투스를 이용한 최신 무선전송기술 덕분에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예전의 본부였던 거대한 트레일러 대신에, 최신작에서는 비행기에서 공중 낙하되는 방식도 달라졌고, 그밖에도 나노기술을 응용한 방탄과 은신술, 전 세계의 위성을 활용하는 인공지능 컴퓨팅, 레이저 커터와 트랜스포머를 연상하게 하는 변신 기능 등 눈길을 끌만한 ‘업그레이드’ 키트 버전을 선보였다.

토털 리콜의 로봇 택시나 전격Z작전의 인공지능 무인자동차는 이제 더 이상 황당한 상상이 아니라, 머지않아 미래에 실현될 수 있는 자율주행 차량의 모습이기도 하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 Google

구글의 자율주행차 ⓒ Google

구글과 기존 자동차기업들을 비롯한 다수의 업체들은 이미 자율주행 차량을 선보였고, 미국에서는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자율주행 차량이 이미 실용화되어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은 보다 나은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널리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자율주행 차량은 그동안 크고 작은 사고들을 일으켜왔는데. 특히 지난해 3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우버 자율주행차가 일으킨 보행자 사망사고는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며 자율주행 차량의 시험주행이 중단되기도 하였다.

즉 자율주행 차량의 결함 등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는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사고 처리를 위한 보험제도 또한 기존의 자동차보험과는 전혀 궤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브레이크 고장 등을 인식한 자율주행차의 충돌사고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누구에게 덜 피해가 가게 할 것인가 하는 ‘윤리적 문제’ 역시 쉽지 않은 과제이다.

요컨대 앞으로 누구나 손쉽게 자율주행차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과제보다 합리적인 법적 장치와 제도, 규범 등을 확립하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관건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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