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1,2019

향기 죽이는 악취의 힘!

과학에세이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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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는 있지만 이달 들어 따뜻한 날이 이어지며 길가에는 봄을 알리는 진달래와 노란 산수유꽃이 여기저기 보인다. 조만간 개나리, 목련, 벚꽃이 필 것이다. 뒤이어 라일락과 장미 차례가 되면 눈뿐 아니라 코도 호강한다. 한마디로 봄은 감각을 일깨우는 계절이다.

그런데 아무리 라일락과 장미의 향이 좋아도 어딘가에서 악취가 느껴지는 순간(예를 들어 사람들이 슬쩍 버린, 먹다 남은 음식물이 썩는 냄새) 분위기가 확 깬다. 설사 향기의 세기가 악취의 세기보다 더 강해도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즉 향기 10에 악취 5면 10에서 5를 뺀 향기 5가 느껴지는 게 아니라 향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악취만 부각된다는 말이다.

향기 신호가 억제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3월 14일자에는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실험결과를 담은 논문이 실렸다. 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생태학연구소의 연구자들은 초파리를 대상으로 향기와 악취가 섞여 있는 냄새를 맡을 때 뇌에서 후각 정보가 처리되는 메커니즘을 밝혔다. 곤충과 포유류는 수억 년 전 갈라졌지만 후각계는 비슷한 면이 많다.

곰팡이가 핀 토마토를 찾은 초파리는 토마토의 향기 정보와 곰팡이의 악취 정보를 바탕으로 토마토를 먹을지 결정한다. ⓒ Benjamin Fabian

곰팡이가 핀 토마토를 찾은 초파리는 토마토의 향기 정보와 곰팡이의 악취 정보를 바탕으로 토마토를 먹을지 결정한다. ⓒ Benjamin Fabian

초파리는 더듬이와 위턱의 털에 있는 후각감각기에 50여 개의 후각수용체뉴런이 있다. 각각의 뉴런에는 냄새수용체 한 종류가 있어 특정한 냄새 분자와 반응한다. 후각수용체뉴런은 후각사구체에 연결돼 있고 후각사구체에서 뇌로 신경이 뻗어 냄새 정보가 처리된다. 즉 어떤 냄새 분자가 특정한 냄새수용체에만 달라붙으면 이를 지닌 뉴런에 연결된 후각사구체만 신호를 받는다는 말이다.

연구자들은 새콤한 과일향이 나는 에틸아세테이트(ethyl acetate)와 복숭아씨가 연상되는 냄새(곤충이 싫어한다)가 나는 벤즈알데히드(benzaldehyde)를 섞은 혼합물로 실험을 했다. 이전 연구에서 네 가지 후각사구체(DM1, DM2, DM3, DM4)가 에틸아세테이트에 반응하고 두 가지 후각사구체(DL1, DL5)가 벤즈알데히드에 반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상식적인 관점에서 보면 에틸아세테이트를 감지하는 냄새수용체는 에틸아세테이트가 단독으로 있거나 혼합물의 한 성분이거나 관계없이 농도만 같다면 동일하게 반응할 것이고 따라서 여기에 연결된 후각사구체가 뇌로 보내는 신호의 세기도 같을 것이다. 이는 벤즈알데히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후각사구체가 내보내는 신호세기를 측정한 결과 악취인 벤즈알데히드를 담당하는 DL1과 DL2는 상식적인 관점을 따랐지만 향기인 에틸아세테이트를 담당하는 DM1과 DM2, DM3, DM4은 악취가 섞여 있을 때 뚜렷이 약해졌다.

즉 향기 10에 악취 5가 섞여 있는 혼합물을 맡으면 담당 후각사구체를 통해 각각 10과 5의 세기로 뇌에 전달돼 뇌가 혼합물의 냄새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향기는 3 정도로 약해져 뇌로 전달돼 향기 3과 악취 5를 두고 평가한다는 말이다.

왼쪽은 향기(ethyl acetate)만 있는 경우로 이에 반응하는 후각수용체뉴런(ORN)이 켜지면 여기에 연결된 후각사구체(DM1, DM4, DM3, DM2)가 뇌로 신호를 전달해 초파리가 끌린다. 오른쪽은 향기와 악취(benzaldehyde)가 섞여 있는 경우로 악취에 반응하는 후각수용체뉴런이 켜지며 여기에 연결된 후각사구체(DL1, DL2)가 사이뉴런(LN)을 통해 향기 정보를 전달하는 후각사구체의 신호를 억제한다.  ⓒ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왼쪽은 향기(ethyl acetate)만 있는 경우로 이에 반응하는 후각수용체뉴런(ORN)이 켜지면 여기에 연결된 후각사구체(DM1, DM4, DM3, DM2)가 뇌로 신호를 전달해 초파리가 끌린다. 오른쪽은 향기와 악취(benzaldehyde)가 섞여 있는 경우로 악취에 반응하는 후각수용체뉴런이 켜지며 여기에 연결된 후각사구체(DL1, DL2)가 사이뉴런(LN)을 통해 향기 정보를 전달하는 후각사구체의 신호를 억제한다. ⓒ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연구자들은 추가 실험을 통해 향기를 맡은 후각사구체와 악취를 담당하는 후각사구체를 연결하는 사이뉴런(interneuron)이 존재해 ‘일방통행으로’ 정보를 매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향기를 담당한 후각사구체와 악취를 담당한 후각사구체가 동시에 켜지면 사이뉴런에서 향기를 담당한 후각사구체로 억제신호를 보내 향기 신호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반면 향기 신호는 악취 신호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한편 악취만 날 때는 사이뉴런이 작동하지 않는다. 어차피 향기를 담당한 후각사구체가 꺼져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비대칭성이 왜 존재할까. 연구자들은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즉 먹이에서 나는 냄새 가운데 영양 정보는 향기로, 독이나 감염의 정보는 악취로 느껴지는데 둘이 공존할 경우 웬만하면 먹지 않는 게 안전하다.

이 경우 냄새 정보가 단순히 향기와 악취의 합일 경우 향기에 취해 악취를 무시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악취가 향기 정보를 능동적으로 억제해 악취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게 진화한 셈이다. 연구자들은 사람의 후각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했다.

 

의견달기(1)

  1. 윤성준

    2019년 3월 24일 7:52 오전

    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