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0,2019

유전체 연구, 유럽 편향 벗어나야

정밀의학 구현 위해 유전체 다양성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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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지구상의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풍부한 생물다양성 자체가 지구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한편 다양한 생물자원으로부터 도움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유전체 연구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유전형을 골고루 많이 확보할 수 있어야 여러 유전적 변이에 따른 질병에 정밀하게 대처할 수 있다.

생명과학저널 ‘셀’(Cell)지 21일자 특별판 논평에는 유전자 연구에서 더 많은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럽계인들이 계속 광범위하게 과대 기술되고 있고, 유전체 연구에서 다양한 인종 군이 크게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논문이 발표됐다.

전장유전체 분석연구(GWAS) 카탈로그에 나타난 2019년 1월 현재의 개인별 조상 분포도. CREDIT: Sirugo et al./Cell

전장유전체 분석연구(GWAS) 카탈로그에 나타난 2019년 1월 현재의 개인별 조상 분포도. ⓒ Sirugo et al./Cell

“전체 인구군 무시하면 과학적 손실”

연구팀은 유전체 연구에서 이 같은 다양성 부족은 과학과 의학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가지 예로서, 자료가 편향되면 과학자들이 건강과 질병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환경적 요인을 이해하는데 제한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유전학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질병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새롭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도 한정시키게 된다.

논문 공저자인 새라 티쉬코프(Sarah Tishkoff)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인간진화유전학자는 “인간 유전체 연구에서 전체 인구군을 무시하거나 배제하면 과학적으로 손실일 뿐 아니라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종적으로 다양한 개체군에서 건강과 질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 변이를 놓칠 수 있으며, 이는 질병 예방과 치료 측면에서 유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의 정밀의학 발전을 위해 현재 유럽계 편향의 유전체 연구는 전 지구 인종으로 폭넓게 확대돼야 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사진은 티쉬코프 교수 연구실에서 에티오피아 현지 남성들을 대상으로 유당 불내성 검사를 하는 모습.  CREDIT: Tishkoff Lab

미래의 정밀의학 발전을 위해 현재 유럽계 편향의 유전체 연구는 전 지구 인종으로 폭넓게 확대돼야 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사진은 티쉬코프 교수 연구실에서 에티오피아 현지 남성들을 대상으로 유당 불내성 검사를 하는 모습.ⓒ Tishkoff Lab

“건강 불평등 악화시킬 우려”

펜실베이니아대 티쉬코프 교수팀과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의대 스코트 윌리엄스(Scott M. Williams) 교수팀은 2018년 현재 전장유전체 연관분석(GWAS) 연구에 포함된 개인은 유럽인 78%, 아시아인 10%, 아프리카인 2%, 히스패닉계 1%, 기타 인종그룹 1% 미만이라고 보고했다.

GWAS 연구는 특별한 질병이나 특성을 갖지 않은 사람보다 그런 질병과 특성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더 자주 발생하는 작은 변이를 일으키는 유전체를 검색하는 방법이다.

인간의 유전적 변이는 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난 이후 일어난 모든 사건들에 따른 결과를 포함해 인간 개체군의 진화 역사에 차이가 생기면서 나타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유전학과 질병과의 관계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모든 ‘인간 변이의 풍경(landscape of human variation)’을 대표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윌리엄스 교수는 “인간 유전체 연구에서 다양성의 부족은 건강 불평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예를 들면 여러 유전자 상태에 근거해 알츠하이머병이나 심장병, 당뇨병 같은 질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는데, 이런 방법이 주로 유럽계 인구군에 기초해 개발된다면 다른 인종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로 유럽계 혈통을 가진 사람들의 유전적 증거를 바탕으로 개발된 표적 치료법과 유럽계 사람들에게서 수행된 임상시험이 다른 인종그룹에게 처방된다면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티쉬코프 교수실 연구원이 아프리카 나일-사하라 어족 연구참여자에게 피부반응검사를 하는 모습.  CREDIT: Tishkoff Lab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티쉬코프 교수실 연구원이 아프리카 나일-사하라 어족 연구참여자에게 피부반응검사를 하는 모습. ⓒ Tishkoff Lab

“백인 착취 경험에 따른 불신도 극복돼야”

저자들은 “인간 유전체 연구에서 인종적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유전자 연구를 임상 치료와 공공정책으로 변환시키려는 우리의 능력이 위험스럽게 불완전하고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런 점에 비추어 인간 게놈 연구에서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한 공동 노력이 필요하며, 다양한 인종 집단을 포함하고 소외된 개체군에서의 임상 및 유전체 연구를 할 수 있는 재원도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기에는 의식 전환도 포함된다. 연구팀은 일부 생물의학 연구공동체는 과거의 착취 경험에서 비롯된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어 이런 도전들도 극복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래 정밀의학 위해 다양성 구현 필수적”

논문 공저자인 펜실베이니아대 조르지오 시루고(Giorgio Sirugo) 조교수는 “인종적으로 다양한 개인들이 광범위한 건강기록으로 연결된 잘 특성화된 바이오뱅크가 있다면 이를 유전적 질병 위험 조사에 활용해 모든 인구군의 건강관리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전체학과 정밀의학의 성공은 지구촌 인구의 다양한 유전체와 표현형 연구를 위한 재원과 인프라를 개선하려는 정치적 의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셀’지 같은 호에 발표된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의대의 개인 맞춤의학 관련 논문에서도 같은 지적이 있었다. 유전체 자료를 모아 놓은 전세계 인구 바이오뱅크를 분석한 결과 연구된 게놈 데이터의 70%가 유럽인의 유전체 데이터에서 유래됐다는 분석이 나왔다며, 차세대 맞춤의학을 위해서는 유럽 편중을 벗어나 유전체 데이터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학 아이미어 케니(Eimear Kenny) 유전학 부교수는 “오늘날의 개인 맞춤의학을 미래의 더 나은 의학으로 발전시키려면 모든 수준의 생의학 연구에서 다양성 구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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