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17,2019

위트와 풍자가 넘치는 ‘기계 만화’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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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오토마타 작가 로버트 레이스(Robert Race)는 자신의 저서 ‘Making Simple Automata(2014)’에서 현대 오토마타 예술의 형성과 발전에 알렉산더 칼더와 장 팅글리의 키네틱 아트와 함께, 윌리엄 히스 로빈슨과 루브 골드버그의 ‘기계 만화’ 작업이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언급하였다.

로버트 레이스는 영국 장난감 작가 협회(The British Toy Makers Guild)의 회장을 역임하였고, 웨스트 딘 대학(West Dean College)에서 오토마타 과목을 강의하고 있는 오토마타 및 장난감 작가이자 교육자, 연구자, 저술가이다.

전쟁을 풍자한 히스 로빈슨의 기계그림

영국의 만화가 윌리엄 히스 로빈슨(William Heath Robinson, 1872-1944)은 이슬링턴 미술학교(Islington Art School)와 왕립 아카데미(Royal Academy)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원래 풍경화가가 되려고 했는데, 일러스트레이션 작가인 아버지와 형들의 영향을 받아 ‘타틀러(The Tatler)’, ‘스케치(The Sketch)’ 등과 같은 잡지에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히스 로빈슨은 초기작으로 ‘안데르센 동화집(Andersen’s Fairy Tales)’, ‘아라비안 나이트(The Arabian Nights)’, ‘십이야(Twelfth Night)’,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빨간 모자(Little Red Riding Hood)’ 등의 책에 정밀한 판타지 풍의 수채화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린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The Multi-movement Bomb Catcher ⓒ William Heath Robinson

The Multi-movement Bomb Catcher ⓒ William Heath Robinson

특히 히스 로빈슨은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엉뚱하고 유머러스한 각종 기계장치가 등장하는 만화들을 통해 전쟁의 비극과 부조리를 풍자한 작가로 유명하다. ‘The Multi-movement Bomb Catcher’, ‘Deceiving Nazi Dive-Bombers’, ‘A Bedside Bomb Extinguisher’, ‘The Jumping Tank’, ‘Aero-Bathing Machine’, ‘The Shrapnel Collector’, ‘Delayed Action Bomb Machine’ 등은 그러한 그의 ‘기계 만화’의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A Bedside Bomb Extinguisher ⓒ William Heath Robinson

A Bedside Bomb Extinguisher ⓒ William Heath Robinson

그의 만화에 등장하는 기계들은 너무나 엉뚱하여 현실성이나 실용성이 없어 보이지만, 전쟁과 현대 산업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암시적 은유가 배어 있다. 그의 이름 ‘Heath Robinson’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실용적인’이라는 의미의 단어로 옥스퍼드, 캠브리지 등 여러 영어사전에 등록되어 있다.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히스 로빈슨의 ‘기계 만화’들은 ‘Inventions’, ‘Heath Robinson Contraptions’, ‘Heath Robinson’s Great War’, ‘Heath Robinson’s Second World War’ 등의 그림책으로 출간되어 있다.

루브 골드버그의 만화와 기계장치

히스 로빈슨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미국의 만화가 루브 골드버그(Rube Goldberg, 1883-1970)는 원래 아버지의 권유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에서 공학을 공부하고, 1904년 졸업 후 상하수도 엔지니어 일을 했다.

그러나 루브 골드버그는 그림을 포기하지 않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신문(San Francisco Chronicle)과 뉴욕 이브닝 메일(New York Evening Mail)을 통해 만화가로 데뷔하였고, 그 후 수많은 만화를 통해 전쟁을 비판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전했으며, 핵전쟁의 위험을 경고하는 만화 ‘Peace Today(1948)’로 퓰리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루브 골드버그는 단순한 일을 매우 복잡하게 수행하는 연쇄 반응 기계장치로 잘 알려져 있는 ‘루브 골드버그 장치(Rube Goldberg Machine)’를 고안하고, 이들이 등장하는 ‘기계 만화’를 그려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Self operating napkin ⓒ Rube Goldberg

Self operating napkin ⓒ Rube Goldberg

루브 골드버그의 ‘기계 만화’는 편하게 살기 위해 기계에 일을 맡기지만, 오히려 세상을 복잡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 대한 예술적 풍자이다. 루브 골드버그의 이름 ‘Rube Goldberg’ 또한 ‘간단한 일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수행하는’이라는 뜻의 형용사로 여러 영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그런데 그의 만화 속에서 엉뚱하고 복잡하며 기상천외한 일을 하는 ‘골드버그 장치’는 역설적으로 과학적 사고력과 상상력, 창의성, 협동심을 함께 키우는 과학융합 문화 콘텐츠와 STEAM 교육 프로그램으로 변화하여 발전하게 된다.

‘골드버그 장치’는 수백 종의 조립키트와 장난감 개발 출시로 이어졌으며, Honda 자동차 [관련 동영상 1], 3M, 삼성 스마트폰 광고 영상, 그리고 미국 밴드 OK Go의 독특한 뮤직 비디오[관련 동영상 2] 속에서도 정교하게 제작 연출된 새로운 ‘골드버그 장치’를 만날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88년부터 퍼듀 대학(Purdue University)에서 ‘루브 골드버그 장치 콘테스트’를 개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국립과천과학관 등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루브 골드버그’ 축제와 경연 대회가 열리고 있다. ‘루브 골드버그 장치’는 엉뚱한 상상력이야말로 과학과 예술의 원천(源泉)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전승일 계원예술대학교 공간연출과 겸임교수다른 기사 보기
  • 저작권자 2019.03.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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