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19,2019

몸체 재생은 어떻게 가능한가

마스터 유전자 스위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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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에는 손상된 몸체를 스스로 재생하는 동물들이 있다. 도롱뇽의 다리를 자르면 다시 자라난다. 몇몇 도마뱀붙이들은 포식자를 만나는 등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꼬리를 떼어버리고 달아난 뒤 이를 재생시킨다.

도마뱀류 뿐만이 아니다. 플라나리아 벌레나 해파리, 말미잘은 실제로 몸체가 반으로 잘라져도 몸 전체를 재생시킬 수 있다.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들도 일부 조직 재생을 하기는 한다. 가령 피부에 상처가 났을 때 자연적으로 아무는 것도 일종의 재생이다. 또 혈관이 끊기면 우회로 혈관이 새로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전신 재생이나 지체 재생, 기관 재생 같은 대규모 재생은 일어나지 않는다.

동물들의 이 같은 몸체 재생과정은 일찍부터 의과학자들의 주요 연구과제가 되어 왔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새 연구에서 동물들이 어떻게 이런 ‘묘기’를 실행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전신 재생(whole-body regeneration) 관여 유전자를 제어하는 것으로 보이는 많은 DNA 스위치를 발견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15일자에 발표됐다.

실험실 배양접심 안에서 움직이는 세줄무늬 팬더 벌레 동영상 캡처https://news.harvard.edu/wp-content/uploads/2019/03/19-03_Worms.mp4 Video by Mansi Srivastava and Andrew R. Gehrke

실험실 배양접시 안에서 움직이는 세줄무늬팬더 벌레 동영상 캡처 ⓒ Mansi Srivastava and Andrew R. Gehrke

“게놈, 매우 역동적이며 필요시 변화”

조직 및 진화생물학자인 만시 스리바스타바(Mansi Srivastava) 조교수와 앤드류 거키(Andrew Gehrke) 박사후 연구원은 세줄무늬 팬더 벌레(동영상)를 시험대상으로 활용해 코딩되지 않은 DNA 영역이 초기 성장 반응(early growth response; EGR)이라 불리는, ‘주 제어 유전자(master control gene)’의 활성화를 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단 EGR이 활성화되면 다른 유전자를 켜거나 끄는 방법으로 많은 과정들을 통제하게 된다.

거키 연구원은 “우리가 발견한 것은 하나의 마스터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며, 이 유전자가 재생이 진행되는 동안 켜지는 유전자들을 활성화시킨다”고 말하고, “기본적으로 비(非)코딩 영역이 코딩 영역에 대해 켜거나 꺼지라고 지시하며, 이는 마치 스위치와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이 진행되려면 통상 단단하게 접혀 압축돼 있는 팬더 벌레 세포의 DNA가 변화해 유전자 활성화에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논문의 주요 발견 중 하나는 재생이 진행되는 동안 서로 다른 부위들이 열리고 닫힐 수 있도록 게놈이 매우 역동적이면서 변화한다는 점이다.

몸체가 반으로 잘린 세줄무늬 팬더 벌레의 전신이 재생하는 과정.  Video by Mansi Srivastava and Andrew R. Gehrke

몸체가 반으로 잘린 세줄무늬 팬더 벌레의 전신이 재생하는 과정 ⓒ Mansi Srivastava and Andrew R. Gehrke

재생 일으키는 마스터 전원 스위치

연구팀은 게놈의 이런 역동적인 특성을 이해하기 전에 힘들게 염기서열을 조립했다. 스리바스타바 교수는 이 벌레 종이 속한 문(phylum)에서 게놈을 풀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번 연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세줄 무늬 팬더 벌레가 계통발생학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있을 뿐 아니라 다목적실험 도구로 쓰일 수 있어 재생 연구에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 도구들을 이용해 재생이 진행되는 동안 게놈의 역동적 본질을 증명하는 한편, 거키 연구원은 1만 8000개의 변화하는 영역을 확인해 낼 수 있었다.

그는, 실험 결과 EGR이 재생을 위한 전원 스위치 같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단 이 스위치가 켜지면 다른 과정들이 일어나지만, 스위치가 꺼져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스리바스타바 교수는 “재생이 일어나려면 모든 하위 유전자가 켜져야 하는데, EGR이 없다면 다른 하위 유전자들이 켜지지 않아 마치 마스터 전원이 안 켜져 온 집안이 깜깜한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실험실에서 만시 스리타바교수와 앤드류 거키 연구원. ⓒ Kris Snibbe/Harvard Staff Photographer

실험실에서 만시 스리타바교수와 앤드류 거키 연구원. ⓒ Kris Snibbe/Harvard Staff Photographer

“인간의 경우 ‘배선’ 다른 것이 문제”

이 연구는 팬더 벌레에서 재생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알려준다. 이와 함께 인간에게서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를 설명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거키 연구원은 “마스터 유전자인 EGR과 다른 하위 유전자가 인간을 포함한 다른 종들에게도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스리바스타바 교수는 “인체 세포를 실험실 배양접시에 놓고 기계적으로나 독소를 이용해 스트레스를 가하면 즉시 EGR을 발현시킨다”고 밝혔다.

그러면 인간에게서는 왜 그런 재생이 되지 않을까? 스리바스타바 교수는 “배선(wiring)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EGR이 인간 세포에 전하는 말과 세줄 무늬 팬더 벌레에게 전하는 말이 다를 수 있으며, 거키 연구원이 이 연구에서 수행한 것은 이 배선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그 연결이 무엇인지 알아내 제한된 재생만을 하는 척추동물을 포함한 다른 동물에게도 적용해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 연구팀은 앞으로 재생 중에 활성화된 유전자 스위치가 태어날 때의 발생 과정에서 사용된 것과 동일한지를 조사하고, 게놈의 역동적인 특성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할 생각이다.

이와 함께 EGR과 다른 유전자가 세줄무늬 팬더 벌레를 포함한 다른 종에서도 재생 과정을 활성화시키는 정확한 방법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연구팀은 또한 이번 연구가 단순히 게놈을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모든 게놈, 즉 코딩된 부분과 함께 비코딩 영역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각시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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