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4,2019

출세 위해 나르시시즘이 필요한가

인간의 ‘어두운 면’ 놓고 심리학계 논쟁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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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이 인간의 어두운 면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지난 2002년 캐나다에서 활동하고 있던 두 명의 심리학자가 인간의 어두운 면(the dark side of human personality)을 심리학과 결부시켰다.

독재를 옹호하는 정치철학 용어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anism)을 냉담(callousness)과, 자기 자신에게만 집착하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을 조작(manipulation)과, 반사회적 정신질환인 사이코패시(psychopathy)를 공감부족(lack of empathy)과 결부시켰다.

나르시즘,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시 등 '인간의 어두운 면'을 다룬 심리학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논문의 질을 놓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시 등 ‘인간의 어두운 면’을 다룬 심리학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논문의 질을 놓고 심리학자들 간에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University of York

도발적인 논문들 사회적으로 큰 반향 일으켜 

이후 인간의 어두운 면을 다루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1700여 건의 논문이 발표돼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12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논문을 작성한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어두운 면이 고수익을 창출하는 등 성공과 깊이 결부돼 있다고 보고 있었다.

이러한 관점 하에 인간의 어두운 면인 마키아벨리즘, 나르시시즘, 사이코패시와 관련된 설문지를 만들어 조사를 실시했다. 물론 응답자들이 이런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게 한 간접적인 질문으로 응답을 이끌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새로운 연구 결과를 통해 그동안 발표되고 있던 논문들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다루고 있는 이런 연구 결과들이 매우 피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또한 인간 본성을 지나칠 정도로 단순화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 대학의 임상심리학자인 조쉬 밀러(Josh Miller) 교수는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성공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이런 논문들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도발적인 내용을 서슴없이 내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어떤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세 가지 어두운 면인 마키아벨리즘, 나르시시즘, 사이코패시 사례를 봉급 수준과 성행위 등에 비유하면서 사람 개개인의 점수를 매겨나가고 있다.

이런 논문이 발표되면 곧 언론과 출판사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약간의 악(惡)이 도움이 되는 이유(Why a little evil is good)’, ‘공화당원이 민주당원보다 더 반사회적이다(Republicans have more psychopathic traits than Democrats)’이란 제목으로 대서특필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인간 심리 가볍게 처리’ 주류 심리학계 반발 

이런 분위기를 기업들이 놓칠 리 없다.

지난 2016년 영국의 한 기업은 ‘Psychopathic New Business Media Sales Executive Superstar!’란 내용의 문안으로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했다.

5명의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이 반사회적이라는 전제로 이 기업에서는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을 지닌’, 그러나 기업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닌 비즈니스 미디어 세일즈 분야 새경영자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밀러 교수가 지적하는 것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성공과 결부시키고 있는 이런 논문들이 보여주고 있는 연구 방식이다.

마키아벨리즘, 나르시시즘, 사이코패시와 같은 매우 무겁고 복잡한 주제들을 사람의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매우 가벼운 현상들과 결부시켜 매우 표면적이고 가벼운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

밀러 교수는 “몇몇 기준을 내세워 몇 명 안 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철학적으로, 혹은 과학적으로 거대한 주제들을 손쉽게 결론짓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연구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는 심리학자들이다.

밀러 교수는 “새로운 연구 실적을 쌓아가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대부분 자신의 연구 결과가 심리학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무관심하다”고 밝혔다.

특히 밀러 교수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단순화하고 있는 연구 방식 역시 인간 경시 풍조를 불러일으키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밀러 교수는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들이 심지 10여 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성격 테스트를 하는 등 인류 역사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과제인 인간의 마음을 매우 극도로 단순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밀러 교수는 “이런 연구 결과들이 정치철학자들이 이해하고 있는 마키아벨리즘과 매우 다른 마키아벨리즘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심리학 차원에서 연구의 질을 떨어뜨리는 매우 부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밀러 교수의 이 같은 주장에 캐나다 뱅쿠버 소재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심리학자 딜로이 파울루스(Delroy Paulhus) 교수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파울루스 교수는 “어떤 성격 테스트든지 처음에는 복잡하지만 점차 단순해지기 마련”이라며, 밀러 교수가 어두운 면을 다루고 있는 연구 결과 방식이 단순하다고 비판하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최근 발표되고 있는 인간의 어두운 면과 관련된 논문들이 지저분하고 엉망진창인 쓰레기에 가깝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영국 리버풀 대학의 심리학자 민탄 리욘스(Minna Lyons) 교수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연구 방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엉성한 실력의 심리학자들에게 있다”며, 심리학계가 남발되고 있는 연구 결과에 제재를 가해줄 것을 촉구했다.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밀러 교수의 연구 결과는 ‘심리학아카이브(PsyArXiv)’ 다음 호에 발표될 예정이다. 관계자들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다루고 있는 심리학자들의 연구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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