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16,2019

예술이 결합된 기계 장난감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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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Cam), 크랭크(Crank), 지렛대(Lever) 등과 같은 기계장치 발명의 역사는 기원전 고대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다면 18세기 산업혁명 시기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증기기관의 핵심 장치이자, 오늘날 자동차 · 비행기 · 선박 등의 엔진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기계장치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캠과 크랭크는 언제 발명된 것일까?

이에 대하여 과학 교양서 ‘도구와 기계의 원리 (The Way Things Work, 1988)’의 저자 데이비드 맥컬레이(David Macaulay)는 선사시대 인류가 만든 ‘매머드의 힘으로 움직이는 공룡 알까기 장치’가 바로 캠과 크랭크 장치의 시초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독일의 기계공학자 프란츠 뢸로(Franz Reuleaux, 1829~1905)는 “기계란 내구성을 지닌 물체들의 조합으로, 각각이 특정한 운동을 하며, 에너지를 받아 유용한 일을 하는 동적(動的) 장치”라고 정의하기도 하였다. 즉, 일반적으로 기계는 동력을 변환하거나 전달하는 장치의 총칭으로, 실용적인 운동력을 만드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고대 이집트 무빙토이 ⓒ Robert Race

고대 이집트 무빙토이 ⓒ Making Simple Automata

기계의 실용성에 예술적 상상력과 놀이를 더하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문명, 황하 문명과 함께 기원전 세계 4대 문명 가운데 하나인 이집트 문명은 피라미드, 스핑크스, 신전 건축 그리고 수많은 고분벽화와 조각상을 문화유산으로 남겼다.

그런데 기원전 3000여 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고대 이집트 문명의 유물 중에는 흙이나 나무로 만든 다양한 장난감과 놀이기구들이 발견되었는데, 그 중에는 현대 오토마타(Automata) 예술의 원형(原形)이라고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장난감 인형이 있다. 예술 영역에서 오토마타는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인형이나 조형물’을 지칭하는 과학융합예술의 한 장르로, 고대 그리스어에 어원을 두고 있다.

오토마타 예술 분야의 저명한 도서인 ‘Automata and Mechanical Toys(Rodney Peppe, 2002)’, ‘Making Simple Automata(Robert Race, 2014)’에서는 공통적으로 수천 년에 이르는 오토마타의 역사 속에서 고대 이집트 유물로 BC 2000년 무렵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무빙 토이 ‘밀가루 반죽하는 사람’을 최초의 오토마타라고 언급하고 있다.

‘밀가루 반죽하는 사람’은 두 개의 회전축에 끼워진 나무 인형 조각에 연결된 끈을 잡아당기면 인형이 지렛대와 중력의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장치 동력에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된 재미있는 장난감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렇게 기계장치의 운동을 실용적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상력과 놀이가 결합된 장난감으로 창조하여 즐겼다.

이는 문화 현상의 기원을 ‘놀이’에 두고 인류의 문명을 고찰한 ‘호모 루덴스 (Homo Ludens, 1938)’의 저자인 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 1872~1945)의 “놀이는 정신적인 창조 활동이며, 문화는 놀이의 형태로 발생했고, 문화는 태초부터 놀이였다. 문명은 놀이 속에서(in play) 놀이로서(as play) 생겨나고 발전해왔다”라는 견해와 일맥상통한다. 즉, 인간은 본질적으로 상상력을 갖고 재미있는 놀이를 추구한다.

Tender to Thalia ⓒ Robert Race

Tender to Thalia ⓒ Robert Race

로버트 레이스의 기계장치 장난감, 오토마타

오토마타 및 장난감 작가이자 교육자, 연구자,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로버트 레이스(Robert Race)의 작품 속에서도 ‘놀이로서의 오토마타’의 의미와 예술성을 찾아볼 수 있다.

로버트 레이스는 작품 제작에서 ‘단순하고 재미있는 방식’을 강조하며, 특히 자연적인 나무의 색감과 질감, 그리고 폐목재의 재활용 및 재생을 선호한다. 그의 책 제목과 강좌명에도 등장하는 ‘Simple’이라는 단어는 단지 ‘간단하다’라는 의미를 넘어, ‘간결성(簡潔性)과 순전성(純全性)’을 자신의 미적(美的) 이상과 철학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나무들로 만들어진 로버트 레이스의 오토마타와 장난감 작품들은 마치 동심의 세계에서 동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정감어린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분명히 기계의 실용성과 운동성을 예술적 감성으로 변화 · 발전시킨 것으로 보인다.

크랭크와 풀리(Pulley) 메커니즘으로 구성된 그의 대표작 ‘Tender to Thalia’는 그리스 신화에서 예술과 학문의 여신인 아홉 뮤즈(Muse) 가운데 하나로 희극(喜劇)과 목가(牧歌)를 관장하는 탈리아(Thalia)를 향해 움직이는 거룻배를 따뜻하고 아름다운 기계장치 예술, 오토마타로 표현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뮤지엄(museum)과 뮤직(misic)의 어원도 뮤즈 여신에게서 유래한 것이며, 뮤즈는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를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로버트 레이스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놀이를 멈추지 않고, 놀이를 멈추면 늙어간다’라고 얘기하며 놀이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언제나 ‘놀이’가 필요하며, 그것은 인간의 삶을 확장하고 풍요롭게 발전시킨다.

  • 전승일 계원예술대학교 공간연출과 겸임교수다른 기사 보기
  • 저작권자 2019.02.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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