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0,2019

식물 유래 에어로졸 생각보다 적어

과학에세이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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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멀수록 색조가 파란색으로 바뀌고 흐릿해지는 건 산을 둘러싼 공기에 에어로졸 농도가 높아 파장이 짧은 빛을 더 많이 산란시키기 때문이다.  ⓒ마인츠대

산이 멀수록 색조가 파란색으로 바뀌고 흐릿해지는 건 산을 둘러싼 공기에 에어로졸 농도가 높아 파장이 짧은 빛을 더 많이 산란시키기 때문이다. ⓒ마인츠대

풍경화를 그릴 때 산을 묘사하는 요령이 있다. 가까운 산은 녹색으로 그리고 뒤로 갈수록 청록색, 청색 순으로 색조를 바꾸고 색을 점차 흐리게 하면 된다(수채화는 물감을 덜 쓰고 유화는 흰색 물감의 비율을 높인다).

나뭇잎으로 덮인 산은 분명 녹색임에도 이처럼 멀어질수록 다른 색조를 띄고 흐려지는 건 숲을 둘러싼 공기에 존재하는 에어로졸이 파장이 짧은 빛을 더 많이 산란시키기 때문이다. 에어로졸(aerosol)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고체 또는 액체로 된 미세한 입자다. 크기가 작게는 수십㎚(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에서 크게는 수십㎛(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 분의 1m)에 이른다. 미세먼지도 에어로졸의 하나다.

숲을 둘러싼 에어로졸의 기원은 숲이다. 즉 식물이 내뿜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 줄여서 VOC)이 산화와 중합 등 여러 화학반응을 거치며 에어로졸이 되는데 이를 이차유기에어로졸(secondary organic aerosol. 줄여서 SOA)이라고 부른다. 즉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을 걸을 때 느껴지는 상쾌한 피톤치드 성분(VOC)이 에어로졸의 원료가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즉 사람의 활동으로 발생한 미세먼지에 식물에서 유래한 이차유기에어로졸이 합쳐지면 인체에 해로운 영향이 작아질까 커질까. 얼핏 생각하면 식물에서 유래한 에어로졸은 몸에 좋을 것 같아 미세먼지의 유해성을 상쇄할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더 악화시킨다.

그렇다고 식물 유래 에어로졸 자체가 해로운 건 아니다. SOA는 구름의 핵(씨앗)이 돼 비가 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 VOC에서 SOA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메탄이나 일산화탄소 같은 물질이 소모되면서 대기 중에 축적되지 않게 한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미세먼지를 지나치게 만들기 전까지는 고마운 존재였다는 말이다.

아무튼 지구 대기의 에어로졸 현황을 이해하려면 숲에서 만들어지는 에어로졸의 양과 질을 정확히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

대기의 에어로졸은 여러 휘발 성분이 합쳐지고 반응해 만들어진다. 과거에는 테르펜(terpene) 같은 식물 유래 휘발성유기화합물과 곰팡이 포자(fungal spore) 등이 기원이었지만 인류의 등장으로 땔깜 연기(biomass smoke), 디젤 검댕(diesel soot), 공장 매연 등 미세먼지가 더해지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식물 유래 휘발성유기화합물의 기여는 생각보다 적은 것으로 보인다. ⓒ 사이언스

대기의 에어로졸은 여러 휘발 성분이 합쳐지고 반응해 만들어진다. 과거에는 테르펜(terpene) 같은 식물 유래 휘발성유기화합물과 곰팡이 포자(fungal spore) 등이 기원이었지만 인류의 등장으로 땔깜 연기(biomass smoke), 디젤 검댕(diesel soot), 공장 매연 등 미세먼지가 더해지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식물 유래 휘발성유기화합물의 기여는 생각보다 적은 것으로 보인다. ⓒ 사이언스

딴 길로 새는 휘발성유기화합물 많아

학술지 ‘네이처’ 1월 31일자에는 과학자들이 식물에서 기원한 에어로졸의 양을 실제보다 많게 산정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실험결과가 실렸다. 영국 맨체스터대 등 유럽의 공동연구자들은 식물이 생산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대부분이 이차유기에어로졸(SOA)로 바뀐다는 기존 가정과 맞지 않는 측정 결과가 여럿 나왔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숲의 환경을 모방한 실험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즉 식물이 내뿜는 VOC의 주성분인 파이넨(탄소원자 10개짜리 분자로 대표적인 피톤치드 성분이다)과 이소프렌(탄소원자 5개짜리 분자)에 메탄, 일산화탄소, 오존에서 유래한 수산화라디칼(・OH)이 혼합된 공기에서 SOA가 얼마나 만들어지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이소프렌이 전체적으로 SOA의 생성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식물 유래 SOA를 분석해보면 파이넨에서 유래한 성분도 있고 이소프렌에서 유래한 성분도 있다. 둘 다 수산화라디칼과 반응해 산화하는 게 첫 반응이다.

그런데 이소프렌 대부분은 에어로졸을 만들지 않는 다른 화합물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소프렌은 수산화라디칼을 두고 파이넨과 경쟁하므로 결과적으로 파이넨이 SOA로 바뀌는 반응을 억제하는 셈이다.

한편 이소프렌이 수산화라디칼과 반응해 생성된 분자가 파이넨이 수산화라디칼과 반응해 생성된 분자의 발목을 잡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리고 메탄과 일산화탄소도 파이넨이 수산화라디칼과 반응해 생성된 분자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이들에게 붙잡힌 분자들 대다수는 에어로졸로 가는 반응에 참여하지 못한다.

결국 파이넨과 이소프렌의 일부만이 산화와 중합 등 여러 반응을 거쳐 에어로졸에 이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숲을 모방한 실험장치의 결과이므로 실제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도 똑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대기의 에어로졸 기원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연구자들은 논문 말미에서 “VOC 성분들을 단순히 더해 SOA의 양을 산출하면 실제보다 훨씬 많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대기의 에어로졸이 생태와 환경에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데는 인간의 활동으로 만들어내는 미세먼지의 기여가 생각보다 더 크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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