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7,2019

수면 부족, 알츠하이머 뇌손상 가속

해로운 타우 단백질 엉킴 촉발…충분한 잠은 질병 진행 늦춰

FacebookTwitter

수면 부족이 알츠하이머병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수면장애가 어떻게 알츠하이머 병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했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 의대(세인트 루이스) 연구팀은 쥐와 사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수면 부족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핵심 열쇠인 타우(tau) 단백질 수치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와 함께 쥐을 이용한 후속 연구에서 수면부족은 독성을 지닌 타우 단백질 덩어리가 뇌로 퍼지는 것을 가속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독성 타우 단백질 축적은 뇌 손상을 나타내는 징후로서 치매에 이르는 결정적인 단계다.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1월 2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이 연구 결과는 수면 부족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단독 인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한편, 좋은 수면 습관이 두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 잠이 부족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촉발시킨다는 연구가 나왔다.  ⓒ Pixabay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 잠이 부족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촉발시킨다는 연구가 나왔다. ⓒ Pixabay

잠 부족한 노년층 타우 수치 높아

논문 시니어저자인 데이비드 홀츠먼(David Holtzman) 신경학부 주임 교수는 “이 연구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수면과 같은 실생활 요소가 뇌를 통한 병의 빠른 확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시사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수면장애와 알츠하이머병이 다른 알츠하이머 관련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에 의해 부분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이번 연구는 수면장애가 해로운 타우 단백질을 빠르게 증가시키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확산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타우 단백질은 건강한 사람의 뇌에서도 발견된다. 그러나 특정한 조건이 되면 서로 뭉쳐서 엉켜 인접 조직에 손상을 입히고 인지 저하의 전조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잠이 부족한 노년층에서 타우 단백질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수면 부족이 직접 타우 수치를 올렸는지 혹은 수면부족과 타우가 다른 방식으로 연관돼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 논문 제1저자들인 제라 홀트(Jerrah Holth) 박사와 홀츠먼 교수실의 박사과정생이었던 사라 프리취(Sarah Fritschi) 박사를 비롯한 홀츠먼 교수팀은, 정상 상태와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각각 쥐와 사람의 타우 수치를 측정했다.

타우 단백질의 분자구조를 나타낸 그림 Credit: Wikimedia Commons / Jawahar Swaminathan and MSD staff at the European Bioinformatics Institute

타우 단백질의 분자구조를 나타낸 그림 Credit: Wikimedia Commons / Jawahar Swaminathan and MSD staff at the European Bioinformatics Institute

수면부족, 유해한 타우 엉킴 촉발

쥐는 야행성 동물이다. 연구팀은 뇌를 둘러싸고 있는 체액의 타우 수치가 쥐들이 자주 조는 낮시간보다 깨어서 활동하는 밤에 두 배 정도가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쥐들이 쉬는 낮 동안에 휴식을 방해하자 타우 수치는 두 배로 올라갔다.

사람에게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인 브렌든 루시(Brendan Lucey) 신경학 조교수는 여덟명으로부터 각각 밤에 정상적으로 잠을 잔 뒤 그리고 밤새 깨어 지낸 뒤에 뇌와 척수를 흐르는 뇌척수액을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밤에 잠을 못 잔 경우에는 타우 수치가 50% 정도까지 상승했다.

밤을 꼬박 새면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짜증을 내며 기회가 생기는 대로 잠을 자려고 한다. 쥐의 기분은 판단하기 어려우나 쥐들 역시 잠을 안 재우면 더 늦게까지 자려고 하면서 부족한 잠을 복구하려고 했다.

프리취 박사는 스트레스나 행동변화가 타우 수치를 변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유전자 변형 쥐를 만들어 무해한 화합물을 주입한 뒤 여러 시간 동안 깨어있게 했다.

화합물이 분해돼 없어지자 쥐들은 어떤 스트레스 징후나 잠을 더 자려는 명백한 욕구를 보이지 않고 정상적인 수면-각성 사이클로 돌아갔다.

연구팀은 이 쥐 실험을 통해 장시간 깨어있는 상태가 타우 수치를 올라가게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발견은, 정상적으로 사고와 행동을 하며 깨어있는 시간에는 타우 단백질이 일상적으로 분비되고, 밤에는 분비가 줄어들어 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면 부족은 이런 사이클을 방해해 타우 단백질이 쌓이고 해로운 엉킴이 축적되도록 촉발하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타우 엉킴은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부위인 해마와 내후각 피질에서 나타나고, 이어서 다른 뇌 부위로 퍼지는 경향이 있다.

타우 엉킴이 급속하게 확산돼 많은 뇌 영역들이 영향을 받으면서 연구자들은 점차 이에 대해 더욱 명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신경미세소관이 분해되는 그림. 미세소관을 지지하고 있는 타우 단백질이 서로 무리를 지어 엉켜서 퇴행을 일으킴으로써 알으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이 발병한다.  Credit: Wikimedia Commons / NIA/NIH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신경미세소관이 분해되는 그림. 미세소관을 지지하고 있는 타우 단백질이 서로 무리를 지어 엉켜서 퇴행을 일으킴으로써 알으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이 발병한다. Credit: Wikimedia Commons / NIA/NIH

충분한 잠, 질병 진행 늦춰

연구팀은 타우 엉킴의 확산이 잠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쥐의 해마에 작은 타우 덩어리를 주입한 다음 쥐들을 매일 장시간 깨어있게 했다. 타우 덩어리를 주입한 다른 쥐 그룹은 원하는 대로 자게 했다.

4주 뒤 확인한 결과 타우 엉킴은 수면이 부족한 쥐들에게서 더 많이 퍼졌다. 특히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동일한 뇌 부위에 새로운 엉킴들이 나타났다.

홀츠먼 교수는 “밤에 숙면을 취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말하고, “우리 두뇌는 하루의 스트레스로부터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적절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번 자료와 다른 데이터를 보면 병이 시작됐을 때 충분히 잠을 자면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수면부족이 파킨슨병의 특징인 시누클레인 단백질 분비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마찬가지로 파킨슨병 환자도 종종 수면장애를 가지고 있다.

수면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사와 함께 규칙적인 취침과 기상시간을 지켜 생활리듬을 조절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노인들에게 흔한 불규칙한 낮잠 역시 밤 수면을 방해한다.

자기 전에 과식을 하거나 술, 담배, 커피를 피하고,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면 도움이 된다. 낮에 30분 이상 숨이 약간 찰 정도로 적절한 운동을 하면 수면뿐만 아니라 전신건강에도 좋다.

만약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심하다면 전문의를 찾아 수면다원검사와 구강 및 비강 상태를 파악해 수술이나 보조기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의견달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