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7,2019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 ‘개인 맞춤형’

미래 유망기술 ⑫ 정밀의료

[편집자 註] 새해를 맞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놀라운 기술들이 대거 출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우리 삶의 속도와 질을 한 단계 높여줄 5세대 이동통신이 실현되고, 인공지능을 통해 공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혁신 시대, 사이언스타임즈는 2019년 새해를 맞아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기술을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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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나라 정부 R&D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20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특별히 미래 유망 첨단 바이오·의료분야 핵심기술 확보 및 시장선점을 위한 정밀의료·바이오신약·융복합 의료기기 지원에 5542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 지난해에 비해 8% 증가한 셈이다.

그 중에서 과기정통부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바이오헬스 분야 핵심원천기술 확보에 지원하는 R&D 예산은 3952억 원 규모다. 여기에 ‘오믹스 기반 정밀의료기술 개발’이 신규 사업으로 포함됐다. 올해를 시작으로 향후 5년간 460억 원이 투입된다.

이를 통해 기존의 단일 오믹스 연구에서 벗어나 다중 오믹스 분석으로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기술을 개발하고, 난치성 질환에 대한 바이오마커를 발굴해 예측, 진단하는 기술 개발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전체 등 오믹스 분석을 통해 개인별로 특정 질병으로 이환될 확률과 약물의 효과 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 pixabay / ScienceTimes

유전체 등 오믹스 분석을 통해 개인별로 특정 질병으로 이환될 확률과 약물의 효과 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 pixabay / ScienceTimes

오믹스 기반 정밀의료기술, 신규사업 채택

오믹스(omics)란 개별 유전자(gene)와 전사물(transcript), 단백질(protein), 대사물(metabolite) 등 생체물질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개념의 데이터 세트를 바탕으로 하는 생물학 분야를 말한다.

오믹스의 등장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Generation sequencing, NGS) 또는 대규모 서열 결정방법(Massively-parallel sequencing) 개발에서 비롯됐다. 유전체 등 오믹스 분석을 통해 개인별로 특정 질병으로 이환될 확률과 약물의 효과 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데 이것이 정밀의료다.

이처럼 정밀의료가 개인 맞춤형으로 의료패러다임을 바꾸게 되면서 의약품과 치료법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의약품은 개인별, 민족별, 인종별 특징에 따른 유전적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범용적으로 개발되어 왔다. 그래서 현재 의약품의 약효는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오믹스 분석과 빅데이터 등 기술의 발전으로 처방과 치료가 각 환자의 개인별 특성에 맞춰서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비효율적인 처방과 치료가 감소될 수 있으며, 질병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진단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생명공학연구센터는 글로벌 정밀의료 시장이 2017년 474.7억 달러에서 연평균 13.3%로 성장하여 2023년 1003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질병의 진단과 예측에 있어서 큰 진전을 보이고 있는 바이오마커 기술이다.

바이오마커(Biomarker)는 치료에 상관없이 환자의 결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조 생체 지표(Prognostic Biomarker)’와 특정 처치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는 ‘예측 바이오마커(Predictive Biomarker)’로 구분된다.

면역항암제에 대한 효과는 사람마다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반응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 발굴이 중요하다.  ⓒpixabay / ScienceTimes

면역항암제에 대한 효과는 사람마다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반응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 발굴이 중요하다. ⓒpixabay / ScienceTimes

면역치료에 바이오마커 기술 ‘각광’

특히 면역항암제에서 바이오마커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체내 면역계를 활성화하여 암 공격을 유도하는 것으로, 2015년 피부암의 일종인 악성 흑색종을 앓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완치를 선언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초의 면역요법으로 알려진 ‘인터류킨-2(IL-2)’는 전이성 신장암 및 전이성 흑색종에서 오래 사용돼 왔다. 그러나 IL-2는 체내 반감기가 짧으며 고용량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한계점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IL-2의 항암 효과는 그대로 유지한 채 부작용을 대폭 줄인 신종 단백질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 워싱턴대 생화학자 다니엘 아드리아노 실바 만자노 박사는 ‘Neo-2/15’로 명명된 이 단백질 개발 관련 기사를 지난 9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실었다.

만자노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단백질이 인터류킨-2의 아미노산 염기 서열 중 14%만 공유하는데, 직장암과 혈색종 세포를 이식한 생쥐 실험에서 부작용을 크게 줄이면서도 종양 성장은 강하게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면역항암제에 대한 효과는 사람마다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그러한 반응의 다양성으로 인해 개인이 특정 치료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바이오마커의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향후 이것이 우선순위 연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암 뿐만 아니라 당뇨, 자폐 등 발병 기전과 치료법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난치성 질환에서도 다중 오믹스 분석을 통한 바이오마커 발굴이 상당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말 생명과학 임상연구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메디데이터(NASDAQ: MDSO)는 머신러닝 기반 솔루션인 레이브 오믹스(Rave Omics)를 통해 희귀질환인 캐슬만병의 바이오마커를 발견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에 보건사회연구원은 2030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여성 90.8세, 남성 84.1세로 남녀 모두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하지만 노인 10명 중 9명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에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는 9년 정도나 됐다.

과거의 치료방식은 증상을 기반으로 한 직관적 차원의 의료였다. 그러나 오믹스 분석과 바이오마커 기술 발굴 등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의 발전을 통해 치료방식의 정확도와 효용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앞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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