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2,2019

혹등고래는 클래식, 북극고래는 재즈를 부른다

수명 200년 북극고래는 5개월 동안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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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고래에 대해 멋진 삼각형 꼬리를 달고, 가끔 바닷물 위로 솟구치면서 시원하게 물보라를 일으키는 장면을 연상한다.

40여톤의 무게가 되는 혹등고래가 바닷물 위로 솟구쳤다가 공중에서 몸을 비틀고 등으로 철퍼덕 떨어지는 모습은 특히 눈길을 끈다.

고래는 엄청난 레퍼토리를 가진 가수이기도 하다. 남반부에 사는 혹등고래와 북극지방에 사는 북극고래의 노래는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과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야생동물보호협회(Wildlife Conservation Society; WCS)는 아프리카의 동쪽 바다와 서쪽 바다에서 서식하는 혹등고래가 부르는 노래소리를 5년동안 녹음해서 분석했다. 이들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서로 유사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등뒤로 첨벙 하기 직전의 혹등고래 ⓒ 위키피디아

등  뒤로 첨벙하기 직전의 혹등고래 ⓒ 위키피디아

그러나 남대서양 혹등고래와 인도양 혹등고래가 부르는 노래의 유사성은 매년 조금씩 달랐다. 이것은 이 두 집단의 혹등고래들이 매년 어떤 특정한 곳에서 만나서 서로의 노래를 듣고 배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8일 ‘왕립협회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야생동물협회의 멜린다 레크달(Melinda Rekdahl) 박사는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 서식하는 혹등고래들이 무리를 지어 매년 만나면서 노래를 서로 배우고 가르친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가봉 해안과 마다가스카르 해안에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녹음한 1,500개의 소리를 분석했다.

혹등고래는 동물의 왕국에서는 대단한 가수로 꼽힌다. 신음소리와 울부짖는 소리 등으로 구성된 복잡한 노래를 부른다.

소리조각들이 모여 악구(樂句)를 이루고 다시 이들이 모여 노래의 주제를 구성한다. 혹동고래는 이렇게 서로 다른 주제들을 모아 만든 노래를 수 시간이나 수 일 동안 계속 불러 댄다.

새끼와 함께 헤엄치는 혹등고래 ⓒ Pixabay

새끼와 함께 헤엄치는 혹등고래 ⓒ Pixabay

같은 무리에 속한 모든 수컷 혹등고래는 같은 노래를 부르는데, 계절별로 자주 부르는 히트곡목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한 무리에서 유행하는 노래는 가까운 고래 무리로 퍼져 나가 영향을 미친다.

좋은 노래는 서로 배워 퍼트려

시간이 지나면서 과학자들은 두 개의 서로 다른 혹등고래 무리에게서 같은 주제의 노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해는 다른 해 보다 유사성이 더 많이 나타나기도 한다.

연구를 시작할 때 과학자들은 두 곳에서 5개의 테마음악을 공유한 것을 발견했지만, 조금씩 편곡이 바뀐 것도 나타났다. 2003년 가봉 해안의 혹등고래가 부르는 노래는 마다가스카르 혹등고래 노래보다 세련됐다.

흥미로운 것은 두 고래그룹이 그 전 해에 유행한 노래는 더 이상 부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5년에는 두 집단에서 부르는 노래가 크게 비슷했다. 예외적으로 그 전년에 불렀다가 더 이상 부르지 않는 노래를 부르는 고래도 한 마리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WCS의 하워드 로젠바움 (Howard Rosenbaum)박사는 “서로 다른 지역에 사는 고래무리들이 노래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로젠바움 박사는 “서로 다른 집단의 고래들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치는지, 또한 고래들에게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은 혹등고래 보존에 좋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15미터까지 자라는 혹등고래는 1960년 이후 세계적으로 포획이 금지됐다.

혹등고래 못지 않게 북극고래 역시 노래를 부르는 동물로 유명하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이 4년 동안 북극고래가 그린란드의 얼음아래에서 노래하는 소리를 녹음한 결과, 너무나 다양한 레퍼토리가 나와 깜짝 놀랄 정도다.

북극고래의 노래는 같은 고래지만 혹등고래의 노래와는 매우 다르다.  북극고래의 노래 소리는 마치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내는 소리 같다. 중간중간에 소가 음메 하는 듯한 짧은 소리도 들어가고, 가벼운 휘파람이나 바람소리같은 소리도 섞여 있다.

연구팀은 지난해 4월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북극고래가 부르는 노래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녹음된 북극고래의 노래소리는 무려 184개의 다양한 노래를 포함하고 있다.

논문의 주저자인 케이트 스태포드(Kate Stafford) 박사는 “만약 혹등고래의 노래가 클래식 음악이라면 북극고래의 노래는 재즈와 같다”고 말했다.

북극고래의 음악소리는 혹등고래에 비해서 훨씬 자유분방해서 흥이 나는 대로 연주하는 즉흥곡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북극고래 역시 놀랍게도 매년 새로운 노래를 부른다.

파악된 레퍼토리만 무려 184개

스태포드 박사는 2007년 그린란드 해안에서 북극고래의 노래를 처음으로 탐지했다. 이후 2012년 그가 그린란드에서 녹음을 할 때, 북극고래들은 겨울철 산란기 내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당시 북극고래들은 11월부터 4월까지 하루에 24시간 동안 계속 노래를 불렀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아주 다양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95% 이상 얼음으로 덮힌 바다밑에서 이렇게 긴 시간 노래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겨울 내내 재즈같은 노래를 부르는 북극고래 ⓒ Kovacs Norwegian-Polar-Institute

겨울 내내 재즈같은 노래를 부르는 북극고래 ⓒ Kovacs Norwegian-Polar-Institute

200년을 사는 북극고래는 어떤 고래보다 지방질이 두껍고 고래수염이 가장 길다. 북극고래는 1600년대에 거의 멸종됐으며 현재 겨우 200마리만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반부의 혹등고래나 북극지역의 북극고래가 이처럼 열정적으로 긴 시간 동안 레퍼토리를 바꿔 노래 부르는 이유는 아직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북극고래의 레퍼토리가 그렇게 많은 것은 행동생태학으로 볼 때 엄청난 미스터리다.

현재 연구진은 북극고래가 노래하는 것이 찌르레기, 들종다리의 행위와 유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레퍼토리를 수시로 바꿔 고상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짝을 유혹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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