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1,2019

물은 없지만, 파도와 거품은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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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지명들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단연 ‘고요의 바다’다. 인류가 처음으로 발자국을 찍은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 TV 생중계 화면을 타고 “휴스턴, 여기 고요의 바다 기지(Tranquility Base)에 이글이 착륙했다”라는 목소리가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물론 TV를 지켜보던 지구인들 중 고요의 바다에 물이 없는 것을 보고 놀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달에는 스무 개가 넘는 바다가 있지만, 모두 물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메마른 땅이다.

하지만 과거의 천문학자들은 달도 지구처럼 바다가 있고 그곳이 어둡게 보인다고 여겼다. 물론 그 실상은 현무암 성분의 용암이 흘렀던 낮은 땅, 주변보다 어둡게 보이는 땅일 뿐이다.

반면에 밝은 부분은 고지대다. 17세기 초 케플러는 밝은 곳을 뭍(terra/복수형은 terrae), 어두운 곳을 바다(mare/복수형은 maria)로 불렀다.

달의 바다 ⓒ 박지욱 / ScienceTimes

달의 바다 ⓒ 박지욱 / ScienceTimes

현재 달에 있는 22개의 바다와 1개의 대양에는 라틴어로 된 이름이 붙어 있다. 그 이름들은 자연의 성질, 인간의 심상, 지리, 사람 이름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중 자연, 특히 물과 관련된 이름이 가장 많다.

여기에는 고요(Mare Tranquillitatis; Sea of Tranquility), 풍요(Mare Fecunditatis; Sea of Fecundity), 추위(Mare Frigoris; Sea of Cold), 습기(Mare Humorum; Sea of Moisture), 소나기(Mare Imbrium; Sea of Showers) , 구름(Mare Nubium; Sea of Clouds), 증기(Mare Vaporum; Sea of Vapors), 파도(Mare Undarum; Sea of Waves), 거품(Mare Spumans; Foaming Sea)이 있다.

인간의 심상에서 온 이름에는 정직(Mare Ingenii; Sea of Cleverness), 위기(Mare Crisium; Sea of Crises), 인식(Mare Cognitum; Sea of Knowledge), 평온(Mare Serenitatis; Sea of Serenity)이 있다.

지리 개념에서 온 이름에는 남쪽(Mare Australe; Southern Sea), 동쪽(Mare Orientale; Eastern Sea), 섬(Mare Insularum; Sea of Islands), 변두리(Mare Marginis; Sea of the Edge), 모스크바(Mare Moscoviense; Sea of Muscovy)가 있다.

사람 이름으로는 훔볼트(Mare Humboldtianum; Sea of Alexander von Humboldt)와 스미스(Mare Smythii; Smyth’s Sea)가 있다.

나머지로는 뱀(Mare Anguis; Serpent Sea)과 넥타르(신들의 음료수. Mare Nectaris; Sea of Nectar), 폭풍의 대양(Oceanus Procellarum; Ocean of Storms)이 있다.

바다 이름의 대부분은 리치올리가 붙인 지명을 국제천문연맹(IAU)이 1935년에 공인한 것이다. 다만 ‘정직’과 ‘모스크바’는 1961년, ‘인식’과 ‘동쪽’은 1964년, ‘섬’은 1976년에 각각 이름이 붙여졌다.

달 바다의 이름에 붙은 자연 현상은 주로 물과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달이 바다의 밀물과 썰물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물의 성질로 달의 이름을 만든 것이다.

옛 사람들은 달이 바다는 물론이고 강이나 호수에도 영향을 준다고 믿었는데, 심지어는 물로 이루어진 인체 역시 영향을 받는다고 믿었다.

특히 뇌척수액으로 가득 찬 인간의 뇌가 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달의 영향을 지나치게 받아 제정신이 아닌 사람을 lunatic이라 불렀다.

lunatic 광증(狂症) ← Luna 달의 여신 루나

한편 지리 개념이 붙은 이름들은 대개 위치와 관련이 있다. 달의 북극에 가까운 곳에는 추위의 바다가 있고, 달의 동쪽 끝에는 변두리의 바다가 있다.

그러나 모스크바 바다(Mare Moscoviense)는 조금 다르다. 이는 1959년 달의 뒷면으로 처음 날아간 소련의 무인 달 탐사선 루나 3호가 발견해 붙인 이름이다.

이는 일반적인 달 바다의 작명 원칙에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모스크바라는 이름 자체가 원래 ‘습지’를 의미하기에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아폴로 11호 착륙지를 한번 찾아보아요 ⓒ 박지욱 / ScienceTimes

아폴로 11호 착륙지를 한번 찾아보아요 ⓒ 박지욱 / ScienceTimes

인식의 바다(Mare Cognitum)는 1964년 미국의 무인 달 탐사선 레인저 7호가 ‘달에 충돌하면서 알게 된 바다’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소련과 미국은 이렇게 바다에 이름 하나씩을 붙였다. 이제는 중국도 달의 뒷면에서 바다 하나를 열심히 찾지 않을까?

사람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훔볼트 해(Mare Humboldtianum)는 미지의 땅을 탐사한 독일의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를, 스미스 해(Mare Smythii)는 19세기 영국 천문학자 스미스(William Henry Smyth)를 기리는 지명이다.

그 외에도 달의 지명에는 많은 이름들이 있다. 달 바다의 해저의 주름잡힌 골(dorsum), 곶(promontorium)과 만(sinus)에도 각각의 명칭이 있다.

달의 밝은 고지대에는 산(mons, mont), 산맥(montes), 계곡(vallis), 호수(lacus), 늪지(palus), 실개천(rima), 절벽(rupis)이 있다.

그리고 충돌구(crater)와 연이은 충돌구(catena), 주변보다 밝은 곳(albedo)도 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에 이름이 다 붙어있고, 이는 지금도 계속 추가되고 있다.

물론 그 이름들 역시 오래된 작명 원칙이 있다. 산, 산맥, 계곡에는 지구의 산, 산맥, 계곡의 이름이 역시 라틴어로 붙었다.

1,600개가 넘는 충돌구에는 사람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처음에는 천문학자의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그 범위가 넓어졌다.

명암경계선 상에서 잘 보이는 달 충돌구 ⓒ 박지욱 / ScienceTimes

명암경계선 상에서 잘 보이는 달 충돌구 ⓒ 박지욱 / ScienceTimes

현재 철학자, 과학자, 수학자, 탐험가, 지도제작자, 지리학자, 동물학자, 달 연구가, 로켓 공학자, 시계제작자, 발명가, 기술자, 달 탐사선 우주인 등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달 충돌구에 붙여졌다. 아마 충돌구가 너무 많아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crater 충돌구 ← 그리스어 Κρατήρ 로 ‘(물)잔’ 

catena 연이어 늘어선 충돌구. ← 라틴어로 사슬(catena). 가톨릭 기도문이기도 한 까떼나는 연결 사슬이란 의미다.

산맥에는 알프스, 아펜니노, 코커서스, 쥐라, 카르파티안, 피레네, 타우루스 산맥들이 라틴어로 이름이 붙었다. 여기에 나중에는 인명들이 더해졌다.

계곡에는 지구 지명 알프스를 제외하면 바데, 보어, 인기라미, 팔리츠쉬, 플랑크, 슈뢰딩거, 쉬뢰터, 스넬 같은 과학자와 시인의 이름이 보인다.

산에는 사람의 이름이 대부분이다. 과학자들의 이름도 있지만 일반적인 인명들도 있다.

그러고 보니 올해 2019년은 인간의 달 착륙 50주년이다. 달과 관련된 다채로운 행사들을 기대하며, 인류의 달 탐사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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