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4,2019

자율주행차 시대, 시뮬레이터로 앞당긴다

효율적인 자율주행 시험 가능… 테스트 기간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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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자율주행차가 세간의 이슈다. 각종 언론 보도 등을 보고 있으면, 곧 자율주행차가 거리를 활보할 것만 같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의 실질적인 상용화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다. 컨설팅 전문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25년 기준으로 자율주행차가 전체 차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이러한 예상에 과감히 도전하는 기업이 있다. 구글 그룹사인 ‘웨이모(Waymo)’다.

지난 12월 웨이모는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교외 남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 원(Waymo One)’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한참이나 뛰어넘은 것이다. 웨이모는 과연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서비스를 선보인 것일까?

그 근거는 ‘주행거리 시험’인 것으로 보인다. 웨이모는 2009년부터 꾸준히 자율주행 시험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지난 10월, 웨이모의 자율주행 시험 거리는 총 1,000만 마일(1,600만 킬로미터)을 돌파했다. 이 정도 테스트를 거쳤으면,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웨이모 측의 입장이다.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 모습 ⓒ Flickr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 모습 ⓒ Flickr

웨이모가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선보임에 따라 경쟁 업체는 분주해졌다.

특히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 (Uber)’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웨이모 원 서비스는 운전자가 없을 뿐 차량 공유 서비스와 유사하다. 따라서 우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지난 12월 우버는 “자율주행 시험을 9개월 만에 재개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우버는 자율주행 시험에서 한 여성을 숨지게 한 이후 자율주행 시험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경쟁사의 도약에 우버는 다시 자율주행 시험에 나섰다. 이를 위해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교통 당국에 자율주행 시험 허가를 받은 상태다.

자율주행 구현의 핵심 ‘주행 시험’

웨이모와 우버의 사례는 자율주행차에서 주행 시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럼 어떤 면에서 자율주행 시험이 중요한 것일까?

자율주행 시험은 단순히 자율주행차의 안전성만을 보증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안전성 확보는 기본이고, 자율주행 수준을 높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를 한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동작한다. 따라서 자율주행 시스템은 도로 주행을 통해 데이터를 계속 모으고 이를 학습하면서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자율주행 시험이 없으면 자율주행 수준을 결코 높일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여러 도시에서 자율주행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독일, 영국 등의 국가는 이를 위한 자율주행 시험을 승인해주고 있다. 심지어 자율주행 시험 전용 공간을 구축한 곳도 있다.

우버의 자율주행차 모습  ⓒ 위키피디아

우버의 자율주행차 모습 ⓒ 위키피디아

2014년 스웨덴의 볼보(Volvo)는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시험 공간 ‘아스타제로(AstaZero)’를 열었다. 이를 위해 볼보는 총 7천만 달러(약 840억 원)를 투자했다.

아스타제로는 볼보 본사가 위치한 스웨덴의 예테보리(Göteborg) 근처에 소재하고 있다. 그 면적은 200만 제곱미터에 이른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는 미시간 주 정부, 미국 연방정부, 민간 기업 등과 함께 1천만 달러 (약 120억 원)를 들여 자율주행 시험 공간 ‘엠-시티 (M-City)’를 2015년 완공했다. 면적은 12만 9천 제곱미터다.

이외에 일본 자동차연구소(JARI)가 34억 엔(약 340억 원)을 들여 15만 제곱미터 규모의 자율주행 시험장을 구축했다. 중국 상해에서도 50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시험 공간이 구축됐다.

우리나라도 재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월 경기도 화성시에 자율주행차 시험 공간 ‘케이-시티(K-City)’를 구축했다.

이처럼 자율주행차 구현을 위해서 세계 곳곳에서 시험 공간을 만들고 있다. 그럼 얼마나 많은 시험을 진행해야 자율주행차가 사람 운전자 이상의 안전한 수준에 이르는 것일까?

500년이나 걸릴 수 있는 자율주행 시험 기간

싱크탱크 연구소 ‘랜드 연구소(RAND Corporation)’는 자율주행차의 안전 보증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험을 진행해야 하는지를 연구했다. 랜드 연구소가 기준으로 잡은 것은 미국 교통통계국(Bureau of Transportation Statistics)에서 조사한 2015년의 교통 사망률 (1.09%)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율주행차가 사람 운전자 수준까지 가기 위해서는 약 2.75억 마일(약 4.43억 킬로미터)의 주행 시험을 해야 한다.

사람 운전자보다 20퍼센트 정도 운전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약 88억 마일(약 141.62억 킬로미터)의 주행 시험을 해야 한다.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무려 110억 마일(약 177.02억 킬로미터)의 주행 시험이 필요하다.

랜드 연구소는 이를 기간으로도 표현했다. 시간당 25마일(약 40.23킬로미터)를 달리는 자율주행차 100대가 365일 동안 계속 주행 시험을 하는 것을 기준으로 잡았다.

그 결과, 자율주행차가 사람 운전자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12.5년이 걸리고, 20퍼센트 더 잘하는 것은 400년, 20퍼센트 초과에는 500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모가 10년간 1,600만 킬로미터의 주행 시험을 한 것을 고려하면, 현재 웨이모 주행 수준은 사람 운전자에게도 못 미친다.

참고로 미국 고속도로 교통 안전국(NHTSA)에 따르면, 교통사고 원인의 90퍼센트가 운전자 부주의이고, 이러한 부주의 가운데 41퍼센트가 음주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람이 음주 운전만 하지 않는다면 교통 사고율이 30퍼센트 이상 감소할 것이다.

이를 근거로 자율주행차의 시험 거리를 다시 추산해보면, 자율주행차는 최소  177.02억 킬로미터의 거리를 주행 시험해야 일반 운전자 수준에 가까워진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하면 웨이모의 주행 시험 거리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그런데도 웨이모가 자신감 있게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자율주행 시뮬레이터에 있다.

자율주행 시험 공간 ‘엠시티’의 모습  ⓒ Flickr

자율주행 시험 공간 ‘엠시티’의 모습 ⓒ Flickr

현실 제약을 없애는 자율주행 시뮬레이터

지난 7월 웨이모 최고경영자 ‘존 크라프칙 (John Krafcik)’은 “50억 마일(80.46킬로미터)의 주행 시험을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를 통해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말은 200년 가까이 진행해야 할 주행 시험을 벌써 끝마쳤다는 의미다.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는 가상공간에서 자율주행차의 주행 시험을 할 수 있게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가상공간이기 때문에 현실의 어떠한 제약이 없다. 자동차 대수를 현실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늘릴 수 있다.

시험 속도도 조절할 수 있다. 현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주행 시험을 진행케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을 통해 엄청난 양의 자율주행 시험을 진행할 수 있게 한다.

각종 상황을 구현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공간을 쉽게 재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날씨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고 위험도 없다.

결국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는 자율주행차 제조 회사가 원하는 최적의 주행 시험 공간을 제공해준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실제 자율주행차 전용 공간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정확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자율주행 시뮬레이터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미 작년부터 여러 자율주행 시뮬레이터가 활용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인 온라인 교육업체 ‘유다시티(Udacity)’는 자율주행 시뮬레이터 기술을 공개해 수강생이 이를 활용할 수 있게 제공했다.

인텔과 도요타는 공동 연구를 진행해 개발한 시뮬레이터 ‘카를라(CARLA: Car Learning to Act)’를 2017년 11월에 공개했다. 2018년 9월에는 엔비디아(NVIDIA)가 자체 자율주행 시뮬레이터 ‘드라이브 콘스텔레이션(Drive Constellation)’을 공개했다.

이들이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를 개발한 이유는 한결같다. 현실에서 자율주행 시험을 진행하기에는 제약사항이 너무 많다. 반면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는 이러한 제약을 없애주고, 더 효율적으로 자율주행 수준을 높여줄 수 있다.

어쩌면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더 빨리 자율주행차 시대가 올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는 자율주행 시뮬레이터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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