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0,2019

돌고래가 한 쪽 눈을 뜨고 자는 이유

과학서평 / 수면의 과학

FacebookTwitter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와 조류 등 고등 척추동물은 매일 잠을 잔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면 참 이상한 일이다. 적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잠을 자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물속에서 사는 돌고래의 경우 이는 더욱 중요한 일이다.

돌고래가 인간처럼 수 시간 동안 죽은 듯이 잠을 잔다면, 물에 빠져 죽거나 다른 동물의 습격을 받아 비명횡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돌고래는 정말 특이하게 헤엄을 치면서 잠을 자는 것이 가능하다.

큰 돌고래는 한 번 잠을 잘 때 뇌의 반쪽씩 교대로 잠을 잔다. 오른쪽 뇌가 수면상태일땐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을 감고 있을 때는 왼쪽 뇌가 수면상태가 된다. 이렇게 반쪽씩 자면서 계속 헤엄을 칠 수 있다.

반쪽 잠은 조류도 마찬가지이다. 철새는 공중을 날면서 육지로 내려오지 않고 오래동안 비행하는데, 역시 돌고래처럼 두 눈을 교대로 감으면서 자는 것으로 보인다.

기린도 한 번 누우면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선 채로 잠을 자는데, 돌고래와 같이 반쪽 잠을 잔다.

 돌고래의 뇌는 반씩 교대로 잔다. ⓒPixabay

돌고래의 뇌는 반씩 교대로 잔다. ⓒPixabay

이러한 반구수면(hemispheric sleep)은 고등 척추동물에서 잠이 얼마나 필수적인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렇게 반쪽 잠을 자면서까지 수면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렘 수면 발견으로 과학적 연구 활발해져

인간의 수면에 대한 여러가지 과학 중 가장 기초를 이룬 것은 렘(REM) 수면의 발견이다. 1953년 아세린스키(Eugene Aserinsky)와 클레이트만(Nathaniel Kleitman)은 수면학 역사에 남을 획기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당시 대학원생인 아세린스키는 잠잘 때 안구가 어떻게 운동하는지 기록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그가 자신의 7세 아들에게 이를 실험한 결과는 놀라웠다. 아들이 잠에 든 얼마 후에, 그의 안구가 빠르고 불규칙하게 움직인 것이다.

아세린스키의 스승인 클레이트만은 이것이 매우 중요한 현상임을 직감했다.

이들은 후속 연구를 벌여 수면 중의 안구운동이 심장박동수나 호흡수의 변화도 함께 동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수면중에도 뇌가 규칙적으로 활발하게 운동하는 것을 발견한 점이다.

그때까지 과학자들은 수면중에 뇌활동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었다. 때문에 이들의 연구는 당시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이 현상은 급속안구운동(Rapid Eye Movement)라고 불리며, 이후 수면연구의 기초가 되었다. 수면연구에서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렘(REM) 수면이 등장한 것이다. 이후 수면은 렘 수면과 논렘(non REM)수면으로 구별된다.

일본 츠쿠바 대학 국제종합수면의학연구소 교수인 사쿠라이 다케시(櫻井 武)가 쓴 ‘수면의 과학’은 동물들이 왜 잠을 자야하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그는 심리학자나 문학자와는 달리 과학적인 측면을 위주로 수면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아세린스키의 발견 이후 수면과 뇌 활동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가 급속히 늘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수면은 논렘 수면에 이어 렘 수면이 규칙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논렘 수면 시간은 75%, 렘 수면은 25%이다.

정설로 밝혀진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다케시 교수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가설을 제시한다. 사람은 잠을 자면서 낮 동안 보고, 듣고, 읽고, 경험하고, 느끼면서 취합한 온갖 정보를 뇌에 입력, 뇌세포의 시냅스를 형성한다.

다케시를 비롯한 많은 수면과학자들은 논렘 수면 중 이 많은 시냅스가 정리되는 것으로 본다. 일종의 가지치기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낮 동안 복잡하고 무거웠던 머리가 자고 나면 개운해지는 것이 바로 이 쓸데없이 많은 시냅스가 싹 정리되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

최근에는 논렘 수면 중 뇌 내 세포에 쌓인 유해한 노폐물을 제거하기 위한 글림프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연구도 나왔다. 혈관 주위의 공간을 흐르는 뇌척수액으로 뇌 안의 세포에 쌓인 유해한 노폐물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렘 수면은 논렘 수면을 통해 일단 정리된 기억이 추가로 분류되고 중요도의 가중치가 매겨지는 과정으로 여겨진다.

일종의 썸네일이나 메모딱지가 붙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절대 잊어서는 안될 기억에 대해서는 ‘절대 잊지 말 것’이라는 특별메모와 함께 별표 서너 개가 붙는다고 다케시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자고 나면 더 잘 기억이 되는 이유에 대해 “수면 중에 여러가지 기억을 고정하고 강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기억에는 공간기억, 스토리를 꿰뚫는 서술기억, 추상적인 개념의 지식에 대한 의미기억이 있다.

이와 함께 악기나 도구를 다루거나 운동을 하는 요령 등에 대한 절차기억, 그리고 느낌을 담아두는 감정기억 등도 수면과 밀접한 연관을 가졌을 것이라는 것이 다케시 교수의 분석이다.

잠 적게 자면 비만 위험 높아져

수면의 과학적인 배경을 알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잠을 적게 자면 절대 건강할 수 없으며 아름다워질 수도 없다. 다케시 교수는 2004년 컬럼비아 대학 연구팀이 1만8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책에 수록했다.

사쿠라이 다케시 지음, 장재순 옮김 /을유문화사 값 15,000원 ⓒ ScienceTimes

사쿠라이 다케시 지음, 장재순 옮김 /을유문화사 값 15,000원

연구팀은 7시간을 자는 사람과 비교해 6시간을 자는 사람은 비만확률이 23%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이 확률은 5시간 자는 사람에게는 50%, 4시간 이하를 자는 사람에게는 73%까지 높아진다.

이는 수면부족이 대사증후군이나 심혈관질환 및 대사이상의 위험증가와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수면은 인간의 희망을 담은 비전(꿈)을 드러냈으며, 앞날을 예측하는 놀라운 예언의 수단이기도 했다. 이제 수면과학의 등장으로 인간의 기억처리 과정에서 수면이 필수적일 뿐더러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드러났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요즘은 중고등학생의 학업성적의 효율을 높이고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수면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연구가 계속 나온다. 이에 현재 미국에서는 등교시간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의 가장 복잡한 구조물인 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주기적으로 정비하고 정리정돈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수면은 이같은 정비를 하게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다.

물론 수면이 인간의 여러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하는 작업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젠가 인간이 수면과 뇌의 과학을 좀 더 분명하게 이해한다면, 자기 몸과 생각을 현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수도 있지 않을까?

의견달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