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6,2019

인상파 화가 모네의 시각적 두뇌

2D 대상을 보고 3D 입체 이미지로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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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Claude Monet)는 1840년부터 1926년까지 살았던 프랑스의 화가다.

그는 인상파 양식을 창시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그의 작품 ‘인상, 일출(Impression, Sunrise)’에서 ‘인상주의(impressionism)’라는 말이 생겨났다.

모네는 평생 ‘빛이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 원칙을 고수했다. 그리고 탐색하는 자세로 동일한 사물이 빛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 지를 보여주는 여러 장의 그림을 남겨 놓았다. 그중에 ‘테임즈 강 위의 워털루 브리지(Waterloo Bridge over the Thames River)’란 시리즈 작품이 있다.

로체스터 미술관에 소장하고 있는 인상파화가 모네의 작품 '테임즈 강 위의 워털루 브리지'. 같은 장소에서 시간을 바꿔가며 그린 40여 편의 연작으로 최근 과학자들이 색상 분석을 통해 모네가 탁월한 뇌과학적인 지식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있다.

로체스터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인상파 화가 모네의 작품 ‘테임즈 강 위의 워털루 브리지’. 입체적 표현이 강하게 엿보인다. 최근 과학자들이 색상 분석을 통해 모네가 탁월한 뇌과학적인 지식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있다. ⓒ University of Rochester photo / J. Adam Fenster

같은 장소에서 40장이 넘는 그림 그려

19일 ‘phys.org’에 따르면 모네는 1871년 이후 영국 런던을 여러 번 여행했다. 테임즈 강 위의 워털루 브리지는 그가 1899년과 1900년 세 차례의 여행을 하면서 그린 그림이다.

모네는 테임즈 강이 보이는 사보이 호텔 발코니에서 같은 장면을 보며 40장이 넘는 그림을 남겨 놓았다.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모네가 그리려 했던 것이 사실은 워털루 브리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를 사로잡았던 것은 일시적인 빛에 의해 드러나고 있는 다채로운 안개였다.

그는 다양한 붓 터치를 통해 같은 장소에서 시간을 바꿔가며 여러 장의 그림을 생동감 있게 그렸다. 현재 그중 8장이 미국 로체스터 미술관의 메모리얼 아트 갤러리 중앙부에 걸려 있다.

이 그림들이 왜 인기가 있는 것일까? 과거의 과학은 그 원인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로체스터 미술관과 카네기 미술관, 우스터 미술관의 과학자들이 협력해 모네가 지니고 있었던 시각에 대한  통찰력을 밝혀내고 있다.

연구팀은 모네의 워털루 시리즈에 들어있는 색소를 모두 분석했다. 그리고 모네가 매우 제한된 색상을 사용해 놀라울 정도로 폭넓은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람이 사물을 본다는 것은 사물을 통해 반사된 빛을 본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망막을 통해 이 빛의 파장을 분석해 색깔을 식별한다.

로체스터 대학의 광학전문가 데이비드 윌리엄스(David Williams) 교수에 따르면, 망막에서 인식된 빛 파장에 대한 정보는 시신경을 따라 뇌 뒤편에 있는 시각 피질(visual cortex)에 도달하게 된다.

시각 피질은 다른 뇌 기관들과 협력해 입수된 정보의 속성을 분석한다. 그리고 선과 형태, 그 심도(depth) 등이 포함된 이미지를 재현한다.  이렇게 재현된 이미지들이 지금 우리들이 보고 있는 풍경과 사물들이다.

때문에 이곳이 손상되면 시각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외부적으로 눈에 아무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물체가 안 보인거나 이상하게 보인는 현상이 발생한다.

반대로 이곳의 색상 인식 능력이 뛰어나면 화가들처럼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2차원 장면, 3차원 요소로 인식 

화가들이 뛰어난 것은 색상을 보다 더 정교하게 본다는 것이다. 그중의 하나가 입체 영상에 대한 분석 능력이다.

보통 사람들의 경우 어떤 장면을 보든지 2차원적인 해석에 머무는 경우가 보통이다. ‘빨강 옷을 입었다’, ‘하늘이 어둡다’와 같은 표현이 그것이다. 반면 모네는 2차원적인 장면을 3차원적인 요소로 인식하려 했다.

그리고 그는 2차원적인 캔버스에 보통 사람들이 표현할 수 없는 3차원 이미지를 재현하려 했다. 로체스타 대학의 뇌‧인지과학자인 두예 타딘(Duje Tadin) 교수는 “모네가 관람객들로 하여금 2차원의 세계를 3차원으로 볼 수 있도록 트릭을 쓴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보이 호텔 발코니에서 수 차례에 걸쳐 테임즈 강에 있는 워털루 브리지를 그리면서, 사람들이 자신이 보고 있는 풍경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애를 쓰고 있었다는 것.

타딘 교수는 “모네는 블러(blur) 방식을 적용한 매우 세심한 표현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깊이감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금 특수 카메라로 3D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과학자들이 궁금해 하고 있는 것은 모네가 빛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정교한 장치로 그의 그림에 들어있는 색소를 분석, 그가 테임즈 강 위에 있는 워털루 브리지의 장면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역추적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워털루 브리지 시리즈 분석을 통해 모네가 다리 주변을 비추고 있는 빛의 움직임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네 이전까지 화가들은 시간이 지나도 워털루 브리지의 색이 변하지 않는다는 빛의 항상성(color constancy)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모네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상파 화가들은 빛의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었으며, 분석을 통해 입체 이미지를 그려냈다.

빛의 성질을 파악하고 있었던 모네의 그림을 보면 과거 화가들과 비교해 표현 방식 역시 크게 달랐다. 그는 어떤 사물을 그리면서 주변 상황과 어울리는 색상을 쓴 것이 아니라 뚜렷이 구별되는 색상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모네가 사람의 시각체계를 이해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뚜렷이 구별되는 색상의 거친 붓 터치를 보게 될 경우 사람의 시각이 자극을 받게 된다는 것.

윌리엄스 교수는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들의 뇌는 시각정보를 재편집하고, 그림을 논리정연하게 재해석하게 되는데 모네가 이 과정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교수 등 연구팀은 모네의 그림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화가와 대중 간의 소통방식을 넓혀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향후 미술관의 입지가 걸려있는 중요한 작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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