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0,2019

네안데르탈인 게놈, 현대인 두상에도 흔적 남겼다

다국적 연구팀, 두상 결정 관여하는 2개 유전자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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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발표됐던 네안데르탈인 게놈 해독 결과는 고인류학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일 것이다. 아시아인과 유럽인의 게놈에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이 1~2% 섞여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반면 아프리카인의 게놈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이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아 연구결과의 신빙성을 높였다. 수만 년 전 아프리카를 벗어나 네안데르탈인과 만난 유럽과 아시아의 호모 사피엔스 후손에서만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이 존재한다는 건, 두 종 사이에 피가 섞인 결과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결과를 두고 네안데르탈인 게놈의 1~2%만이 현생인류의 게놈에 남아있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 이건 한 사람의 게놈에 들어있는 양으로,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네안데르탈인 게놈의 부분은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해독한 많은 사람의 게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인 게놈의 약 40%가 현대인의 게놈에서 발견됐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현대인에서 보이는 표현형(겉모습)의 차이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기여할지도 모른다고 가정했다. 예를 들어 현대인과 네안데르탈인은 두상(頭相)이 꽤 다른데, 옆모습을 봤을 때 현대인이 축구공이라면 네안데르탈인은 럭비공이다.

그런데 현대인 가운데서도 편차가 있어 평균보다 이마가 낮고 앞뒤로 좀 더 길쭉한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은 두상을 결정하는 유전자 네트워크가 네안데르탈인 게놈의 영향을 받은 걸까.

네안데르탈인(왼쪽)과 현생인류(오른쪽)의 평균 머리 형태로, 뇌의 옆모습을 보면 네안데르탈인이 럭비공 모양이고 현생인류가 축구공 모양임을 알 수 있다. 아래는 좌표를 설정해 네안데라탈인의 뇌(왼쪽)와 비교했을 때 현생인류의 뇌(오른쪽)에서 늘어난 부분(녹색)을 보여주는 그래픽으로 소뇌 영역이 특히 녹색이 진하다. ⓒ 커런트 바이올로지

네안데르탈인(왼쪽)과 현생인류(오른쪽)의 평균 머리 형태로, 뇌의 옆모습을 보면 네안데르탈인이 럭비공 모양이고 현생인류가 축구공 모양임을 알 수 있다. 아래는 좌표를 설정해 네안데라탈인의 뇌(왼쪽)와 비교했을 때 현생인류의 뇌(오른쪽)에서 늘어난 부분(녹색)을 보여주는 그래픽으로 소뇌 영역이 특히 녹색이 진하다. ⓒ 커런트 바이올로지

조가비핵과 소뇌 작게 해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12월 13일자 온라인판에는 이런 가정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가 주축이 된 다국적 연구팀은 현대인(유럽인) 17명과 네안데르탈인 5명의 두개골 컴퓨터단층촬영(CT) 데이터로 각각의 평균 두상을 만들었다. 그 결과 예상대로 축구공형과 럭비공형으로 뚜렷이 구분됐다.

연구팀은 여러 기관의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현대인 6575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를 분석해 뇌의 형태에 ‘구형 점수(globularity score)’를 부여했다.

즉 구형 점수가 0점이면 현대인의 평균이고 이보다 클수록 완벽한 구에 더 가깝다. 그리고 점수가 작을수록 네안데르탈인의 뇌에 더 가깝다.

분석 결과 현대인의 구형 점수는 최소 –10에서 최대 20까지 분포했다. 반면 두개골 CT 사진으로 추정한 네안데르탈인 5명의 뇌의 구형 점수는 –35에서 –22까지 분포했다.

이후 연구팀이 빅테이터 분석 기법으로 두상과 관계가 있는 유전적 변이를 발굴한 결과, 구형 점수가 낮아지는데 기여하는 네안데르탈인 게놈의 흔적을 두 곳 찾았다. 즉 1번 염색체와 18번 염색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에서 유래한 SNP(단일염기다형성; Single-Nucleotide Polymorphism)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구형 점수를 낮췄다.

그런데 이들 SNP는 유전자에서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위치가 아니었다. 즉 만들어지는 단백질 자체는 변함이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이들 SNP가 가까이 있는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하고 유전자 발현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해봤다.

그 결과 1번 염색체의 네안데르탈인형 SNP(C형)는 UBR4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줬는데, 특히 뇌 기저핵의 일부인 조가비핵(putamen)에서 발현을 억제했다.

UBR4 유전자는 신피질의 신경생성을 조절하고 뉴런의 이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발현량이 줄어들면 해당 부위의 뉴런 개수가 줄어들 것이다. UBR4 유전자가 고장난 생쥐는 발생과정에서 신경생성이 제대로 안 돼 소두증이 나타난다.

한편 18번 염색체의 네안데르탈인 SNP(T형)는 PHLPP1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줬는데, 특히 소뇌에서 발현을 촉진했다.

PHLPP1 유전자는 뉴런 축삭돌기(axon) 수초화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수초(myelin sheath)는 축삭돌기를 감싼 절연재로 신경신호전달을 빠르게 한다. 따라서 T형에서는 신경네트워크가 다소 부실해지면서 소뇌가 약간 작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인의 게놈과 뇌 MR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인형 SNP가 뇌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위는 1번 염색체의 SNP 영향으로 현생인류형(T/T. 왼쪽)에 비해 네안데르탈인형을 하나(C/T. 오른쪽) 지니고 있을 경우 조가비핵에서 UBR4의 발현량이 약간 줄어든다. 아래는 18번 염색체의 SNP 영향으로 현생인류형(G/G. 왼쪽)에 비해 네안데르탈인형을 하나(T/G. 오른쪽) 지니고 있을 경우 소뇌에서 PHLPP1의 발현량이 약간 늘어난다. ⓒ 커런트 바이올로지

현대인의 게놈과 뇌 MR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인형 SNP가 뇌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위는 1번 염색체의 SNP 영향으로 현생인류형(T/T. 왼쪽)에 비해 네안데르탈인형을 하나(C/T. 오른쪽) 지니고 있을 경우 조가비핵에서 UBR4의 발현량이 약간 줄어든다. 아래는 18번 염색체의 SNP 영향으로 현생인류형(G/G. 왼쪽)에 비해 네안데르탈인형을 하나(T/G. 오른쪽) 지니고 있을 경우 소뇌에서 PHLPP1의 발현량이 약간 늘어난다. ⓒ 커런트 바이올로지

현생인류의 뇌가 네안데르탈인의 뇌와 다르게 생긴 건 뇌를 이루는 각 부분의 상대적인 크기의 변화가 일어난 결과다. 즉 현생인류에서 두정엽과 소뇌가 더 크다. 반면 다른 부분은 오히려 줄어들어 전체적으로는 뇌용량이 비슷하거나 약간 줄었다.

흥미롭게도 소뇌는 전전두피질과 전운동피질, 두정피질과 신경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고 조가비핵과도 고밀도로 연결돼 있다.

조가비핵은 현생인류의 인지능력과 특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위다. 아울러 조가비핵을 포함한 기저핵은 기억과 주의, 계획, 기술 습득 등 다양한 인지 기능에 관여하고 발성이나 언어 진화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런 사실을 유전자 차원에서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고 네안데르탈인형 UBR4 유전자나 PHLPP1 유전자를 지녔다 해서 낙담할 건 아니다. 이들 유전자형이 뇌의 구형 점수에 미치는 영향은 ‘1점’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흔적’을 남긴 셈이다.

또 PHLPP1는 암억제 유전자이기 때문에 네안데르탈형인 사람은 뇌종양 위험성이 약간 낮을지도 모른다.

연구자들은 더 많은 사람의 게놈 및 뇌 영상 데이터를 분석한다면 다른 변이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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