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2,2019

왜 오른손잡이 상어만 태어났을까

해수 온도 상승으로 해양 생태계 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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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 고교 야구계에서는 한 팀의 9명 타자 중 오른손보다 왼손 타자가 훨씬 더 많은 ‘생태계 불균형’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왼손 타자가 조금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왼쪽 타석에 들어서게 되면 오른쪽 타석보다 1루에 조금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어 단타를 치고도 세이프 될 확률이 더 높아진다. 또한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겐 약하지만 오른손 투수에 강하다. 투수들은 대부분 오른손잡이들이니 타석에 들어설 때 그만큼 편해진다. 때문에 원래 오른손 타자였던 학생들도 왼손 타자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속에서 생활하는 어류에게도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있다. 여기서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는 손이 아니라 자주 사용하는 방향의 편향성을 가리킨다.

호주 연구진이 기존의 평균 해수 온도보다 3℃ 더 높은 상태에서 포트잭슨 상어 알을 부화시킨 결과 대부분 오른손잡이 상어가 태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호주 연안에 서식하는 포트잭슨 상어들의 모습이다.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호주 연구진이 기존의 평균 해수 온도보다 3℃ 더 높은 상태에서 포트잭슨 상어 알을 부화시킨 결과 대부분 오른손잡이 상어가 태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호주 연안에 서식하는 포트잭슨 상어들의 모습이다.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아프리카 탄자니아 탕가니카 호수에서 다른 물고기의 비늘을 먹고 사는 육식어의 일종인 시클리드(Perissdous microlepis)는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균등하게 절반씩이다. 왼손잡이 시클리드는 먹잇감의 왼쪽으로 다가가 비늘을 뜯어먹고, 반면에 오른손잡이는 오른쪽으로 다가가 비늘을 뜯어먹는다.

과학자들이 시클리드의 형태를 조사한 결과 왼손잡이는 왼쪽 아래 턱이 더 크고, 오른손잡이는 오른쪽 아래 턱이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다른 물고기를 습격할 때 몸을 구부리는 운동능력도 선천적으로 좌우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좌우 편향성, 전체 종의 생존 확률 높여

오징어도 먹이를 잡을 때 좌우 중 한쪽 방향에서 일정하게 공격하는 습성이 있다. 오징어 역시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균등하게 절반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일반 물고기의 경우 천적이 가까이 다가오면 오른손잡이는 시계방향으로 도망치며, 왼손잡이는 반대방향으로 도망친다.

이처럼 좌우 차이가 명확히 나눠져 있는 것은 도망치거나 상대방을 공격할 때 더 유리하고, 그만큼 전체 종의 생존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최근 호주 매쿼리대학 연구진이 포트잭슨 상어 알을 해수에서 부화시킨 결과 대부분 오른손잡이 상어가 태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트잭슨 상어는 호주 남부 연안에서 주로 발견되는 야행성 상어다.

연구진이 상어 알을 부화시킬 때 변형시킨 조건은 단 한 가지였다. 기존의 평균 해수 온도보다 3℃ 더 높은 상태에서 상어 알을 부화시킨 것. 매쿼리대학의 행동생태학자 카타리나 빌라 푸카가 그 같은 조건을 만든 이유는 지구온난화가 현재 속도대로 계속될 경우 금세기 말의 해수 온도도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알에서 부화한 지 1개월 된 상어 새끼들을 Y자 형태의 미로에 넣은 뒤 선호하는 회전 방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거의 대부분의 상어 새끼들이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오른손잡이인 것으로 밝혀진 것.

하지만 현재의 해수 온도 환경에서 부화시킨 대조군 그룹에서는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거의 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상어 새끼가 태어나기까지는 최대 10개월이 소요되므로 높은 온도나 기타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고 밝혔다.

높아지는 해수 온도는 해양 생물의 성비도 심각하게 왜곡시킨다. 올해 초 국제공동연구팀이 호주 대산호초 북부에서 부화한 푸른바다거북 중 거의 성체에 이른 개체들을 조사한 결과, 99.8%가 암컷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에 비해 대산호초 남부에서 부화한 푸른바다거북 개체군의 경우 65~69%가 암컷이다. 두 개체군의 성비가 이처럼 확연히 다른 까닭 역시 수온에 있다. 호주 대산호초 북부는 남부보다 상대적으로 수온이 높다.

페름기 대멸종의 원인도 지구온난화?

바다거북 같은 파충류의 경우 알이 부화할 때의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된다. 온도에 따라 성호르몬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인데, 보통 26~35℃보다 높으면 암컷이, 낮으면 수컷이 태어난다.

북부 지역에서 태어난 푸른바다거북의 경우 최근 20년간 통계를 살펴봐도 암컷의 비율이 86%로 월등히 높다.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호주의 바다거북뿐만 아니라 모든 바다거북의 성비 균형이 이처럼 심각하게 깨질 수 있다.

약 2억5000만년 전 고생대의 마지막 시기인 페름기 말엽에는 지구 역사상 최대의 대멸종이 발생했다. 해양생물의 96%를 사라지게 한 페름기 대멸종의 원인은 여러 가설만 난무할 뿐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워싱턴대학 등의 미국 연구진은 페름기 대멸종의 직접적 원인을 밝히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기존 자료들을 토대로 당시의 기후모델을 시뮬레이션 했다. 그 결과 해수 온도는 10℃ 이상 높았고 바다의 산소 농도는 80% 감소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당시 해수 온도가 극적으로 높아진 이유는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산 분출 때문이다.

연구진은 그런 환경에서 해양생물 61종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해양생물 중 상당수가 멸종하고, 특히 고위도 지역에서 서식하는 생물은 거의 완벽히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에 주목해야 될 이유는 지구온난화가 다양한 생물을 멸종시키는 원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데 있다. 수온이 높아지면 해양동물의 신진대사가 빨라져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온이 높아질수록 물속의 산소 함유도는 더욱 낮아지므로 동물들은 질식해 멸종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 상황이 페름기 말엽과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워싱턴대학 연구진은 지구온난화가 현재대로 진행될 경우 해수 온도가 2100년에는 페름기 말의 20% 수준, 2300년에는 35~50%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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