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4,2018

세포 ‘장의사’ 프로테아좀 작동원리 밝혀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치료법 개발에 도움

FacebookTwitter

세포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거나 세포를 위험에 빠뜨리는 단백질을 분해해 재활용하는 일이다.

이 작업은 단백질분해효소복합체(프로테아좀, proteasome)라고 불리는 작은 세포 나노기구(nanomachine)에 의해 수행된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과학자들은 프로테아좀이 어떻게 에너지를 기계운동으로 변환해 단백질을 풀어헤쳐 파괴하는지를 밝혀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11월 30일자에 실린 이번 연구 결과는 프로테아좀이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을 억제하는 방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가브리엘 랜더(Gabriel Lander) 스크립스 연구소 캘리포니아 캠퍼스 부교수는 “프로테아좀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거나 세포 건강에 위협이 되는 단백질들을 처리하는 세포 장의사와 같다”고 말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프로테아좀의 효율이 떨어지면서 다양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체 단백질을 재활용하는 기구인 프로테아좀의 작동원리를 새롭게 이해함으로써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을 억제하는 방법 개발에 도움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프로테아좀의 작동을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CREDIT : Scripps Research

인체 단백질을 재활용하는 기구인 프로테아좀의 작동원리를 새롭게 이해함으로써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을 억제하는 방법 개발에 도움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프로테아좀의 작동을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CREDIT : Scripps Research

매우 복잡한 프로테아좀의 구조

랜더 교수 연구실에서는 5년 넘게 프로테아좀의 내부 작업을 시각화하는데 연구를 집중해 왔다. 그 상당부분은 논문 공저자인 안드레아스 마틴(Andreas Martin)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와의 공동작업으로 수행했다.

프로테아좀은 그 비밀이 쉽게 밝혀지지 않아 한동안 생물학의 도전 과제 중 하나로 있어 왔다. 프로테아좀은 세포 안에서 가장 큰 기구 가운데 하나이지만, 하는 일에 비해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작다.

랜더 교수는 “달을 쳐다보면서 달 표면에 있는 거리표지판을 읽어보려 한다고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우리가 다루는 크기는 그 정도로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일을 하기 때문인지 프로테아좀의 구조는 매우 복잡하며, 모터를 비롯해 움직이는 부품들이 많이 들어있다.

26S 프로테아좀을 그림 모형으로 표현한 모습.  CREDIT : Wikimedia Commons / FridoFoe

26S 프로테아좀을 그림 모형으로 표현한 모습. CREDIT : Wikimedia Commons / FridoFoe

저온 전자현미경으로 작동모습 포착

연구팀은 저온 전자현미경(cryo-electron microscopy)을 이용한 구조적 방법을 적용해 프로테아좀의 내부 작업들을 시각화할 수 있었다. 이 기술은 생물학적 복합체가 활동하는 중간에 이를 동결시켜 여러 가지 많은 형태들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논문 제1저자이자 랜더 교수실 박사후 연구원인 안드레스 에르난데즈 델 라 페냐(Andres Hernandez de la Peña) 박사는 “러시아워 때 붐비는 고속도로의 스냅샷을 찍는 것과 같다. 차에 동력을 공급하는 엔진은 점화상태가 모두 다르지만 수백만대를 관찰해 보면 엔진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모터가 작동하는 동안에 관찰해야 하고, 작동하는 모터를 정지시키거나 렌치를 사용해 시동을 끄는 구조적 방법도 사용해 볼 수 있다”며, “우리는 저온 전자현미경으로 프로테아좀이 타겟 단백질을 분해하기 위해 잡아당기면서 피스톤들이 펌핑하는 작동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특히 세포의 연료공급원인 아데노신3인산(ATP) 분자가 어떻게 프로테아좀의 모터 안에서 동력을 일으켜 중앙채널을 통해 단백질들을 끌어오는지를 확인했다.

바늘 구멍을 통해 얽힌 실타래에서 실을 끌어오듯이 프로테아좀은 단백질들을 적절하게 위치시켜 실을 꿴 다음 단일하게 펼쳐진 가닥들을 분해 챔버로 공급했다.

연구를 수행한 스크립스 연구소(캘리포니아 캠퍼스)의 가브리엘 랜더 교수(오른쪽)와 안드레스 에르난데즈 박사. CREDIT : Scripps Research

연구를 수행한 스크립스 연구소(캘리포니아 캠퍼스)의 가브리엘 랜더 교수(오른쪽)와 안드레스 에르난데즈 박사. CREDIT : Scripps Research

프로테아좀 효율적 작동법 개발이 과제

이와 같이 프로테아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이해하게 됨으로써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랜더 교수는 “프로테아좀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단백질처럼 매우 단단하게 접힌 단백질과 만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에르난데즈 박사는 이 기전이 “암 치료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종 치료에 쓰이는 몇몇 약물들은 프로테아좀을 타겟으로 한다.

그는 “이런 약물들은 모터보다는 파쇄 칼날을 목표로 한다”며, “모터를 이해하게 됐으므로 우리는 더욱 잘 조절된 반응을 이끌어내고 다른 세포 기구들에서 발견된 유사한 모터들을 타겟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랜더 교수는 “이 연구 덕분에 우리는 훨씬 나은 기술자가 되었다”고 말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우리 몸 안의 프로테아좀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앞으로 더욱 잘 이해하는 한편, 이 프로테아좀을 기름칠 잘 된 기계처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작동시키는 방법을 알아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견달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