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4,2018

중국 과학섬에 자리잡은 ‘하버드 사단’

연구 몰입 환경 제공에 우수 해외 인재 속속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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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과학인재 회귀현상이 심상치 않다. 올 한해 동안 귀국한 해외 학위 소지 과학 관련 연구자들의 수는 무려 3500명을 넘어섰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부터 추진해 온 ‘천인계획(千人计划)’의 결실이다. 이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과학기술자 1천 명을 국내에 유치한다는 프로젝트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귀국 인재에게 생활 보조금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을 비롯한 각종 연구개발비를 지원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물론 이러한 파격적인 조건에도 해외 인재들이 선뜻 움직이지는 않았다. 2009년 기준 귀국 인재는 고작 122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 힘입어 그 수는 점점 늘어났다. 올해에만 3556명이 귀국하는 등 지난 200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중국으로 돌아온 과학 관련 연구자들의 수만 1만 명 이상이다. 최신 기술과 사업화 노하우를 배운 뒤 돌아온 중국 인재들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에 이바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향후 해외 유학파 인재 2000명을 추가로 귀국시킬 계획이다.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현지기업이나 연구소에서 5년 이상 연구개발 활동에 참여한 과학 및 산업 분야 인재가 대상이다.

중국 합비시에 조성된 과학섬 전경. 오직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 임지연 / ScienceTimes

중국 합비시에 조성된 과학섬 전경. 오직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 임지연 / ScienceTimes

이와 관련,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유명한 귀국 인재가 하버드 의학대학원 출신의 8명이다.

일면 ‘하버드 사단’으로 불리는 이들이 선택한 지역은 허베이성 합비시(合肥市)에 위치한 ‘동푸 과학섬(이하 과학섬)’이다.

한 저수지 내에 건립된 이 과학섬은 일반인의 거주가 통제되고 오직 연구자들을 위한 환경이 제공된다. 중국 정부가 설립한 3대 과학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버드 사단은 “중국으로 돌아와 모국의 과학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과학섬에 연구팀을 구성, 연구활동에 집중해 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왕준봉 박사가 있다. 왕 박사는 지난 2009년 과학섬 건설 계획을 듣고 난 직후 하버드 의대를 떠나 과학섬에 합류했다. 그의 과학섬으로의 이직에는 허베이 물질과학연구원 측의 추천이 주요했다.

산서성 출신의 왕 박사는 지난 1995년 베이징대학을 졸업한 후 하버드 의대 생화학분자 약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던 중 2009년 무렵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과학섬 건설 계획에 ‘강자장(强磁場) 실험 설비’가 포함돼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가 과학섬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 이유다.

왕 박사에게 이는 곧 ‘글로벌 수준의 인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연구 기회가 중국 국내에도 자리잡을 수 있다’는 뜻으로 다가왔다. 이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정부 관료의 약속도 그의 귀국 결정에 큰 몫을 담당했다.

왕 박사는 “강자장 실험 설비, 자기 공명 실험 시스템 등 생명 공학 연구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기반 설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국가 정책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왕 박사는 과학섬에 정착한 이후 ‘해외 인재 영입’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자들과 접촉해 왔다. 그 노력이 8인의 하버드 사단 연구팀으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과학섬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과학 연구원 린원차오 박사는 쓰촨대학교(四川大学)를 졸업한 직후 미국 텍사스대학에서 생물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줄곧 하버드 대학교 의대에서 박사 후 과정에 참여해 연구 활동을 지속해왔으나, 현재는 과학섬에 자리를 잡았다.

또 다른 연구원인 류칭쑹 박사는 난카이대(南开大学) 학부 시절부터 동행했던 아내 유정환 연구원과 함께 하버드 의대에서 연구자로 재직했다. 이후 하버드 의대 옛 동료였던 왕 박사로부터 과학섬의 연구 시스템과 연구 환경에 대한 추천을 받고 과학섬 연구팀에 합류했다.

류 박사 부부 역시 ‘오직 과학 연구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연구 이외의 부수적인 업무로부터 해방, 평소 집중하고 싶었던 연구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정부 관료들의 약속이 유효했던 것이다.

류 박사 부부는 이에 대해 “대부분의 과학 연구자들은 조용한 환경의 연구소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류 박사 부부가 섬에 합류할 무렵, 하버드대에서 함께 연구원을 재직했던 왕원차오 연구원, 장신 연구원 등도 같이 과학섬에 들어왔다.

과학섬에 자리잡은 8인의 하버드 사단 ⓒ 임지연 / ScienceTimes

과학섬에 자리잡은 8인의 하버드 사단 ⓒ 임지연 / ScienceTimes

여기에 임타오 박사와 그의 아내 장정 박사가 합류하며 8인의 하버드 사단이 완성됐다. 임 박사 부부는 “우리 연구팀에게 과학섬의 존재는 오직 연구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장소”라면서 “함께 연구 활동에 집중하는 8인의 연구자들은 연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적극적인 연구활동을 진행해 오고 있다. 정부에서도 하버드 사단에 대한 꾸준한 지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이들 8인의 하버드 사단은 생명 건강 분야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연구에 집중,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계획이다.

왕준봉 박사는 “우리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국제 과학전문지인 네이처에 발표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강자장 장치를 활용한 의료 연구에 주력, 전립선암과 임파선암 등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암 세포 억제제 연구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 (중국=베이징) 임지연 통신원다른 기사 보기
  • 저작권자 2018.12.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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