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4,2018

미래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과학서평 / 미래의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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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대 영국과 미국 대도시의 가장 큰 환경문제는 말똥이었다. 런던에서는 매일 5만 마리의 말이 사람과 상품을 날랐다. 말과 마차로 교통체증을 겪었으며 런던은 말똥과 말 오줌으로 넘쳤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이에 대해 ‘말똥 재난이 닥친다’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당시 5만 마리의 말이 하루에 7~15킬로그램의 똥과 1리터의 오줌을 배출했다. 신문은 ‘50년 안에 런던의 모든 거리는 3m 가까운 깊이의 말똥에 파묻힐 것’으로 예측했다.

잘 아는 대로 말똥 문제는 가만히 있어도 그냥 해결됐다. 영국에서 멀지 않은 독일에서 벤츠가 자동차를 개발하고, 미국에서 포드는 대량생산체제를 갖췄다. 벤츠가 말똥 문제를 해결하려고 자동차를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저절로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경제학자들의 미래 예측 역시 비참한 실패의 목록이 길다.

영국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1954년에 이미 공산주의는 모순 때문에 멸망한다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무얼슨은 “소비에트 연방의 경제상황은 회의주의자가 품었던 의심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자신있게 반박했다.

실패는 성별도 가리지 않는다. 최초의 여성 경제학자로 잘 알려진 조앤 로빈슨은 1964년 남북한을 모두 방문한 뒤 “북한은 발전을 거듭할 것이고 남한은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존&도리스 나이스비트, 우진하 옮김 / 부키 값 18,000원

존&도리스 나이스비트, 우진하 옮김 / 부키 값 18,000원

실물경제를 모르는 학자들의 한계는 아니었을까. 그렇지 않다.

미국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4번이나 지낸 앨런 그린스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2007년에 낸 저서 ‘격동의 시대’를 통해 “중국은 가까운 장래에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 이자율을 두 자리 수 이상 올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무색하게 중국의 물가상승률은 2016년 4% 이하로 떨어졌다.

기업가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억만장자 리차드 브렌슨은 2010년 “앞으로 5년 안에 전 세계는 석유의 부족이라는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석유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 모든 실패담은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의 저서 ‘미래의 단서’(MASTERING MEGATRENDS)에 나오는 내용이다.

1982년 ‘메가트렌드’라는 책으로 미래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 국제적인 명성을 확보한 그는 이 책을 통해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사정 없이 저격했다.

그의 저격 대상 중에는 언론도 들어있다. 부정적인 내용을 써야 관심을 끄는 언론들의 미래예상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고 그는 경고한다.

한편 나이스비트는 자신 역시 약간의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그는 매년 몇 차례씩 중국을 방문하면서도 중국의 발전속도와 전략적 움직임을 과소평가했고, 미국을 과대평가했다고 자신을 비판했다.

중국 부상을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

그렇지만 이 세계적인 미래학자의 이번 서적은 중국에 대해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본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나이스비트는 특히 중국이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 계획을 새로운 메가트렌드로 평가하며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이 책을 함께 쓴 부인 도리스(Doris) 나이스비트가 ‘나이스비트 중국 연구소’의 원장으로, 그리고 중국의 여러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부부는 중국이 30년 동안 성공적으로 변신하고 있고, 중국 사람들 스스로 낙관적인 전망을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꼽았다. 2016년 퓨 리서치 센터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에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위험하다는 판단을 하지만 중국사람들은 예외었다.

나이스비트는 양국의 차이를 공부에서도 찾았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다섯 가지 전공은 경영학, 일반심리학, 간호학, 일반생물학, 교사교육 및 직원교육이다. 이에 비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공부하는 분야는 영업, 부동산, 금융, 물류, IT라는 것이 두 나라의 트렌드를 예상하는 작은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면 이쯤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하나 생긴다. 나이스비트는 과연 수 년 뒤에 ‘내가 잘 못 봤다, 중국을 과대평가했다’고 수정할 가능성은 없을까?

미국과 중국은 지금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그가 ‘지저분한 선거전’이라고 폄하했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이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나이스비트가 평가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이스비트의 ‘개별 국가에 대한 족집게 과외’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메가트렌드의 거대한 흐름 분석’에 주목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특정 국가에게 다소 편파적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이 책은 세계적인 미래학자의 통찰력이 곳곳에 숨어있는 보석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나이스비트는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우리에게 통찰력을 준다. 예를 들어 기계화나 자동화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시대, ‘알고리즘이 내리는 결정의 법적 책임’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다.

사람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그는 주로 경제와 기술의 발전 그리고 교육의 중요성 등을 중심으로 메가트렌드를 설명했다. 아마도 이런 요소만 보면 그의 전망이 타당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나이스비트 식 미래전망의 장점이자 약점이 될 것이다. 미래를 결정하는 요소는 이들 외에도 매우 다양하다.

정치적인 요소, 심리적인 요소, 문화적인 요소 등 갑자기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모든 부정적인 전망과 소식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계적인 관점에서 사람들의 형편은 나아졌고, 변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낙관적인 미래학자답게 그가 강조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선택이다.

그는  “사람은 태어난 환경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현재 가진 것과 처지를 이용해서 어떤 일을 할지 선택할 수 있다”라며 “자신에게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 깊이 감사하며, 반드시 스스로 선택하라”라는 말로 책의 마무리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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