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2,2019

“교육, ‘제로섬 게임’ 탈피해야”

한국식 창의성 교육의 문제점과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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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는 시기,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지 의견만 분분할 뿐 아직 뚜렷한 대안은 없는 상태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은 지금의 교육방법으로는 미래의 창의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교육이 변화되어야한다는 점이다.

27일(화) 서울드래곤시티호텔(용산)에서 열린 ‘2018 과학창의 연례컨퍼런스’에 모인 세계의 교육 석학들은  “한국의 창의교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험위주의 교육’과 승자와 패자가 정해진 ‘제로섬 교육’을 멈춰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업을 들어야 하는 동기의식 및 비판적 사고를 함양시키는 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비판적 사고 성향이 창의성 교육의 바탕    

전 국립영재협회 창의성네크워크 위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미국 윌리엄 앤 메리대 교육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경희 교수는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우리나라만큼 ‘창의성’을 강조하는 나라를 보지 못했다. 한국처럼 창의 교육에 투자하는 나라도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이처럼 창의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지식층에서 한국 교육이 바뀌어야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생각한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그랜드볼룸 백두4홀에서 열린 ‘국제 창의교육 포럼 –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인재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에서는 김경희 교수를 비롯해 보니 크래몬드(Bonnie Cramond) 미국 조지아대학교 교육심리학과 교수, 정제영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성은현 호서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 등 국내외 교육 전문가들이 모여 창의인재 교육법에 대한 심도 깊은 토의를 진행했다.

27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2018 과학창의 연례컨퍼런스'의 일환으로 열린 국제창의교육 포럼에서 국내외 교육 석학들이 모여 한국의 창의성 교육의 문제점과 원인을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사진= (왼쪽부터) 성은현 호서대 교수, 정제영 이대 교수, 좌장 이정규 한국과학창의재단 단장, 보니 크래몬드 조지아대 교수, 김경희 윌리엄 엔 매리대 교수).

27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2018 과학창의 연례컨퍼런스’의 일환으로 열린 국제창의교육 포럼에서 국내외 교육 석학들이 모여 한국의 창의성 교육의 문제점과 원인을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사진 왼쪽부터 성은현 호서대 교수, 정제영 이대 교수, 좌장 이정규 한국과학창의재단 단장, 보니 크래몬드 조지아대 교수, 김경희 윌리엄 앤 메리대 교수. ⓒ 김은영/ ScienceTimes

김경희 교수의 말처럼 국내 교육에서 ‘창의성’, ‘창의적 사고’는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꼭 필요한 역량이기는 하지만 창의성이 천성적으로 타고 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창의적 사고를 위해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아이들을 관찰하고 이에 맞는 교육을 주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전 토렌스 창의성센터 소장을 지낸 보니 크래몬드(Bonnie Cramond) 미국 조지아대학교 교육심리학과 교수는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크래몬드 교수는 “창의적 사고는 단순히 원한다고 가질 수 없는 능력”이라며 “효과적인 창의교육은 학생들이 비판적인 사고 성향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집중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창의적 사고를 위해서는 과학, 기술, 공학, 수학 과목을 비롯해 전 과목에 사고력과 사고 성향을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보니 크래몬드 조지아대 교수는 “한국인들은 강인하고 훌륭하다. 문맹률을 불과 한 세대 만에 22%에서 98%로 올렸다”며 “한국인들은 모든지 할 수 있다”며 격려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보니 크래몬드 조지아대 교수는 “한국인들은 강인하고 훌륭하다. 문맹률을 불과 한 세대 만에 22%에서 98%로 올렸다”며 “한국인들은 뭐든지 할 수 있다”며 격려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그런데 비판적 사고 함양의 중요성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이를 실제 수업에서 활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김 교수는 “교사들이 교장이나 교감에게 비판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데 그들이 아이들에게 비판적 사고를 심어주기란 어려운 일”이라며 “일반 교원보다 상위 교육계 인사들이 먼저 비판적 사고를 위한 교사연수를 받아 개혁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험 위주의 교육, 창의적 교육 환경조성에 부정적 영향

김 교수는 동양인들의 창의성을 저해해 온 원인을 중국에서 실시한 과거제도에서 찾았다.

김경희 윌리엄 엔 메리대 교수는 "창의성 교육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학교 교장, 교감이 먼저 창의성 연수를 받고 실천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김경희 윌리엄 앤 메리대 교수는 “창의성 교육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학교 교장, 교감이 먼저 창의성 연수를 받고 실천해야한다”고 주문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그는 중국의 과거제도가 주변 국가들을 시험 위주의 교육으로 가도록 만들었고, 이것이 한국을 비롯해 동양에서 창의적 환경 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오전 특별 강연을 통해 “동양에서는 시험 위주의 교육법에 매몰되어 있는 동안 유대인 및 미국의 교육은 창의력 개발에 중점을 두고 발전했다”고 진단하고 “이것이 지금의 미국이 세계적인 강국이 되고 유대인들이 동양인보다 625배 넘는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포럼에서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단기적인 목표에 따른 큰 성과를 원하는 경향이 심하다. 바로 시험 점수에 의한 서열화가 대표적”이라며 “교사들은 이러한 시험 중심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창의적으로 이끄는 좋은 수업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창의교육을 실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학부모와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 방식, 즉 시험 위주의 교육으로 양성되는 ‘인재’이기 때문이다.

또 수업 시간을 교사가 좌지우지하기 어렵다는 실질적인 고민도 있다.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라는 한 여성의 질문은 수업 현장의 생생한 현실을 보여줬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학생들의 인권이 강조되면서 교권이 땅에 떨어져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아이들이 수업을 듣지 않고 졸거나 딴 짓을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업을 듣지 않는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대부분인데 그 안에서 창의교육을 어떻게 하느냐며 고민을 토로했다.

정제영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동기화’라는 답변으로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는 “30~40년 전에도 수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소수였다. 다만 그때는 최소한 졸지는 않았다. 선생님 손에 ‘몽둥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폭력적 수단으로 유지하던 수업 방식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의 관계가 수평적으로 변화하면서 생기는 일이지 교권 추락과는 다른 문제”라고 일갈했다.

물론 학생 수가 20명인 지금도 창의교육을 하기는 어렵다.

정 교수는 “둘이 경쟁해서 내가 이기면 상대방은 모두 잃어버리는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 ‘수포자’도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아이들이 창의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즐거움’을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을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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