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4,2019

중국서 ‘유전자 편집’ 아기 출산

세계 최초 사례 주장, 과학윤리 논쟁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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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유전자 편집(gene-edited)’을 한 쌍둥이 여아를 출산했다는 주장이 나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27일 ‘뉴욕타임즈’, ‘사이언스’, ‘가디언’, ‘BBC’ 등 주요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런 주장을 한 사람은 중국 심천 소재 남방과학기술대학교에 근무하는 중국인 과학자 허 젠쿠이(He Jiankui) 교수다.

그는 “임신촉진 치료를 받던 일곱 커플의 배아에 대해 유전자 편집을 시도했으며, 이 중 한 커플이 출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전자 편집 시술을 통해 여자 쌍둥이가 태어났으나 부모가 공개를 원치 않아 정확한 신원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남방과학기술대학에서 ‘유전자 편집(gene-edited)'을 통해 쌍둥이 여아가 출산했다는 주장이 나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 남방과학기술대학에서 ‘유전자 편집(gene-edited)’을 통해 쌍둥이 여아를 출산했다는 주장이 나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geneticliteracyproject.org

쌍둥이 출산 놓고 과학윤리 논쟁 가열

그동안 각국 정부는 과학윤리 차원에서 아기에게 유전자 편집 시술을 하는 것은 물론 관계된 실험을 하는 것조차 엄격하게 금지해 왔다.

이는 아기의 유전자 편집을 허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주류 과학자들은 유전자 편집을 통해 태어난 아기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경고해왔으며, 일부 과학자들은 중국에서 진행돼 온 인간 실험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

만일 허 젠쿠이 교수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그동안 과학자들이 지켜온 과학윤리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비칠 수 있다. 때문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에서는 27일부터 유전자 편집을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허 젠쿠이 교수는 이 컨퍼런스에 참석, 26일 AP통신과의 인터뷰를 가졌으며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를 통해 그는 “당초 불임 시술을 기획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에이즈(AIDS)를 일으키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유전자 실험을 하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실험 과정 중에 불임 부부와 접촉하게 됐고 목표가 변질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허 젠쿠이 교수는 “태어날 아기에게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시술을 했다는데 대해 지금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며 “향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 사회가 유전자 편집 시술을 행하는데 대해 허용 여부를 결정해주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허 젠쿠이 교수의 증언이 있은 후 컨퍼런스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큰 놀라움을 표명했으며, 일부 과학자들을 통해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유전학자인 키란 무수누루(Kiran Musunuru) 교수는 “아기에 대한 유전자 편집 시술은 윤리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부 과학자들이 ‘비양심적인’ 실험을 진행한데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실천윤리학자인 줄리안 사부레스쿠(Julian Savulescu) 교수는 “아기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편집이 예상치 못한 돌연변이, 더 나아가 아기 인생에 암 발병과 같은 예상치 못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22개 배아 중 16개 배아에서 시술 진행

최근 수년간 과학자들은 보다 쉽게 유전자 편집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른바 3세대 유전자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이다.

이 기술을 통해 사람의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한 후 절단해 편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인체 내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면 유전자 염기서열을 재편집해 문제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떼어낸 후 건강한 유전자로 바꿔 끼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이 시술은 불치병에 걸린 성인 한정으로만 사용돼 왔다. 아기가 탄생하기 전 정자와 난자에 이 시술을 행할 경우, 과학자들의 우려처럼 돌연변이, 암 발생 같은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

허 젠쿠이 교수는 미국 라이스 대학과 스탠포드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그의 고향인 중국 심천 남방과학기술대학으로 돌아와 연구실을 개설하고, 유전자편집 관련 연구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또 중국 내에 2개의 유전자 전문기업을 운영 중이다. 허 젠쿠이 교수는 이에 대해 “지난 수년 간 쥐와 영장류, 그리고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편집 실험을 진행한 후 그 결과를 환자들에게 적용해왔으며, 관련 연구 결과를 특허출원 중”이라고 밝혔다.

허 젠쿠이 교수는 최근 HIV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배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편집 시술을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세포 안에 침투해 HIV 침입을 허용하는 ‘CCR5’라는 유전자 활동을 비활성화 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실험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 그중에서도 여자들은 HIV 감염자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자들의 경우 HIV 활동을 의약품으로 억제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병이 자손에게 유전되는 것을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허 젠쿠이 교수는 “바이러스를 억제할 독한 약을 먹지 않더라도 유전자 편집 시술을 통해 HIV를 막을 손쉬운 길이 있다”며, “새로 태어날 아기들이 HIV에 감염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허 젠쿠이 교수의 유전자 편집 시술은 체외 수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수정 과정에서 하나의 정자가 배아 속에 잠입한 후 3~5일이 지나면서 생성된 세포를 떼어내 그 안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유전자를 체크하는 방식이다.

허 젠쿠이 교수는 이 과정에서 시술 중인 부부에게 유전자 편집 시행 여부를 물어보았다. 그는 이후 22개의 배아 중 16개의 배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편집 시술을 행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쌍둥이 여아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편집 시술에 대한 보고서나 논문이 발표된 바 없고, 실험 참가자의 증언도 없어 실제로 시술이 성공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된 사실은 없다.

또한 시술에 참여한 부모들에게 유전자 편집 시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이루어졌는지 확인 역시 불가능한 상황이다. 허 젠쿠이 교수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서 과학윤리에 대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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