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1,2019

프로펠러 대신 ‘바람 비행기’ 시대 열리나

무공해 ‘이온풍 비행기’ 등장

FacebookTwitter

1903년 미국의 라이트 형제는 프로펠러가 달린 세계 최초의 동력비행기를 만들어 지속적인 비행에 성공했다. 이 비행기에는 가벼운 엔진으로 돌릴 수 있는 효율이 좋은 프로펠러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115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여전히 프로펠러 비행기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제트엔진을 통해 빠르게 날 수 있는 제트기가 너무 많은 연료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단거리 비행을 해야 하는 초등 순찰기와 훈련기, 혹은 농업용‧레저용 비행기의 경우 제트엔진보다 프로펠러 엔진이 선호된다. 그런데 최근 과학이 발전하면서 이 프로펠러 구조에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MIT 연구진이 개발한 '이온풍 비행기'.  10번의 시험 비행을 통해 평균 0.47m의 높이에서 60m 거리비행에 성공했다. 프로펠러를 대신할 무공해 비행기 시대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MIT 연구진이 개발한 ‘이온풍 비행기’. 10번의 시험 비행을 통해 평균 0.47m의 높이에서 60m 거리 비행에 성공했다. 프로펠러를 대신할 무공해 비행기 시대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MIT

연료전지로 이온풍 만들어 60m 비행에 성공

22일 ‘네이처’를 비롯 ‘ABC’, ‘가디언’, ‘텔레그라프’ 등 주요 언론들은 미국 MIT의 과학자들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비행이 가능한 ‘이온풍 비행기(ion-drive aircraft)’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두 전극 사이에 전류가 흐를 때, 한 쪽 전극이 다른 쪽 전극보다 얇으면 두 전극 사이에 바람이 생긴다. 충분한 전압을 가해 이 바람을 강하게 할 경우 비행기 프로펠러와 같은 강한 추진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1960년대 이 원리를 발견한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전기유체역학(electrohydrodynamic) 추진력’ 또는 ‘이온풍(ionic wind)’이라 칭했다.

이후 기초과학 실험, 과학축제 등을 통해 이온풍을 이용한 기기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온풍 매니아들은 나무, 알루미늄으로 만든 작은 비행기를 만들어 그 영상을 인터넷 등에 올렸고, 사람들은 이에 큰 놀라움을 표명했다.

이 원리를 실제 비행기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본 과학자들은 MIT 항공천문학과 연구원들이었다. 2013년 MIT 스티븐 배릿(Steven Barrett) 교수는 이온풍을 작은 경비행기 추진 시스템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논문을 영국 왕립학회지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비행기를 움직일 수 있는 이 이온풍 추진 시스템을 ‘슛더갭(Shooting the gap)’이라 불렀다. 이는 미식축구에서 패스를 하려는 동료 선수로부터 공을 받기 위해 상대편 라인맨 사이로 급하게 달려가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당시의 과학기술로 ‘슛더갭’을 작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배릿 교수는 “슛더갭 작동에는 수십만 킬로볼트의 전압이 필요하다”며 향후 태양전지 패널이나 연료전지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MIT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이온풍 비행기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들은 10번의 시험 비행을 통해 평균 0.47m의 높이에서 평균 60m 거리의 비행 능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험 비행에 성공한 이온풍 비행기의 무게는 2.5kg, 양 날개를 펼쳤을 때 한쪽 날개 끝에서 다른쪽 날개 끝까지의 길이가 5m다. 그 안에는 이온풍 추진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이 배터리의 전력은 500 와트(watt)다.

프로펠러 없는 무공해 비행기 시대 예고

‘네이처’ 지는 관련 기사를 통해 MIT의 이번 연구 결과가 ‘이온풍으로 비행기가 날 수 없다’는 일부 과학계의 주장을 모두 뒤집었으며, 드론처럼 소리 없이 날 수 있는 친환경 비행기 시대를 열었다고 평했다.

MIT 연구진이 작성한 연구 결과는 21일자 ‘네이처’ 지 논문판(article)에 게재됐다. 제목은 ‘Flight of an aeroplane with solid-state propulsion’이다.

이온풍에 의한 추진력이 확인된 것은 1960년대다. 그러나 이 추진력으로 비행기를 움직일 수 있는지 그 여부를 놓고 과학자들 간에 많은 논란이 있어왔으며, 가능성을 주장했던 과학자들은 그 성능을 입증해야 했다.

관계자들은 MIT 연구진이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이온풍 비행기의 가능성을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공기역학 측면에서 기존 프로펠러 비행기들처럼 속도를 낼 수 있는 등 성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보고 있다.

‘네이처’ 지는 논평 기사를 통해 세계에는 10여 만 대의 상용비행기가 가동 중에 있으며, 이들 항공기들이 끊임없이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처’ 지는 앞으로 비행기 수가 더 늘어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늘어날 경우 세계대전을 넘어서는 재앙이 예상된다고 우려하며, 이런 상황에서 MIT가 개발한 연료전지를 이용한 이온풍 비행기가 무공해 비행기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러한 성과는 논문 주저자인 배릿 교수의 뚝심 덕분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9년간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온풍 비행기 개발에 전념해 왔다.

배릿 교수는 지난 2013년 이온풍 추진체에 대한 첫 번째 논문을 발표할 당시 “비행기를 설계하는 데 있어 효율이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발언대로 이번에 개발된 이온추진기는 효율 측면에서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A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연구진이 제작한 이온풍 비행기가 자연스럽게 공기와 결합해  다른 비행기들처럼 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하며, 시험 과정과 관련해서 “과거의 라이트 형제처럼 직접 조종사가 돼 비행기를 띄운 것이 아니라 제어장치를 통해 비행 상황을 컴퓨터로 점검했기 때문에 시험비행 과정에서 위험성을 감수해야 할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밝혔다.

배릿 교수는 “그러나 이번 시험비행 결과는 인류의 비행체 역사를 바꾸어놓을 만큼 지대한 것”이라며 이번 시험비행 결과에 대해 큰 자신감을 표명했다.

의견달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