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16,2019

“슈퍼컴퓨터 경쟁력이 미래의 핵심”

중국-미국 치열한 경쟁, 우리도 기술력 갖출 필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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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7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본원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주최로 슈퍼컴퓨팅 5호기 누리온 개통식이 진행됐다. KISTI에 따르면 누리온 서비스는 12월 3일부터 본격적으로 제공된다.

이날 KISTI 본원에서는 국내 슈퍼컴퓨터 30주년 기념 행사도 같이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슈퍼컴퓨터 1호기를 국내에 구축해 운영해 온 것이다. 나름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15년 10월 기상청은 슈퍼컴퓨터 4호기인 ‘누리’와 ‘미리’를 구축했지만, 경쟁력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참고로 당시 슈퍼컴퓨터 순위를 매기는 ‘탑 500 리스트(Top 500 List)’에서 누리와 미리는 각각 28, 29위를 지했다. 한국이 IT 강대국임을 고려했을 때 높은 순위는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순위마저도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7년에 50위권으로 순위가 하락했고, 2018년 11월 누리와 미리의 순위는 각각 81위, 82위에 머물렀다.

이에 정부는 슈퍼컴퓨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KISTI를 중심으로 누리온 구축 준비를 시작했다. 누리온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구축돼 올해 9월 완성됐다. 2017년부터 투입된 예산만 무려 525억 원이다.

누리온은 실측 성능 13.92 페타플롭스(이론성능: 25.7페타플롭스)를 기록했다. 이는 6월 기준 탑 500 리스트 11위에 해당하는 성능으로서, 개인용 컴퓨터 2만 대만큼의 연산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참고로 페타플롭스는 초당 1015승의 실수 연산을 수행하는 것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이제 누리온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슈퍼컴퓨터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탑 500 리스트에 포함된 슈퍼컴퓨터의 총 페타플롭스 크기에서 8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2018년 11월 기준). 탑 500 리스트에 포함된 우리나라 슈퍼컴퓨터 수는 총 6개이다. 이들을 총 합치면 21.9 페타플롭스에 이른다.

중앙의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 Max Pixel

중앙의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 Max Pixel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AI 경쟁력에도 기여

누리온의 등장으로 우리나라 슈퍼컴퓨터 경쟁력이 상승한 것이 확인됐다. 그런데 슈퍼컴퓨터 경쟁력 확보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슈퍼컴퓨터는 국가 과학기술의 경쟁력 향상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 슈퍼컴퓨터는 모델 시뮬레이션, 예측 등의 기능을 바탕으로 과학기술 연구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KISTI에 따르면, 2011년부터 운영된 타키온 2는 1천여 편 이상의 우수논문(3대 과학저널 17편) 산출에 큰 기여를 했다. 또한 신제품 개발 비용의 78%, 개발 시간의 61%을 절감하는 등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큰 공을 세웠다. 따라서 슈퍼컴퓨터 구축은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과도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이런 슈퍼컴퓨터의 역할이 조금씩 확장되고 있다. 지난 5월 4차 산업혁명 위원회는 ‘인공지능 R&D 전략’ 일환으로 누리온을 활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AI 구현의 핵심 요소는 AI를 담을 하드웨어의 성능이라고 할 수 있다. AI 알고리즘이 아무리 잘 짜여있더라도, 하드웨어 성능이 이를 구현할 수 있게 받쳐주지 않으면 AI는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에서 발간한 ‘인공지능 반도체의 특허 동향 및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구현할 하드웨어(반도체)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AI 구현에서 하드웨어 성능이 중요한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슈퍼컴퓨터 수준의 하드웨어는 비용 문제때문에라도 ‘AI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 구현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슈퍼컴퓨터 구축이 AI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그 비결은 클라우드다. 클라우드는 중앙의 컴퓨팅 파워를 활용해 원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기술이다. 슈퍼컴퓨터에 클라우드를 적용하면 슈퍼컴퓨터 서비스를 원격으로 이용해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AI 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음성 인식 AI 서비스가 클라우드 컴퓨팅 파워를 이용한 것이다.

작년 알리바바 클라우드 사업부에서 소개한 ‘ET 브레인’도 같은 개념이다. ET 브레인은 클라우드를 통해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로 슈퍼컴퓨터 산업에서도 클라우드를 접목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슈퍼컴퓨터 전문 업체 ‘크레이(Cray)’는 얼마 전 ‘슈퍼컴퓨터형 서비스 모델 (Supercomputer as a Service)’를 출시했다. 이는 말 그대로 클라우드에서 슈퍼컴퓨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ISTI 역시 클라우드를 이용해 누리온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하드웨어의 성능은 AI 경쟁력의 주요 요소이다. 따라서 이를 슈퍼컴퓨터에 구현해 클라우드로 제공한다면 AI 확산 및 경쟁력 상승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슈퍼컴퓨터가 국가 AI 경쟁력과도 직결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에 구축된 슈퍼컴퓨터 모습.  ⓒ Flickr

미국항공우주국에 구축된 슈퍼컴퓨터 모습. ⓒ Flickr

슈퍼컴퓨터에 열 올리는 중국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국가는 중국과 미국이다. 탑 500 리스트에 올라온 중국의 슈퍼컴퓨터 수는 229개로 전체의 45%에 육박한다.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10개 상위 회사 중 레노버(1위), 인스퍼(5위), 수곤(6위), 화웨이(10위) 4개가 중국 기업이다.

반면 미국의 슈퍼컴퓨터는 108개다. 적어도 양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압도적으로 추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성능 면에서는 아직 미국이 앞서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보유한 슈퍼컴퓨터 108개 의 총 실측성능은 532.1 페타플롭스에 이른다. 중국이 보유한 229개 슈퍼컴퓨터의 총 실측성능은 439.9 페타플롭스에 머물러 있다.

이에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슈퍼컴퓨터 경쟁력 향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단순 슈퍼컴퓨터의 개수가 아닌, 기술력에서도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KISTI가 누리온을 구축하면서 나름 슈퍼컴퓨터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문제는 누리온 자체가 미국의 슈퍼컴퓨터 기업 크레이에서 수입해 온 것이라는 점이다. 아직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기술력이 국내에는 없는 것이다.

국가 과학기술과 AI 경쟁력 향상 측면에서, 우리나라 또한 자체 슈퍼컴퓨터 구축할 기술력을 갖출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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