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4,2019

중산층 증가, 4차 산업혁명에 어떤 영향을?

세계 인구의 2명 중 1명은 중산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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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있는 집에 살고 있으며, 또한 그 집은 상수도를 비롯한 최소한의 위생조건이 충족된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기본적인 보험 가입은 물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며, 전체 수입의 2% 이상은 영화 또는 여행 같은 여가활동에 사용한다.

이상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정의하는 중산층의 모습이다.

사실 저 기준을 따르더라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더 잘 사는 선진국에서는 중산층이라고 선뜻 말하기는 어렵다. 국가마다의 기준이 다를 뿐더러 물질적 지표만으로 중산층을 구분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중산층의 기준을 하루에 적어도 10~20달러를 벌어야 한다고 정의한다.

그런데 2014년 기준으로 아프리카인의 90%는 수입이 하루에 10달러 미만이다. 아프리카에서 10~20달러를 벌어 중산층으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6%뿐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세계 인구의 과반수가 중산층 이상이 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Public Domain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세계 인구의 과반수가 중산층 이상이 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Public Domain

인류가 재산(혹은 부의 축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 것은 약 1만년 전에 농업 기반의 문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하지만 농사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상 중산층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구가 전체 인류의 절반을 넘어선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즉, 중산층 이상의 잘 사는 사람보다는 빈곤층과 취약계층이 항상 더 많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세계 인구의 과반수가 중산층 이상이 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한 이는 세계경제개발(Global Economy and Development)의 이사인 호미 카라스와 월드데이터랩(World Data Lab)의 최고운영책임자인 크리스토퍼 하멜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티핑 포인트

그들은 188개국의 소득 및 지출 조사를 통해 중산층의 기준을 2011년 구매력 지수 기준으로 하루 수입이 최저 11달러에서 최고 110달러까지의 사람으로 정했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세계 인구는 약 36억명으로 나타났다.

그보다 적은 하루 1.9달러에서 11달러 사이의 수입을 가지는 경제적 취약층은 약 32억명이다.

또한 하루에 1.9달러 이하를 벌어 가장 가난한 빈민층은 약 6억명이며, 하루에 110달러 이상은 버는 중산층 위의 부유층은 약 2억명으로 조사됐다.

빈민층 및 경제적 취약층을 합한 수와 중산층 및 부유층을 합한 수가 정확히 38억명씩이다.

즉, 세계 인구의 50%가 중산층 이상의 부를 누리는 계층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 같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티핑 포인트가 된 시점은 올해 9월이다.

연구진이 수입에 따라 인류를 네 그룹으로 분류해 숫자를 집계한 결과를 나타낸 도표. ⓒ Source: Projections by World Data Lab

연구진이 수입에 따라 인류를 네 그룹으로 분류해 숫자를 집계한 결과를 나타낸 도표. ⓒ Source: Projections by World Data Lab

그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극빈층을 벗어나 경제적 취약층에 진입하는 사람의 수는 매초 1명인데 비해 중산층은 매초 5명의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니 날이 갈수록 중산층 이상의 인구가 경제적 취약층 이하의 인구보다 점점 많아지는 셈이다. 2030년에는 중산층의 수가 지금보다 17억명이 더 늘어난 약 53억명이 될 전망이다.

중산층의 급속한 증가 추세는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을 만큼 중요하다.

민간 가계 소비는 전 세계 경제 수요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데, 그 가계 소비의 2/3가 중산층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사업을 추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은 중산층의 증가 추세에는 걸림돌이 되는 요소가 하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그것이다.

인공지능(AI)와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에 의해 일자리 대체 위험이 가장 높은 직종을 소득 수준별로 따져보면 중산층에 거의 모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급격한 기술의 발전은 소수 계층에게 부를 더욱 집중시켜 자칫 중산층 붕괴 현상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난무한다.

세계적인 석학인 타일러 코웬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및 일자리 변화를 예측해 ‘평균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제목의 저서를 내놓기도 했다. 그만큼 양극화가 심해질 거라는 예상이다.

AI가 중산층을 붕괴시킨다?

서울대 유기윤 교수팀이 예측한 2090년의 미래 보고서는 더욱 끔직하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2090년에는 플랫폼을 소유한 극소수 사람들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나머지 99.997%에 달하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로봇보다 못한 최하위 계급으로 전락하는 초양극화 사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이 중산층의 증가 추세를 이끄는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인류가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간단한 경제 원칙에 근거를 둔다. 기계가 머리 쓰는 일마저 대체하더라도 그 풍요를 얻은 인류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고 또 다른 일자리가 생긴다는 논리다.

한때 정보화사회의 미래를 암울하게 전망했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도 최근엔 입장을 바꾸었다.

그는 근래 출간한 저서 ‘미래의 단서’에서 4차 산업혁명의 기술 혁신이 세계 중산층의 확대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그는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국가 및 기업이 올바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일자리 대체 문제의 본질은 AI나 로봇이 아니라 정치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세계 인구의 과반수가 중산층이 차지했다는 소식의 중요성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산층의 특성 중 하나는 정부 및 기업에 민주주의와 투명성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산층이 많은 사회일수록 소수의 지배층이 부를 독점하는 대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열매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과연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된 중산층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파고를 무사히 헤쳐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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