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21,2019

[르포] 몰락하는 중국 최대 전자 상가 현장

문 닫은 상가 우후죽순... 창업 특구로 새로운 변신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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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북쪽에 자리한 중관촌 일대는 일명 ‘중국의 용산 전자상가’라고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전자 부품 메카다.

중관촌 전자 상가는 중국 베이징 대학교가 소재한 지하철 베이징대동문역부터 중관촌, 하이덴황좡역, 인민대역까지 총 4곳의 지하철역과 이어지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의 몰락이 심상치 않다. 가는 곳마다 폐점을 선언한 채 문을 닫은 상점들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대표 전자 상가인 중관촌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을씨년스러운 현재의 모습(위)과 과거 한창일 때 물건을 쌓아 놓고 판매하던 모습(아래)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 임지연 / ScienceTimes

중국의 대표 전자 상가인 중관촌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을씨년스러운 현재의 모습(위)과 과거 한창일 때 물건을 쌓아 놓고 판매하던 모습(아래)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 임지연 / ScienceTimes

중관촌 전자 상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오프라인 시장 자체가 지난 1~2년 사이 급격하게 쇠퇴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중관촌 외관은 ‘중국 최대 규모의 전자 상가’라는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쇠락했다.

그런데 최근 이 일대의 몰락을 상징하는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마지막까지 남아서 운영 중이었던 ‘딩하오(鼎好)’ 종합 상가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은 것. 이로써 중관촌 전자 상가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는 평가다.

쇠락의 조짐은 지난 2011년부터 있었다. 2011년 가장 먼저 문을 닫았던 ‘태평양 전자 디지털 광장’에 이어, 2015년 중관촌 ‘e스제(e-世界)’가 폐점을 선언했다.

중관촌 일대에서도 노른자 위에 위치한 e스제의 폐점 소식은 중국 오프라인 전자 제품 시장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지상 14층, 지하 4층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던 e스제는 근처에 위치한 딩하오, 하이룽과 더불어 중국 전자 상가의 골든 트라이 앵글로 꼽히던 중관촌의 상징이었다. 현재는 청년 사업가들을 위한 창업 오피스로 그 용도를 변경했다.

이어 2016년 무렵 ‘하이룽’ 전자 타운, 그리고 최근 ‘딩하오’가 최근 건물 운영업체 측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 소식을 받으면서 중관촌에 소재한 모든 전자 상점이 문을 닫는 사상 초유 사태가 발생했다.

중관촌 일대에 자리한 크고 작은 종합 전자 상가를 이어주던 대형 육교.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오가는 이들이 수가 매우 드문 모습이다.   ⓒ 임지연 / ScienceTimes

중관촌 일대에 자리한 크고 작은 종합 전자 상가를 이어주던 대형 육교.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오가는 이들이 수가 매우 드문 모습이다. ⓒ 임지연 / ScienceTimes

현지 전자 제품 상인들은 중관촌 전자 상가의 몰락에 대해 매우 아쉬워하고 있는 상황이다.

딩하오에서만 약 13년 동안 영업해 왔다는 왕 씨는 올해 초 ‘딩하오실업유한공사’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지를 받았다.

왕 씨 상점에 인근한 또 다른 상점 주인들 역시 이 무렵 ‘재계약 불가’ 통지문을 받았다.

왕 씨는 “만기일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계약 연장 불가 통보를 받은 업체 사장들도 있었다”면서 “오프라인 상점의 몰락의 대표격으로 중관촌 사례가 언급되는 상황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자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구매하지 못하는 것은 곧 소비자의 불편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자 상가의 경우, 분산돼 운영되는 것보다 대형 쇼핑몰에 입점해 한꺼번에 운영되는 것이 소비자나 공급자 모두에게 이득이다”라며 “현재 대형 전자 상가들이 강제로 폐점되는 상황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아쉬워하는 고객도 다수 있었다. 지난 3일 중관촌을 찾은 고객 정 씨는 “20년 가까이 이 일대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수리하기도 했다”면서 “매장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 상점에서 전자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불과 몇 위안짜리 부품을 구매하기 위해 그보다 비싼 배송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 등은 오히려 경제적이지 않다”면서 “온라인 시장이 확대된다고 해서 오프라인 상점을 모두 폐점해야 할 만큼 오프라인 상점이 쓸모 없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밝혔다.

’딩하오’전자상가가 최근 ‘재계약 불가’ 통보를 입점했던 모든 상점에 공고하면서 중관촌에 남아있었던 마지막 오프라인 종합전자상가는 문을 닫았다. ⓒ 임지연 / ScienceTimes

딩하오 전자상가가 최근 ‘재계약 불가’ 통보를 입점했던 모든 상점에 공고하면서 중관촌에 남아있었던 마지막 오프라인 종합전자상가는 문을 닫았다. ⓒ 임지연 / ScienceTimes

중관촌의 이 같은 몰락에는 베이징 시 정부가 지난 2011년 발표한 ‘중관촌 서구 업태조정계획(2011~2015년)’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에 따르면 중관촌 서쪽 일대는 첨단, 산업, 금융, 서비스, 문화, 창의라는 6개의 원칙으로 운영되는 특구가 지정될 예정이었다. 해당 6개 원칙에 ‘전자’ 및 ‘소매업’은 제외돼 있다.

이 같은 시 정부의 운영 방침 하에 중관촌 일대는 과학 기술 본부, 과학 기술 금융, 창업 서비스, 종합 비즈니스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창업 특구로 지속적으로 변모 중이다.

전자 제품 시장이 사라진 상가 자리에는 청년 창업자를 위한 창업 특구가 새롭게 조성됐다.

2014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중관촌 창업 특구 정책’에 따라 이 일대에는 16곳의 창업 지원 서비스 회사와 2200여 곳의 협력 투자 기업, 창업 인큐베이터 360여 곳, 투자 단체 123곳 등이 밀집해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전자 제품의 메카에서 창업 특구로 변모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은 모양이다. e스제가 기존의 사업 형태를 청산, 건물 전체를 ‘스타트업 임대 오피스’로 바꾸는 과정이 아직까지 완벽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는 임대료 등 금전적인 문제를 둘러싸고 건물 운영업체와 임차인 사이의 갈등이 수년 째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기존의 부동산 업자들과 매장 관리 업체 등이 상점을 오피스로 수리, 재임대하는 과정 곳곳에서 마찰이 일어나는 중이다.

  • (중국=베이징) 임지연 통신원다른 기사 보기
  • 저작권자 2018.11.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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