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17,2019

발기부전 관련 유전자 변이 찾았다

동아시아계는 위험형질 2%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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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하면 내장산. 이번 주말은 내장산 단풍의 절정이라고 한다. 빨간색, 노란색 단풍으로 물든 산길을 거니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렌다.

문득 “여행은 다리가 떨릴 때 떠나지 말고 가슴이 떨릴 때 떠나라”는 말이 떠오른다. 내장산은 못 가더라도 가까운 산을 찾아 만추(晩秋)의 덧없는 아름다움을 감상해야겠다.

여행도 그렇지만 여건이 다 되는데 몸이 안 따라줘서 못하게 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다.

많은 남성들의 고민인 발기부전도 ‘몸이 안 따라줘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예다. 비아그라 같은 약물이 나와 많이 나아졌다지만 잘 안 듣는 사람도 있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발기부전은 원인이 여러 가지다.

먼저 나이가 일반적인 위험요인으로 사오십 대부터 발기부전을 겪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다.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심혈관계질환, 흡연 등도 발기부전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과도한 스트레스 같은 심인성 요인도 한 몫할 것이다.

그런데 발기부전에는 유전적 요인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즉 일란성 쌍둥이를 토대로 연구한 결과 발기부전인 사람의 일란성 쌍둥이 형제 역시 발기부전일 가능성이 평균 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발기부전 위험성의 3분의 1이 유전적 요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발기부전 관련 유전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6번 염색체 특정 위치에서 SNP 발견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 10월 23일자에는 발기부전 위험성과 관련한 유전자 변이를 찾았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카이저퍼머넌트의 에릭 조겐슨 박사 등 미국의 공동연구자들은 미국인 3만664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생체지표 및 게놈 데이터를 분석해 6번 염색체의 특정 자리에서 발기부전 위험성과 관련된 SNP 자리를 여럿 발견했다.

SNP는 단일염기다형성의 머릿글자로 게놈의 특정 위치에서 변이가 일어나 염기가 두 가지 이상 존재하는 현상이다.

만일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엑손에 SNP가 생기면 해당 위치의 아미노산이 다른 단백질이 나올 수 있고 다른 곳에 SNP가 있더라도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먼저 연구자들은 3만6649명의 설문지 대답을 바탕으로 현재 발기부전을 겪고 있는 사람이 1만4215명(증상군)과 그렇지 않은 사람 2만2434명(대조군)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각각의 생체지표를 분석한 결과 기존의 위험요인이 그대로 나타나 있음을 확인했다.

즉 증상군의 평균 나이는 68.9세로 대조군의 평균 나이 56.1세보다 12.8세나 더 많았다.

당뇨병 여부도 증상군이 29.8%로 대조군 14.6%의 두 배가 넘었다. 흡연 여부도 과거 피웠거나 현재 피우고 있는 사람이 59.3%로 대조군의 42.7%보다 더 높았다.

다만 비만도는 증상군의 BMI(체질량지수)가 27.7로 대조군의 26.9와 별 차이가 없었다.

한편 병원에서 발기부전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비율 역시 증상군이 39.3%로 대조군의 23.3%보다 높았고, 비아그라 같은 치료제 처방을 받은 경험이 있는 비율도 증상군이 59.2%로 대조군 29%의 두 배가 넘었다.

참고로 증상군 대조군 분류는 설문을 토대로 한 것이다. 증상군의 진단 기록이 100%가 아닌 건 발기부전인 남성의 대다수가 병원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전장유전체연관분석법(GWAS)으로 인간 게놈에서 발기부전 위험성과 연관성이 있는 SNP 데이터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6번 염색체의 특정 위치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점선 위) SNP를 나타내는 점 5개가 있다. 이들 SNP는 SIM1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 미국립과학원회보

전장유전체연관분석법(GWAS)으로 인간 게놈에서 발기부전 위험성과 연관성이 있는 SNP 데이터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6번 염색체의 특정 위치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점선 위) SNP를 나타내는 점 5개가 있다. 이들 SNP는 SIM1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 미국립과학원회보

동아시아계는 위험형질 2%에 불과

게놈과 관련성을 자세히 들여다본 결과 발기부전 위험성과 관련된 SNP 자리들은 모두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인핸서(enhancer)라는 영역에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이 가운데 rs17185536으로 명명한 SNP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표준형질(발기부전 위험성이 낮은)에서 이 위치의 염기는 시토신(C)이고 위험형질에서는 티민(T)으로 밝혀졌다.

즉 이 위치가 T이면 발기부전 위험성이 25% 정도 더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변이로 발기부전 위험성의 유전적 요인의 1.6%를 설명할 수 있다.

분석한 인구집단은 인종에 따라 크게 네 그룹으로 나뉘는데 흥미롭게도 동아시아계의 경우 T형질에서 위험성이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통계적으로는 의미가 없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즉 전체 대상자 3만6649명 가운데 동아시아계는 7.5%인 2737명밖에 안 되는 데다 T형질의 비율이 2%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백인계의 T형질 비율은 26%, 히스패닉계는 19%, 아프리카계는 21%다. 아무튼 우리나라 남성들 가운데 T형질은 100명에 두 명 내외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rs17185536를 비롯한 SNP들은 어떤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분석 결과 염색체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SIM1 유전자로 밝혀졌다.

SIM1 유전자는 전사인자, 즉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을 지정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SIM1가 관련된 유전자 네트워크가 몸무게 항상성 및 성기능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즉 SIM1의 조절을 받은 유전자 가운데 하나인 MC4R은 동물 수컷의 발기 반응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α-MSH의 수용체다. MC4R 유전자가 고장난 생쥐 수컷은 짝짓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한편 SIM1 유전자는 어디서 발현하느냐에 따라 역할을 다른 것으로 보인다.

즉 뇌의 시상하부에서 발현될 때는 식욕에 영향을 미치고 뇌의 다른 영역이나 척수에서 발현될 때는 발기에 영향을 미친다.

rs17185536의 위험형질은 발기부전 위험성은 높이지만 체중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당뇨병 등 다른 위험성 요인과도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이번 결과는 발기부전과 관련해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은 메커니즘이 존재함을 시사한다”며 “이를 밝히면 좀 더 분명한 표적을 대상으로 한 치료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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