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4,2018

입으로 숨쉬면 기억력도 떨어진다

코로 숨쉬는 것이 뇌 기억공고화에 영향 미쳐

인쇄하기 강석기의 과학에세이 스크랩
FacebookTwitter

봄가을 환절기 알레르기 비염과 겨울철 코감기까지 1년 중 여러 날을 코가 막혀 고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심할 때는 코로 숨을 전혀 쉴 수가 없어 입으로만 숨을 쉬기도 한다. 이렇게 입으로 숨을 쉬다 보면 머리도 무겁고 잠도 깊이 들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학술지 ‘신경과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입으로 숨을 쉬면 기억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흡은 폐에 산소를 공급하고(들숨) 폐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날숨) 과정인데 코로 숨을 쉬냐 입으로 숨을 쉬냐에 따라 왜 기억력이 영향을 받을까.

먼저 이번 논문의 실험내용을 살펴보자.

딸기향처럼 익숙한 냄새나 뷰탄올처럼 낯선 냄새를 맡은 뒤 1시간 동안 코로 숨을 쉬느냐 입으로 숨을 쉬느냐에 따라 냄새에 대한 기억력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신경과학 저널

딸기향처럼 익숙한 냄새나 뷰탄올처럼 낯선 냄새를 맡은 뒤 1시간 동안 코로 숨을 쉬느냐 입으로 숨을 쉬느냐에 따라 냄새에 대한 기억력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신경과학 저널

해마가 제 기능 발휘하려면 코 호흡과 동조해야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임상신경과학과 아르틴 아르샤미안 교수팀을 비롯한 다국적 공동연구자들은 코로 숨을 쉬는 게 새로운 경험을 장기기억으로 공고히 하는데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알아보기로 했다.

이들이 왜 이런 실험을 했는지는 뒤에서 설명한다.

연구자들은 실험참가자들(남녀 각각 12명)에게 12가지 냄새를 맡게 했다. 한 냄새를 3초 동안 맡은 뒤 20~30초 뒤에 다음 냄새를 3초 동안 맡는 식이다.

냄새 가운데 6가지는 딸기향처럼 익숙한 것이고 6가지는 뷰탄올(1-butanol)처럼 낯선 것이다.

이 때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냄새를 잘 기억하라고 말해준다.

냄새를 다 맡은 뒤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쪽은 입을 테이프로 막아 코로만 숨을 쉴 수 있게 한 뒤 한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게 한다.

다른 한쪽은 코를 집게로 눌러 입으로만 숨을 쉴 수 있게 한 뒤 역시 한 시간 동안 쉬게 한다. 이 때 돌아다니거나 잠을 자서는 안 된다.

참고로 사전에 테이프나 집게가 불편하지 않게 최대한 조정을 했다.

한 시간이 지난 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익숙한 냄새 12가지, 낯선 냄새 12가지를 제시한 뒤 이 가운데 앞에서 맡은 적이 있는 냄새를 고르게 했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간에 쉬는 한 시간 동안 코로 숨을 쉬었던 그룹이 입으로 숨을 쉬었던 그룹에 비해 냄새를 올바로 기억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이는 냄새의 익숙함 여부와 관계가 없었고 남녀 사이에 차이도 없었다.

즉 코로 숨을 쉴 때 기억 공고화(memory consolidation)가 잘 이뤄진다는 말이다. 기억 공고화는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바뀌는 과정이다.

그런데 실험에서 가운데 1시간 동안은 테스트한 냄새가 전혀 없는 공간에 있었기 때문에 코로 숨을 쉬거나 입으로 숨을 쉬거나 추가적인 냄새 정보에는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코로 숨을 쉬는 것 자체가 후각기능과 무관하게 뇌의 기억공고화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

논문에서는 이를 입증한 실험이 나와 있지 않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 최근 코로 숨을 쉬는 게 뇌의 활동에 영향을 미침을 시사하는 뇌파 연구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코로 숨을 쉴 때는 호흡 주기(빨간 선)에 뇌파(파란 선)가 동조하지만(왼쪽), 입으로 숨을 쉴 때(오른쪽)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오른쪽). 이런 현상은 뇌의 여러 영역에서 나타난다. 조롱박(후각)피질(위), 편도체(가운데), 해마(아래)의 데이터다.  ⓒ 신경과학 저널

코로 숨을 쉴 때는 호흡 주기(빨간 선)에 뇌파(파란 선)가 동조하지만(왼쪽), 입으로 숨을 쉴 때(오른쪽)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오른쪽). 이런 현상은 뇌의 여러 영역에서 나타난다. 조롱박(후각)피질(위), 편도체(가운데), 해마(아래)의 데이터다. ⓒ 신경과학 저널

비강 내 공기 흐름이 유발하는 압력 변화 감지

뇌파는 뇌의 활동에 따라 일어나는 전류로 그 진동수에 따라 뇌의 상태를 추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진동수가 높은 베타파가 우세한 경우 뇌가 각성 상태이고 진동수가 낮은 델타파나 세타파가 많을 경우 이완 상태다.

그런데 뇌파의 진동 패턴을 들여다보자 호흡 주기와 일치해 변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처음에는 후각피질처럼 냄새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줄 알았는데 최근 기억에 관여하는 해마나 감정에 관여하는 편도체가 있는 변연계와 전전두피질 등 뇌의 많은 영역에서 호흡과 동조하는 현상이 발견됐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코로 숨을 쉴 때만 이런 동조가 일어났다.

즉 입으로 숨을 쉴 경우는 호흡의 리듬이 뇌 활동의 리듬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가에 대해서는 현재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아마도 코로 호흡할 때 비강 내 공기 흐름이 유발하는 압력 변화에 대한 정보가 후각망울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것으로 보인다.

입으로 숨을 쉴 때는 이런 변화가 없으므로 뇌는 호흡 주기에 대한 정보를 받지 못한다.

이제 수능일이 3주밖에 안 남았다. 주변에 수능을 보는 사람이 없어도 수능 얘기만 나오면 긴장을 하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트라우마일 것이다.

하물며 가족이나 심지어 본인이 수능을 본다면 지금 그 심정이 어떨까 싶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울러 결전의 날까지 코 호흡에 지장이 없도록 건강에도 유념해야겠다.

의견달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