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0,2019

항생제 시장에도 ‘빈익빈 부익부’

새로운 항생제 3년간 30개국에만 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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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후 사람과 세균 간의 ‘끝나지 않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항생제로 죽일 수 없는 세균이 등장하면 더 강력한 항생제를 만들고, 이보다 더 강력한 세균이 등장하면 더 강력한 항생제를 만드는 세균과 항생제 간의 숙명적인 대결구도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탄생한 새로운 항생제들이 이익을 좇는 시장원리에 따라 불합리하고 불공평하게 공급된다는 것이다. 이는 인류 전체 건강에 심각한 위해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균과의 끝나지 않는 전쟁에서 새로운 항생제들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지만 제약사가 주도하는 시장원리에 따라 항생제 보급이 일부 국가에만 편중돼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CDC, FDA

세균과의 끝나지 않는 전쟁에서 새로운 항생제들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지만 제약사가 주도하는 시장원리에 따라 항생제 보급이 일부 국가에만 편중돼 이루어지고 있다. ⓒCDC, FDA

미국‧일본 과학자들이 항생제 개발 주도

17일 과학기술 전문 포털사이트 ‘유렉알러트(EurekAlert)’는 미국 워싱톤D.C.에 있는 CDDEP(Center for Disease Dynamics, Economics & Policy)가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등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오늘날 항생제 개발의 주요 목표는 강력한 내성균(resistant bacteria)에 대항하는 것이다. 내성균이란 항생제에 대해 유별난 힘을 발휘하는 균을 말한다.

예를 들어 스트렙토마이신은 대다수 결핵균을 퇴치하지만 세균 중에 이 항생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강력한 균이 있다. 이런 결핵균을 스트렙토마이신 내성균이라고 한다.

내성균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돌연변이설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항생제에 약한 감성균 중 1개가 돌연변이에 의해 내성을 획득한 다음 다른 감성균이 다 소멸한 후에도 혼자서 증식함으로써 항생제를 무력화 한다는 것.

일본과 미국 제약사들은 1999~2015년 사이에 이런 내성균을 무력화할 수 있는 25종의 항생제를 개발했다. 이중 11종은 일본, 6종은 미국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것이다.

또한 일본 제약사들은 새로 개발한 11종의 항생제 제조기술을 적용해 자국, 혹은 다른 나라 제약사들을 통해  7개의 완제품을 시장에 내놓았고, 미국 제약회사에서는 6종의 항생제 제조기술을 적용해 12개의 완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 편중 보급, 세계인 건강에 치명적”

문제는 이렇게 개발된 항생제들이 제약시장의 왜곡에 따라 전 세계로 골고루 퍼져나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 결과 항생제 완제품들이 출시된 이후 3년 동안 판매가 가능한 국가는 30개국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10년이 지난 후 이들 항생제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국가가 70개 정도인 것으로 추정했다.

나라별로 판매를 허용하는 경우도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종의 항생제 중 현재 12종에 대한 판매가 허용되고 있는데,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국가는 1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지리적 가용성(Geographic Availability)이 가장 컸던 항생제는 어타페넴(ertapenem), 리네졸리드(linezolid), 목시플록사신(moxifloxacin) 그리고 티게사이클린(tigecycline)으로 유럽과 미국 제약사에서 완제품화 돼 60개국에 보급됐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완제품으로 시판된 항생제들은 해외 판매를 목표로 제조됐다 하더라도 해외 판매가 활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나라의 약물 가용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 의약청(EMA), 미국 식품의약국(FDA), 일본 PMDA( PMDA(Pharmaceuticals and Medical Devices Agency), 인도 의약품기준 관리기구(ICDSCO) 등에서 허가한 항생제 관련 데이터를 통해 작성한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CDDEP의 라마난 락스미나라얀(Ramanan Laxminarayan) 소장은 “이 연구에 앞서 새로 개발한 항생제가 실제로 시계에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말하며 “이번 연구 결과로 항생제 완제품이 일부 특정 국가에 편중돼 보급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세계인의 건강을 위해 더 많은 국가에 신종 항생제를 보급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균과의 끝나지 않는 전쟁을 치루고 있는 세계 의약계는 그동안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한편 새로 탄생하는 내성균에 대항하기 위해 지속적인 R&D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새로운 항생제를 이기는 슈퍼 박테리아가 잇따라 등장하고, 새로운 세균이 등장할 때마다 세계 전체가 불안에 떨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약품 시장 상황에 따라 항생제 보급에 국가적 불평등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인류 전체의 건강 문제를 유발하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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